[일요신문] 일제강점기에 사할린으로 강제동원돼 사망한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해가 오늘(29일) 처음으로 고국 땅을 밟는다. 한국과 러시아 간의 인도주의적 협력 차원에서 시행되는 이번 유골 봉환사업은 사할린 강제동원 희생자의 유골 봉환으로서는 첫 사례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위원회)는 러시아 정부와 합의해 사할린 지역에 매장돼 있던 한국인 강제동원 희생자 고 류흥준씨의 유골을 30일 국내로 봉환,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 안치한다고 29일 밝혔다.
고 류흥준씨(1922년 생)는 지난 1945년 초 사할린으로 강제징용 돼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다가 1977년 1월 코르사코프에서 사망했다. 징용 당시 류 씨에게는 처 라준금 씨와 세 살 난 아들 류연상이 있었으나 사망 때까지 가족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
지난 1976년 제3국을 경유해 가족과 처음으로 연락이 닿았으나 이듬해인 1977년 그리던 가족을 보지 못한 채 홀로 사망해 코르사코프의 제2공동묘지에 묻혔다. 류 씨는 사망 당시까지도 가족을 그리워하며 홀로 독신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혼을 권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한국에 아내와 아들이 있다”며 “언젠가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류 씨의 외아들 류연상 씨(70)도 아버지의 생사를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중 마찬가지로 부친의 사할린 소재 묘지를 찾던 한 강제징용 피해자의 가족으로부터 “<국민일보>에 실린 묘지 사진이 당신 아버지의 묘지인 것 같다”는 제보를 받고 부친의 묘지를 처음으로 확인하게 됐다.
지난 2008년 위원회 조사1과의 2팀장 오일환 박사는 사할린 지역 코르사코프 공동묘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 유흥준의 묘비 사진’을 우연히 촬영하게 됐다. 그후 위원회는 <국민일보>에 해당 묘비 사진을 기사 자료사진으로 제공했고, 기사를 본 한 유족이 류연상 씨에게 부친 묘비의 존재를 알리게 된 것이다.
고 유흥준씨의 묘는 지난 27일 현지에서 발굴, 화장됐으며 경술국치일인 오늘 현지 추도환송식을 거행한다. 30일 국내로 봉환돼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 해외사망자 묘역에 추도식 거행 후 안치될 예정이다. 추도식엔 사할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단체를 비롯해 청와대, 국무총리실, 안전행정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 요인, 국회의원, 주한 러시아 대사, 주한 일본대사 등이 참례한다.
오일환 박사는 “앞으로 위원회는 일본과 사할린 등의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봉환할 계획이나 현재 위원회 활동기간이 특별법상 올해 12월까지다”라면서 “국회에서의 법률 제·개정이 없는 한 위원회가 사할린 지역 유골을 봉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신상미 기자 sh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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