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대 박성호 다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다문화정책은 크게 차별배제모형, 동화주의모형, 다문화주의모형으로 구분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세가지 모형이 혼재되어 실시되고 있어 조속히 우리의 특성에 맞는 일관된 정책의 실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형 다문화정책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한국의 실정에 기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문화 진입기의 한국은 다문화라는 새로운 경험에 대해 아주 미숙하고 감정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다. 이주외국인 사회도 형성되지 않았으며, 한국인에게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여 다문화에 대한 철학적, 이론적 고민이 이제 막 시작된 상태이다. 둘째,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여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헌법의 기본 가치로 한국 사회의 모든 제도 수립의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세계의 흐름을 반영하여야 한다. 다양성 수용과 상호인정, 평등성의 문제는 다문화국가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제점들이다. 넷째, 한국의 정서에 맞아야 한다. 한국의 단일 혈통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외국인에 대한 거리감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다섯째, 노동인력 감소와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한 외국인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한국형 다문화정책 모형은 기존의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에서 발생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한국의 실정에 맞는 다문화정책으로 다문화인본주의를 추천하고 있다. 인본주의는 한국의 근본가치로, ‘한국형 다문화’를 위한 철학적ㆍ정치이념적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본주의 사상은 보편적 평화주의, 민족적 정체성 확립의 중심사상, 민본주의적 정치지향성을 지녀, 현행 헌법의 이념인 민족 자주․통합 정신, 민주 정신 등과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며, 인간의 존엄사상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이념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인본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며, 이는 외국이주민의 평등성을 보장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이념적 가치를 지니게 되어 다문화주의와 통한다.
다문화인본주의는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국가가 이민자들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인본주의의 실현을 위해 공동의 변화를 추구하고 인본주의를 공통분모로 한 사회의 통합을 도모한다. 게다가 다문화주의가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은폐할 수 있다는 의혹과 모든 문화와 문화적 관행이 인정되어야 한다면 반인륜적인 문화도 정당화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의 현실에 맞는 다문화정책으로 다문화인본주의의 실시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