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성들 밀물 불법·합법 성매매 ‘빅뱅’
유럽에서 섹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독일에는 동유럽 출신의 성매매 종사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영화 <프리티 우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야나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그녀의 꿈은 매춘 여성과 소녀들에게 탈출구를 제시하는 자선단체에서 일하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야나는 “왜냐, 즐거워서 몸을 파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 그거 하나만은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책을 통해 과거 성매매 종사자로 일하면서 겪었던 남자들의 욕망과 폭력에 대해 서술한 야나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다른 여성들이 용기를 내서 새 삶을 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5세 때부터 매춘부로 일해야 했던 그녀에게 새 삶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술주정뱅이 부모 밑에서 자랐던 그녀는 돈벌이를 위해서 처음에는 도둑질을 하다가 결국에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포주에게 넘겨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의 긴긴 악몽은 시작됐다.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성노리개가 됐던 그녀는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한때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어머니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의미에서 면도날로 팔에 상처를 냈다. 하지만 냉정했던 어머니는 아무런 관심도 가져주지 않았다”면서 씁쓸해 했다.
현재 그녀의 양쪽 팔뚝에 가득 새겨진 푸른색 벚꽃 무늬 문신은 그때의 흉터를 숨기기 위해 스스로 새긴 것이다. 하지만 이 문신에 대해 그녀는 “매우 자랑스럽다”라고 말한다. 이유인즉슨 그녀가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됐을 때, 즉 마침내 자신의 살갗이 남자들로부터 자유를 찾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새긴 문신이기 때문이다. 벚꽃 문양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긴긴 겨울이 지나고 새롭게 꽃을 피우는 벚꽃처럼 지금까지 그녀의 살갗을 비벼댔던 수많은 남자들에게서 탈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꿈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짐 하나 없이 혈혈단신으로 도망치듯 독일로 도망쳐왔던 그녀는 폴란드에서와 마찬가지로 결국 포주의 손아귀에 잡혀 사창가로 보내지고 말았다. 그리고 강제 매춘을 해야 했던 그녀에게 독일의 사창가는 역시 감옥과 다를 바 없었다.
책에서 그녀의 몸을 거쳤던 수많은 남자들에 대해서 회상한 그녀는 남자들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그리고 환상에 빠져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녀는 “그들은 모두 내가 즐거워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나의 모든 몸짓과 행동들은 하나의 거래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자신이 하는 일이 남자들에게 육체 이외에 환상을 파는 일이었다는 것이었다.
최악의 손님들은 어떤 사람이었냐는 질문에 대해서 그녀는 “사업가들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동료들과 여럿이 와서 파티를 벌이는 남자들이 가장 고약했다고 말하는 그녀는 “그들은 돈만 있으면 뭐든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구하는 것도 가장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가장 쌀쌀맞고 냉정하기도 했다고도 말했다. 때문에 그녀는 사업가들이 무더기로 사창가로 찾아올 때면 가장 구석진 곳으로 몸을 숨겨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말했다.
반면 혼자 찾아오는 손님들 대부분은 반대의 유형이 많았다. 이 들은 대개 매춘부들 앞에서 맥없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야나는 “이런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울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우는 이유는 미성년자를 범했다는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자기 자신의 모습이 슬퍼서, 즉 자신을 위해서 우는 것이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렇게 그녀를 찾아오는 남자들은 대개 홍등가 웹사이트를 통해, 혹은 신문에 실린 광고를 보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들은 대부분 수백 명의 동유럽 소녀들 가운데 ‘섹시한 스베틀라’ 혹은 ‘자연 미인 나탈리아’ 등과 같은 예명을 보고 상대를 선택했다.
한편 이처럼 독일에 동유럽 출신의 성매매 종사자들이 많은 이유는 바로 독일이 일종의 ‘회색 지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춘 여성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02년 새롭게 개정된 매춘법에 따라 매춘 여성들도 세금과 의료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면서 독일에서는 오히려 강제 매춘 시장이 붐을 이루게 됐다. 매춘부들 가운데 대다수가 사업신고를 낸 자영업자가 아니라 포주에 의해 고용되는 피고용인인 경우가 많은데, 포주들이 탈세를 목적으로 동유럽 출신의 불법 체류 여성들, 특히 미성년자들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ZE)에 따르면, 현재 동유럽의 인신매매단에 의해 서유럽으로 보내지고 있는 매춘 여성들은 매년 12만~50만 명 정도이며, 대부분은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출신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독일의 경우, 여성 인권운동가들과 경찰이 추산하길 강제 매춘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은 1만 명 정도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