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메리트시스템 논란

경기당 5천만원… 죽기살기 ‘머니게임’

[일요신문] 주자니 눈치 보이고, 안 주자니 사기가 죽고. 프로야구 메리트 시스템을 바라보는 구단의 시각이다. 메리트 시스템은 일종의 보너스다. 특정 팀과의 일전이나 중요 경기를 앞두고 구단은 선수단에 “이 경기에서 이기면 얼마를 주겠다”는 식으로 당근을 제시한다. 메리트가 걸리면 죽기 살기로 뛰게 마련이다.

하지만, 메리트는 엄연한 야구규약 위반이다. 야구규약엔 ‘승리수당과 같이 구단이 지시한 승리를 거뒀을 경우 추가적으로 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를 지키는 구단은 많지 않다. 설령 어긴다고 해도 격려금으로 지급했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한화, KIA, SK 등 구단 운영비가 적거나 성적이 좋지 않은 구단을 제외하곤 구단 대부분이 메리트를 건다고 보면 좋을 것”이라며 “LG, 넥센이 4강에 오른 것도 파격적인 메리트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야구계엔 LG의 승리수당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몇 위까지 치고 올라가거나 특정팀 상대로 승리 시 LG가 경기당 5000만 원 이상씩 승리수당을 내놓는다”는 구체적 액수까지 제시한다. 가령 메리트로 50승을 거둔다 치면 총액만 25억 원이 되는 셈이다. 1군 주전 선수들의 경우 가외 수입으로 1억 원가량을 챙길 수도 있다. 물론 계산이 그렇다는 것이지 몇 경기나 메리트를 걸었는지는 알 수 없다.

‘빈자 구단’으로 통했던 넥센이 메리트를 걸었다는 건 놀랄 만한 소식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넥센은 특정 경기 승리 시 경기당 3000만 원의 메리트를 걸었다. 넥센 선수들은 “시즌 초 1위를 달릴 때와 한창 2위 싸움을 벌이던 시즌 후반기에 메리트 경기가 집중됐다”며 “승리수당을 받는 기분이 쏠쏠했다”고 털어놨다.

두산도 화끈한 메리트로 선수들의 사기를 올린 팀이었다. 두산은 특정팀과의 경기 시 메리트로 5000만 원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한 선수는 “메리트 때문에 그 팀에 잘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 것만은 사실”이라며 “선수들 사이에선 최고의 비상금으로 통한다”고 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