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총장 낙마로 ‘삼각편대’ 균열
지난 9월 30일 퇴임식장으로 걸어가는 채동욱 검찰총장. 구윤성 인턴기자
그렇게 잘 돌아가던 ‘채-조-윤’의 삼각편대는 채 전 총장의 낙마사태가 터져 나오면서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특히 채 전 총장이 낙마하면서 조 지검장의 상황이 전체적으로 부담스러워졌다고 한다. 가뜩이나 청와대가 법무부 등 다각적인 통로로 “‘국정원 사건’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하는 게 언짢다”는 뜻을 빈번히 전해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정원 수사를 예전처럼 밀고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한다.
사실 이들이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었던 배경에는 채 전 총장의 바람막이 역할이 컸다. 채 전 총장은 수시로 이들에게 ‘(청와대) 눈치 보지 말고 검사로서 정도 있는 수사를 하라. 언제나 검사답게 수사하라’며 힘을 실어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바위 같은 바람막이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그 하중은 그대로 조 지검장에게 전해졌다.
특수통 출신으로 소신과 뚝심의 대명사였던 채동욱과 달리 조영곤 지검장은 화합형의 성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 내부에서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품에 선후배 사이의 대인관계가 원만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고 한다. 이는 그의 수사방식에서도 드러났다고 한다. 윗선에서 나름의 명분을 가지고 ‘사건 수사를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언 내지 명령을 하면 그에 대해서 일정부분은 받아들이는 주의라고 한다. 윗선 입장에선 다루기 쉬운 유형의 인물이라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윤석열 당시 팀장 입장에선 채 전 총장이 빠져나가면서 ‘옛날 수사 방식’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이때부터 윤 팀장은 ‘잘나가던 수사가 조 지검장의 태도 변화에 멈칫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며 답답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윤 팀장과 조 지검장과의 사이가 어색해진 것도 이때부터였다. 당시 윤 팀장은 ‘검사는 수사를 해야 한다. 정직하게 수사를 하라고 검사 직분이 주어진 것이다’라는 얘기를 주변에 수차례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0월 21일 국감에 출석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박형철 부팀장은 공안통 출신이었지만 윤 팀장을 전적으로 지지해준 것으로 알려진다. 공안통 계열들이 ‘특수통들이 이런 식으로 수사하면 청와대에 밉보인다’며 반대할 때도 윤 팀장을 정신적으로, 업무적으로 지지해주며 국정원 사건을 ‘특수계 스타일’ 수사로 진행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부팀장을 대학시절부터 잘 알고 지냈다는 한 검사는 이에 대해 “박 검사는 정치적인 욕심도 없는 양반이다. 국정원 사건을 수사해보니 예상보다 그 혐의 내용이 심각했던 거다. 본인도 이 사건에 의미를 부여해서 열심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인사상 불이익을 각오하면서까지 특수통인 윤 팀장을 지지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감에서 결재라인 문제로 논란이 됐을 때도 국정원 사건은 윤석열 팀장이 채동욱 총장으로부터 위임 전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크게 위배되는 행동이 아니라는 말도 있다. 이에 대해 윤 팀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위임전결 사항에 대해서 확인해주는 것은 시기상 지금은 적절치 않다”며 양해를 구해왔다.
그런데 이 차장 입장에서는 보고의 ‘월권’에 대해 언짢아했을 수 있다. 그때 박 부팀장이 그 중간에서 이 차장에게 따로 보고도 하면서 감정적인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 한계가 국정감사장에서 그대로 표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특별수사팀의 국정원 사건 수사에 대해 “국정원 측이 저지른 혐의의 위중함에 동감하고 특별 수사팀 내부에 대표적 특수통, 공안통이 협력하는 모습에 주변 검사들도 남모를 지지를 보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사들의 ‘동행’은 권력의 외풍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졌고, 항명사태라는 서글픈 모습만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말았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