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으로 거듭나라’ 채찍질
# 밀당의 고수 홍명보?
손흥민은 지난 12일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선발 출전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후반 교체 멤버로 투입됐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손흥민은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끝난 뒤 7월 공식 출범한 홍명보호에서 제 자리를 확실히 꿰차지 못하고 있다. 홍명보호가 소화한 공식 A매치 가운데 3차례 선발로 출격해 3골을 넣었고, A매치 통산 5골을 올렸다.
그러나 손흥민이 붙박이 주전이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많은 축구 전문가들은 “홍 감독에게 손흥민이 확실히 신뢰를 받지 못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홍 감독은 누군가 홀로 튀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뒤 내놓은 슬로건은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이었다. 이는 ‘하나의 팀이 하나의 정신으로 무장해 하나의 목표를 향하자’는 의미다. 손흥민이 분명 출중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으나 대표팀을 향하는 매스컴과 팬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면 팀이 자칫 와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와 더불어 일각에서는 또 다른 견해를 전한다. 홍 감독이 손흥민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해 내린 선택이라는 것이다. 일명, ‘밀당(밀고 당기기)’이다. 손흥민에 얼마간의 자극을 주면서 최고 역량을 발휘하도록 했다는 것.
10월 A매치 2연전에서도 그랬다. 손흥민은 10월 12일 브라질 평가전(0-2 한국 패)에서 당초 기대와는 달리, 후반 19분 교체로 출전하는 데 그쳤다. 축구 담당 기자들이 10월 15일 말리 평가전(3-1 한국 승)을 앞두고 “손흥민의 출전 시간이 짧았는데, 말리전에는 선발로 나서느냐”는 질문을 하자 홍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마디를 남겼다. “대표팀이 손흥민을 위한 팀이 아니지 않느냐.”
그러면서도 홍 감독은 정작 경기 당일이 되자 손흥민을 선발로 출전시켰다. 솔직히 ‘손흥민을 위한 팀이 아니다’라는 홍 감독의 말은 ‘원 팀’에 어긋날 수는 없다는 대표팀 지론을 펼친 것이겠지만 어린 선수에게는 쓰라린 상처가 될 수 있을 코멘트인 건 분명했다. 스트레스를 받고 위축될 가능성도 농후했다.
다행히 모든 게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손흥민의 움직임은 아주 효율적이었다. 스코어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초반 완벽한 득점으로 골 맛을 봤다. 이전까지 A매치 1승3무3패로 저조한 결과를 냈던 홍명보호가 통산 두 번째 승전고를 울릴 수 있었던 결승골이라 더욱 의미가 컸다. 물론 홍 감독도 “손흥민은 자신의 역할을 잘해줬다”고 모처럼 칭찬했다.
# 포지션 경쟁도 변수
홍명보 감독(왼쪽 두번째)과 코치진. 연합뉴스
무엇보다 홍 감독은 김보경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팀과 동료에 대한 헌신적인 태도를 높이 산다. 홍 감독은 사석에서 “(김)보경이는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경기장에서 쏟아내는 타입”이라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는 후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손흥민이 홍 감독의 구상에서 완전히 어긋난 것도 아니다. 최근의 A매치 2연전을 통해 ‘주변과의 호흡’ ‘패스 플레이’ 등 그간 문제로 손꼽힌 부분들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대표팀이 처한 일련의 불안감도 역설적으로 손흥민을 돕고 있다. 대표팀은 원 톱은 물론, 섀도 스트라이커 운영을 놓고도 고민하고 있다. 전형적인 중원 요원인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을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 자원으로 평가전 엔트리에 투입했을 정도다. 구자철이 뛴 그 자리에 바로 김보경을 투입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이 경우, 손흥민 자리를 크게 위협할 선수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손흥민은 승부를 결정짓는 최적의 카드다. 전매특허인 빠른 발과 과감하면서도 저돌적인 몸싸움, 킥 감각 등 공격수로서 필요한 장점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 반드시 해결을 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의 존재가치는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