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중국도 녹인 일본 최고 히트상품
각종 이벤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자카야 체인 ‘쓰카다 농장’ 직원의 접객 모습(위쪽)과 럭셔리 침대열차 ‘일곱 개의 별’ 내부. 사진출처=닛케이트렌디
2013년 일본의 히트 상품 키워드는 극진한 환대 서비스, 즉 ‘오모테나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월간지 <닛케이트렌디>가 올 한 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상품을 분석한 결과, “고객을 성심성의껏 환대하는 서비스가 강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본래 친절하고 섬세한 서비스는 일본 상품의 강점이자 무기였지만, 2013년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특히 그동안 미치지 못했던 분야까지 오모테나시가 확대되었고, 업체마다 차별화를 둔 독자적인 서비스를 개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를 들어 최근 인기 급상승 중인 관광열차 ‘일곱 개의 별’의 성공 비결도 이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판 오리엔트 특급열차로 불리는 ‘일곱 개의 별’은 규슈 지역을 순회하는 초호화 침대열차다. 1박 2일에 15만 엔(약 160만 원)이 넘는 비싼 금액에도 불구하고 내년 6월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 일단 럭셔리한 내부시설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서비스도 호화로움 그 자체다. 특급호텔 수준의 서비스는 물론 전문 소믈리에를 채용해 고객에게 맞춤 와인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외국에도 알려져 얼마 전에는 홍콩의 대형여행사가 내년 여름 휴가시즌에 맞춰 열차를 통째로 사전 예약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요식업계에서도 서비스 정신을 발휘한 가게가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이자카야 체인점 ‘쓰카다 농장’은 “고객에게 오락과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는 것을 모토로 삼아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점원들은 언제나 웃음으로 접대하며, 고객들과의 대화를 통해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또 각종 행사나 깜짝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독자적인 서비스도 강화했다. 덕분에 쓰카다 농장은 올해 말까지 총 30개의 점포가 신규 출점할 예정이다. 다른 경쟁 업체들이 효과적인 차별화를 이루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 와중에 쓰카다 농장만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고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커피숍의 서비스가 화제에 올랐다. 커피 프랜차이즈업체 ‘고메다’는 아침을 거르기 쉬운 직장인들을 위해 오전 11시 이전에 음료를 주문하면 토스트와 삶은 계란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 같은 충실한 서비스에 힘입어 고메다는 8월말 기준, 일본 내 매장 수가 516개로 껑충 뛰며 높은 성장세를 보여줬다.
커피 프랜차이즈 ‘고메다’에서 오전 커피 주문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토스트. 사진출처=닛케이트렌디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 역시 오모테나시 정신으로 세계에서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했다. 처음에는 “고객의 뒷모습을 보고 인사를 해야 하다니 과잉 친절이 아니냐”는 해외 직원들의 얘기도 있었지만, 막상 서비스를 시작하자 매장 분위기는 한층 좋아졌다. 반일감정이 불거진 중국 시장에서도 악화된 판매 실적을 회복하는 데 오모테나시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그렇다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서비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산케이신문>은 이와 관련된 일화를 기사로 소개했다.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 총회가 도쿄의 제국호텔에서 개최됐었다. 당시 크리스틴 라가르드(58) IMF 총재는 셔틀버스가 정시에 도착하는 등 시간개념이 철저한 호텔 측에 고마워하며 “극진한 서비스에 감사하다. 완벽한 대접을 받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또한 처음 일본을 방문했다는 미국인 남성(60)은 “역에서 탄 택시에서 료칸(일본 전통숙소)의 이름을 잘못 말해 다른 곳으로 가 버린 일이 있었다. 도중에 택시기사가 알아차려 무사히 돌아갔지만, 추가 요금을 따로 받지 않았다”면서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캐나다 출신의 30대 남성은 가게에서 거스름돈을 받을 때가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다른 외국에서는 점원이 거스름돈을 던지듯 건네주지만 일본에서는 양손으로 공손히 전해준다는 것.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잉 친절로 느껴져 부담스러운 적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개점과 함께 백화점 문 앞에 죽 늘어선 점원들이 “어서 오세요”라며 머리를 조아릴 때는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 몸 둘 바를 몰랐다는 전언이다.
흔히 ‘일본인은 배려로 시작해 배려로 끝난다’고 말할 정도로, 일본인들의 오모테나시는 어찌 보면 참 고집스럽다. 그런데 그 배경에는 일본 특유의 풍토가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 있다.
도호쿠학원대의 사이토 요시유키 교수(55)는 “오모테나시는 일본의 역사와 전통에서 창출된 것으로 일본에서 자라면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쇄국으로 인해 외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에도시대가 길었던 점을 지적하며 “비 오는 날 좁은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끼리 우산을 조금씩 기울여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처럼 오모테나시는 좁은 지역에서 밀집해 살아가야만 하는 일본 특유의 풍토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