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음원 불티 서태지 앉아서 ‘돈방석’
1994년 최고 인기가수 서태지. 그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성시경의 ‘너에게’가 최근 주요 온라인 음원차트 1위를 싹쓸이했다. 일요신문 DB
<응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인생 역전’을 맞은 스타들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연기자는 남녀 주연을 맡은 정우와 고아라다. 둘은 10년 넘게 활동해온 연기자들이다. 하지만 <응사>에 출연하기 전에는 대중의 폭넓은 관심을 얻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연예계 전반에서 주가를 한껏 높이고 있다.
그 인기는 광고 시장에서 먼저 증명됐다. 광고와는 전혀 인연을 맺지 못했던 정우는 피자 CF를 시작으로 주류, 커피, 의류 브랜드 모델로 잇따라 발탁됐다. 고아라의 상황도 비슷하다. 새롭게 모델 제의를 받은 브랜드도 여럿이지만 앞서 모델로 활동하던 브랜드의 매출도 <응사>의 인기 덕분에 급상승했다. 실제로 고아라가 모델인 화장품 L 사의 경우 새로 출시한 에센스의 판매가 최근 20%가량 상승했다. 업계는 이를 고아라 효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 L 사에 따르면 이 화장품의 매출은 <응사>가 방송하는 주말 이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고아라는 오랜 연기 경력에 비해 ‘대표작 없는 연기자’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중학생 때인 2003년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한 그는 10년 동안 여러 편의 영화 등에 출연해오면서도 시청률은 물론 흥행과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신기하리만치 출연하는 모든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실력은 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냉혹한 평도 받았다. 고아라가 <응사>의 주연을 맡았을 때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고아라에게 반전의 매력을 끌어낸 건 <응사>다. 드라마에서 그는 마산 출신으로 ‘털털한’ 성격의 대학생 성나정을 연기하며 그동안 감춰왔던 자신의 재능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데뷔 후 줄곧 청순한 이미지를 고집하며 길렀던 헤어스타일부터 바꿨다. 몸무게도 늘렸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왔다. 고아라가가 새로 얻은 별명은 ‘선머슴’. 외모를 조금 망가뜨렸는데도 오히려 작품 출연 제의와 광고계약 문의는 늘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응사>를 시작하고 나서 두 개의 브랜드 광고 모델 계약을 새로 했다”며 “이전보다 작품 제의가 늘어나는 건 맞지만 일단 ‘응사’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 다른 활동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응답하라 1994>의 한 장면. 주연배우 고아라, 정우는 광고계에서도 ‘대세’임을 입증하고 있다. TV 화면 캡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영화 <바람>의 열혈 팬이었던 <응사>의 연출자 신원호 PD는 드라마를 기획하면서 “일단 만나자”고 정우에게 연락했다. 그가 맡을 배역을 정한 것도 아니었다. 정우가 쌓아온 탄탄한 연기력은 <응사>의 캐릭터인 ‘쓰레기’와 만나 폭발했다. 영화계의 러브콜도 잦아지고 있다.
<응사>의 효과는 의외의 곳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그 효과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분야는 역시 음악이다. 앞선 <응답하라 1997>처럼 적극적이지 않지만 <응사> 역시 당대 유행했던 대중가요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엔 가수 조규찬의 데뷔곡 ‘추억#1’이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에서 성나정과 쓰레기의 백허그 장면에 이 노래가 삽입됐고, 그 효과는 20년 만의 음원차트 진입과 조규찬 콘서트 티켓 판매 호황으로 직결됐다. 팬들의 반응이 뜨거워지자, 조규찬은 당초 예정하지 않았던 ‘추억#1’을 이번 공연에서 직접 부르기로 했다.
서태지의 노래 ‘너에게’도 20년여 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작진은 성시경에게 서태지가 부른 원곡의 리메이크를 맡겼고 이를 드라마 주제곡으로 택했다. 서태지의 노래가 다른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된 건 ‘너에게’가 처음. 이 같은 특수성과 함께 드라마 인기가 맞물리면서 이달 1일 공개된 ‘너에게’는 엠넷과 멜론, 올레뮤직 등 주요 온라인 음원차트 1위를 싹쓸이했다. 현재로선 정확한 음원 수입을 집계할 수 없지만 가요 관계자들은 저작권자인 서태지가 이 노래로 얻을 수익의 액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응사>의 인기는 단순히 드라마가 쌓은 시청률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드라마가 당대의 대중문화와 사회 분위기를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추억의 히트상품까지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제품이 착시효과로 이미지를 읽는 ‘매직아이’와 휴대용 호출기 ‘비퍼’의 재등장이다. 10년여 동안 잊혔던 매직아이는 최근 <응사>에 등장하면서 재출간도 활발하다. 시기를 같이해,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이동통신사에 사물인터넷 활용을 위한 비퍼 번호를 부여하기로 했다. <응사>에 등장하는 012, 015의 번호가 부활한다는 의미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