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내 보증금 돌려줘…”
경매에 내몰리는 골프장이 속출하자 골프장 회원권 보유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일요신문 DB
양평TPC골프클럽뿐만 아니라 2010년부터 최근 3년 내 전국 법원에 경매로 내몰린 골프장 관련 시설은 34곳에 이른다. 올해만 해도 경기 포천시의 ‘가산노블리제CC’, 제주 ‘라헨느골프장’, 전남 ‘레이크힐스순천CC’ 등 9건이나 된다. 그러나 골프장이 경매시장에 넘어간다고 해도 새 주인을 찾아 경영을 정상화로 돌리기는 쉽지 않다. 최근 골프장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투자금액도 수백억 원대로 큰 규모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이 지난 2012년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경매를 종류별 유찰건수로 나눠 조사한 결과 골프장이 평균 4.5회로 가장 많은 유찰건수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파트가 평균 1.31회 유찰되는 것과 비교된다. 골프장이 이렇게 유찰된다는 것은 결국 감정가의 30% 정도까지 낮아진 이후에나 낙찰된다는 뜻이다. 팔린다 하더라도 골프장 측이 부채를 모두 갚기는 힘들게 되는 셈이다.
지지옥션 측은 “그래서 경매 신청 액수가 비교적 낮으면 골프장 소유주나 운영업체가 채권자와 합의해 경매 취하를 유도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매가 진행 중인 일부 골프장에서는 영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을 추진하거나, 직접 입찰에 나서기도 한다.
골프장 경영이 어려워지면 가장 큰 불안에 떠는 이들은 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골프장이 법정관리를 들어가고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회원권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입회보증금은 골프장이 회원을 모집할 때 일시금으로 받는 돈으로 탈회할 때 내줘야 한다. 회원들은 보증금을 내고 계약기간 동안 회원으로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고, 골프장 입장에서는 그 돈으로 시설 투자나 채무 상환에 사용할 수 있다. 보증금은 적게는 2억 원에서 비싼 곳은 10억 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그런데 최근 회원권 시세가 하락하고 경기불황으로 도산하는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회원권 입회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 요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회원들의 밀려드는 입회금 반환 요청으로 곤혹스러운 것은 골프장 측도 마찬가지다. 적지 않은 반환금을 바로 마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 입회보증금이 일시에 빠져나가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 사정에 치명타가 돼 연쇄 부도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골프장 사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전국의 골프장 수는 440여 개. 그 중 입장객 부족 및 객단가 하락 등 경영난으로 부도가 난 사례는 제주도에 위치한 ‘제주CC’ 정도다. 현재 법정관리 중이거나 준비 중인 다른 골프장들은 자기자본 없이 높은 금리의 이자를 부담하면서 차입하는 등 무리한 투자가 문제로 작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측은 “골프장이 법정관리나 경매로 다른 사업자에게 넘어갔을 경우에도 법적으로 회원권이 인수자에게 승계되기 때문에, 입회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원제 골프장의 퍼블릭으로의 전환은 “3~4년 전부터 20곳이 퍼블릭으로 변경을 했다. 그러나 이는 세금이 비싼 회원제에서 세금부담을 덜기 위함이지 경영난 때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골프장 컨설팅업체 KS레저개발 김기세 대표도 “지금 법정관리나 경매에 넘어간 골프장들은 웅진·동양그룹 사태로 모기업 사정이 어려워졌거나, 2006년 이후 조성된 골프장들이 대부분이다. 2006년에서 2009년 당시 자기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무리하게 투자해 공사한 골프장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골프장들은 투자금을 메우기 위해 회원권 분양을 많이 했지만 생각보다 잘 되지 않자 기간을 줄여 5년 거치 회원권을 모집했다. 그때 판매된 회원권들이 반환 시점이 돌아와 최근의 사태를 야기한 것”이라며 “2005년 이전에 개장한 골프장은 과거에 비해 영업이익이 떨어진 면은 있지만 운영 잘 되고 있어 존폐위기까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향후 회원권을 분양하는 골프장의 경우 입회금의 일정 비율은 반드시 은행에 예치시켜 입회금반환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골프장 중에는 자기자본 없이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한 곳들도 있다. 따라서 골프장 사업시행자가 최소한의 자기자본비율을 갖고 사업에 임하게 하는 법적 제도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