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누이 김설송 ‘막후실세’로 부상
김정은 위원장. 로이터/뉴시스
북한의 개혁개방 속도에 있어서 급진적인 방법을 지향해왔던 장성택의 죽음으로 일단 북한의 거시적인 권력 구도에 있어서 군의 역할이 더욱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는 “물론 향후 군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대외적으로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개혁개방 움직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진행해온 핵실험 계획을 포함해 군의 급진적인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며 “장성택의 급박한 즉결처형은 그의 세력이 그만큼 위협적이었다는 것이고, 북한 체제가 매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 때문에 향후 얼마간은 체제안정을 위해서라도 군이 중용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배경 탓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제외하고 군 최고 권력자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최룡해는 군내 최고 권력자라는 점 외에도 선친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이 김일성 주석과 항일투쟁시기 동고동락했던 ‘백두산줄기’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누이 김설송으로 추정되는 여성. 당 경력만 20년이 넘는 김설송이 김 위원장 뒤에서 정국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윤걸 대표 역시 “지금 상황에서 김정은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최룡해다. 그에게 힘을 실어줄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장성택 처형은 ‘이제 나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권력을 가지려하지도 말라. 그러면 죽는다’는 메시지를 김정은이 던진 것이다. 이는 최룡해도 알 것이다. 최룡해 스스로 이전 장성택처럼 자신의 세를 불려서 치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분명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실제 권력 전면부에 나서 컨트롤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김정은의 이복누이 김설송이다. 김설송은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김일성)를 따라다녔다. 당 경력만 20년이 넘는다.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설송은 현재까지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그가 현재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외신에 의해 그로 추정되는 사진 한 장이 공개된 적이 있지만, 이 역시 정확하지 않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은 1973~1974년생이라는 것, 김정일의 본처인 김영숙의 소생이라는 것,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과 출신이라는 것, 어렸을 때부터 총명해 김일성이 항상 지근거리에 두었다는 것 등이다.
그의 신상에 관해선 아직 정보가 부족하지만, 김설송이 장성택 사후 김정은 뒤에서 정국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은 상당한 정황이 있다. 국내 한 대북단체에 의해 입수된 김정일 유훈 추정 문건에 따르면, 김설송은 이미 김정은의 고모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 김경희와 함께 북한 권력부의 통치자금인 비자금 관리책을 맡았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연합뉴스
북한의 한 내부 소식통은 “김설송의 존재는 향후 북한 권력 구도의 핵심 사안이다. 현재까지 김설송의 정확한 직책은 알려진 바 없지만,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중앙당 내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것이 분명하다”면서 “이러한 당 경력에 핏줄이라는 점을 놓고 본다면, 김설송은 분명 김정은의 최대 후견인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당과 군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김정은 뒤에서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본다. 이는 최룡해도 못하는 것이다. 김정은도 절대 무시하지 못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북한 내부에서는 장성택 처형에 김설송과 이름만 알려진 그의 남편 신복남이 개입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김설송이 장성택 사후 민심수습과 후속처리와 관련한 사안까지 계획했다는, 보다 세밀한 정보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설송이지만, 장막 뒤 숨겨진 그의 존재가 언제 전면으로 나설지는 시간문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