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합계 144.19점을 받으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김연아가 아닌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몫이 됐고 이로 인해 국내 팬들이 격분하고 있다. 김연아가 대한민국 선수이기에 국내 팬들만 격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 유수의 언론은 물론이고 피겨계의 스타들 역시 홈팀인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너무 높은 점수를 받은 데 반해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 김연아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애매한 판정, 지나친 홈 텃세 등으로 인해 김연아가 은퇴 무대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고도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TV 중계 화면 캡쳐
이처럼 반 러시아 정서가 확산되면서 그 여파가 엉뚱하게 안현수에게 튀고 있다. 안현수는 러시아로 위화해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땄으며 22일 새벽에 열리는 쇼트트랙 남자 500m와 쇼트트랙 5000m 계주에서도 메달 사냥에 나선다. 잘 하면 3관왕도 가능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적으로 버리고 러시아로 귀화했음에도 안현수는 이번 소치 올림픽 내내 국내 팬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그가 빙상계 파벌 싸움의 희생양이 돼 러시아로 귀화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안현수 측이 지목한 몇몇 국내 쇼트트랙 관계자들에게 비난 여론이 집중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안현수 귀화 과정에 대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연아 은메달로 인해 국내에서 반 러시아 정서가 확대되면서 적어도 현 시점에선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러시아안인 안현수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게다가 하루 뒤인 22일 새벽에는 안현수가 다시 한국 선수들과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 메달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소치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안현수가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편파 판정 금메달 논란의 엉뚱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