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친박 VS 비박 세포분열 시작됐다
기자와 새누리당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던 한 초선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로 거론되는 김무성·서청원 의원.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오는 4월 제19대 국회는 임기 반환점을 돌게 된다. 다른 말로 하면 다가올 제20대 총선거의 공천 획득을 위한 물밑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는 소리다. 이 초선 의원은 “2차 분열은 20대 총선 직전에 확실히 이뤄지겠지”라고 덧붙였다.
6월 지방선거는 새누리당의 권력지형이 요동치는 시발점이 된다. 7월 14일 전당대회의 결과를 점치게 한다. 6, 7월에 꼬인 이해관계들의 함수를 여러 정치 인사의 말을 빌려 풀어보면 이렇다.
“지방선거 다음날인 6월 5일, 언론에서 ‘새누리당 패배’라는 제목의 보도가 이어지는 순간 당은 격변기를 맞는다. 가장 큰 변화는 비주류의 득세와 친박 주류의 후퇴가 될 수 있다. 이번에 넘어지면 쉽게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여당이 밀어붙이면서 그간 미뤄뒀던 모든 일, 안 해도 됐을 현안이 큰 숙제로 다가온다”고 했다. 개헌 문제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후퇴 및 철회 사안이 다시 부상한다는 뜻이었다.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비박계 내지 중립 성향의 당내 비판세력은 40명 가까이 된다. 지금은 김성태 김용태 조해진 김영우 등 재선급 의원 일부와 이재오 정몽준 등 중진 일부가 눈에 띌 뿐이지만 사정이 바뀔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 부산 김희정, 울산 안효대, 강원 권성동 정문헌, 충남 홍문표 등 재선급에다 정두언 김정훈 심재철 정병국 이병석 이군현 등 삼선 이상급 비주류도 결집해 ‘내부 총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다른 여권 인사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지면 김무성 당대표 대세론 일색이 될 것이고 서청원 의원은 정치적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김득서실(金得徐失)’ 즉, 김무성 득세 서청원 실세(失勢)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황우여 당대표, 이한구-최경환으로 이어졌던 친박 핵심 원내지도부, 윤상현 홍문종 김재원 등 친박 일색인 당 지도부에 대한 반기 분위기가 형성되면 김무성 의원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그간 박 대통령의 소통 부재 문제를 전격 거론하며 청와대에 쓴소리도 삼가지 않았다. 정치권 사정에 능통한 한 기관 관계자는 이런 말도 했다.
“재선을 포기하고 대권 도전을 시사한 김문수 지사도 지방선거 성적표에 정치적 운명이 달렸다. 김무성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국회 입성이 가능할 것이고, 서청원 의원이 잡으면 대권은 희미해진다. 김문수 지사가 대선 경선 때마다 박근혜 저격수로 따발총을 쐈는데 친박계가 그의 무혈입성을 도울 리 없잖은가.”
재선을 포기하고 대권 도전을 시사한 김문수 경기지사. 박은숙 기자
특히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로 많은 정치권 인사가 주목하는 것은 ‘신 계파’의 출현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당내 절대 다수는 ‘입박현중(入朴現中)’ 세력이다. 19대 총선에서 박심으로 배지를 달았지만 지금으로선 중립 성향인 초선이 당내 과반 가까이 된다.
다른 초선 의원은 “박 대통령이나 그의 주변부가 공천을 준 것은 맞지만 다음에도 그들이 내게 공천을 준다는 보장이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앞서의 여권 인사는 이런 분석을 해줬다.
“김무성 의원의 크고 작은 모임에 가입했다고 김무성 라인이라 보기 어렵다. 차기 주자를 키워놓지 않은 상태여서 의원 대부분이 양다리, 세다리를 걸치고 있다. 가랑이가 찢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런데 차기 당대표 주자군에는 아직 거론되진 않지만 TK(대구·경북)에선 최경환, 유승민, 수도권에선 남경필, 충청권 역할론, 그 외 원희룡 같은 원외 주자도 나올 수 있다. 큰 덩어리로의 계파도 가능하고, 잘게 쪼개진 계파도 형성될 수 있다. 그게 이번 지방선거 이후의 관전 포인트다.”
친박계의 분화도 말하는 이들이 많다. 18대 국회에서 주류였던 친이계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혹은 책임공방에서 벗어나고자 티격태격했던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새누리당이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선거의 여왕’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고 박심이 통하지 않는 여의도 정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년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 일축했지만 지방선거 패배는 곧 개각 물꼬를 틀 것이란 관측도 많다. 개헌 이야기는 레임덕을 불러온다는 것이 정치권의 정설. 일부 정치권 인사는 “개헌과 개각이 동시에 나오면 박 대통령으로선 국정운영에 드라이브를 걸 수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현재 당 소속 광역단체장을 그대로 확보해내거나, 일부에서 탈환에까지 성공한다면 사정은 완전히 뒤바뀐다. ‘수도권 삼국지’ 즉, 서울시장·경기지사·인천시장 중 현재 새누리당 소속은 한 곳이지만 이를 유지하거나 한 곳을 더 빼앗는다면 서청원 의원을 기수로 한 친박계의 득세와 함께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그야말로 탄력 그 자체다. 한 전략통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새누리당은 계파고 뭐고 ‘이기고 보자’, ‘이겨야 내가 산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넣어놓고 반대편 후보보다 이길 가능성이 크면 계파고 뭐고 관계없이 그 사람을 공천하면 된다. 그게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