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충격 기자회견 “딸이 숨어서 울더라”
정수경 씨는 이달 말 미국으로 돌아가 자녀들과 함께 남편과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첫 번째 남자 첫 번째 여자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여인아 보고 또 보고 또 쳐다봐도 싫지 않은 내 사랑아.’
나훈아의 노래 ‘사랑’의 일부다. 이 노래는 나훈아가 부인 정수경 씨를 위해 만든 노래로 알려져 있다. 지난 83년 정 씨는 나훈아와 비밀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됐다. 세간에선 나훈아의 세 번째 결혼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을 첫 번째 결혼이었다.
“남편이 나를 만나기 전에 두 번 결혼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정식 결혼이 아닌 동거였어요.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가 된 것은 내가 처음이었죠. 또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것도 내가 처음이었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첫 남편이자 부인으로 부부가 됐고 행복한 신혼 생활을 시작했어요.”
‘사랑’이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두 사람의 신혼 생활은 너무나 행복했다. 83년에 결혼해 1남 1녀를 낳으며 서울에서 함께 지낸 이들 가족은 93년부터 떨어져서 지냈다. 정 씨가 두 아이와 함께 하와이로 떠나면서 나훈아는 기러기아빠가 된 것.
“우리가 하와이에 온 뒤에는 정말 잘 지냈어요. 남편 역시 기러기아빠지만 한 달에 한 번은 하와이로 왔고 여름 방학 때마다 두 아이와 함께 한국에 들어갔었죠. 겨울 방학이면 온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곤 했어요. 남편이 생활비를 부쳐주거나 하와이에 올 때 직접 가져다주곤 해서 경제적으로도 여유롭게 지냈죠.”
그럼에도 정 씨의 마음 한편엔 불안감이 있었다고 한다. 남편 나훈아 역시 자신과 함께 두 아이를 키우며 단란하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했지만 그런 마음이 언젠가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두고 가수 은퇴를 부탁했던 것도, 부부 사이에 뭔가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할 무렵 아이들과 함께 하와이로 떠난 것이 모두 그런 마음의 변화를 막기 위한 나름의 조치였어요. 그렇지만 결국 잘 안됐죠.”
# “노래 그만하고 여행하며 쉬고 싶다”
나훈아가 정 씨의 곁을 떠난 것은 지난 2006년 연말이다. 당시 나훈아는 너무 힘들어서 한동안 여행을 떠나 쉬도 싶다는 말만 남긴 채 7년 동안 가족의 곁을 떠났다.
“여행을 떠난다고 말한 뒤 한 달 정도 아무 연락이 없어서 내가 연락을 취하려 했더니 휴대폰을 비록한 모든 연락처가 끊겨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1년 정도 뒤에 다시 올 줄 알았어요. 1년이 지난 뒤에는 2~3년 정도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벌써 7년이 됐죠.”
뭔가 이상한 조짐은 2004년경부터 있었다고 한다. 그 즈음부터 나훈아가 이제 힘들어서 노래를 그만하고 떠나고 싶다는 얘길 자주 했다는데 정 씨는 그가 자신과 가족으로부터 떠나려 한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고 한다. 93년부터 지내던 하와이에서 2006년 여름 보스턴으로 이사한 계기 역시 나훈아의 요구가 이유였다고 한다.
“아들이 보스턴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뒤 남편은 꾸준히 나도 보스턴으로 가길 원했어요. 아무래도 오래 지낸 하와이에는 보는 눈이 많아 자주 와야 했지만 보스턴으로 가면 우리에게 오는 횟수를 줄여도 된다고 여긴 것 같아요. 같은 미국이지만 하와이에 비해 보스턴은 한국에서 꽤 멀어요. 그렇다고 남편 요구로 이사한 건 아니에요. 내가 딸이랑 단 둘이 하와이에서 지내는 것을 아들이 계속 걱정했었어요. 아무래도 남편과 떨어져 미국에서 두 아이와 지내다 보니 많이 각별했죠. 내게 아들은 때론 남편 같고 친구 같은 존재예요. 정말 서로에게 아무런 비밀이 없을 만큼 사소한 얘기까지 다 하며 지내거든요. 그래서 결국 아들 곁으로 가게 된 거예요.”
단란했던 한때의 가족사진들.
# 딸은 아직도 아빠 그리워해
2006년 연말 가족의 곁을 떠난 나훈아는 연락처까지 바꾼 뒤 사라졌다. 그나마 2007년에는 두 번가량 전화 통화를 했지만 2007년 가을 이후에는 완벽하게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심지어 2007년 나훈아와 정 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미국에서 결혼했지만 나훈아는 결혼식에도 오지 않았다. 2007년은 바로 나훈아를 둘러싼 각종 악성루머가 한국 사회를 뒤흔들던 시기다. 결국 정 씨와 두 아이는 나훈아와의 연락이 완벽하게 끊긴 상황에서 온갖 악성루머를 접해야 했다.
“아무래도 힘들었죠. 미국에 있어도 인터넷을 통해 소식은 다 접할 수 있고 아이들도 한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그런 얘길 다 들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우리하고도 연락이 끊겨 있는 터라 어찌 할 도리가 없었어요.”
결정적인 일은 2008년 1월 나훈아가 자청한 기자회견이었다. 연락이 끊긴 채 1년가량 보지 못한 나훈아를 그의 아내와 아이들 역시 TV로 중계되는 기자회견으로 다시 접해야 했다.
“저 개인적으로도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애들 보기가 민망했어요. 아이들도 상처를 받았죠. 딸이 고3 때인데 몰래 숨어서 울었어요. 그땐 정말 미칠 것 같았어요. 나는 물론이고 아이들도 기자회견을 다 볼 텐데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어요. 다른 사람을 위해 인터뷰하는 건 좋지만 수위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나이와 입지를 생각해도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죠.”
특히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 했다고 한다. 둘째 딸은 2008년 1월 당시 고3이었다고 한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딸이 혼자서 몰래 울고 있는 것을 보며 정 씨도 많이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애들이 어렸을 땐 정말 좋은 아빠였어요. 특히 둘째 딸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죠. 딸이 어렸을 땐 남편이 직접 머리를 빗겨주고 매니큐어도 발라줄 정도였어요. 매니큐어를 발라준 뒤 잘 마르라고 미니선풍기로 딸의 손톱에 바람을 쐬어 주기도 했어요. 또 남편이 자기 배 위에서 아이들이 장난감 가지고 놀게 할 정도였죠.”
나훈아가 가족으로부터 멀어진 뒤 악성루머에 휘말리고 기자회견까지 한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고등학생이던 나훈아의 딸은 많이 힘겨워 했다고 한다. 2008년 가을 미국 서부의 명문대학교에 진학했지만 결국 딸은 한 학기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엄마와 오빠가 있는 보스턴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아버지로 인한 상처를 안고 홀로 대학 기숙사에서 지내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보스턴으로 온 다음 해 인근의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고 한다.
# 20분 만에 끝난 나훈아와 정수경의 7년 만의 만남
나훈아가 정 씨를 떠나 있는 동안 연락이 끊긴 것은 두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가족들에게서 멀어진 뒤 아버지 없는 결혼식을 올린 아들은 아직도 아버지에게 화가 나 있지만 딸은 여전히 아버지를 그리워한단다.
“나한테는 그런 얘기 못하지만 딸이 제 오빠한테는 아빠에게 연락 오면 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그 얘길 듣고 또 얼마나 슬프고 미안했는지 몰라요. 이번에 한국에 와서 7년 만에 남편을 만났어요. 그리고 딸하고 통화하는데 딸이 ‘만났어? 어땠어? 우리 얘기 물어봐?’라고 묻는데 뜨끔했어요. 정말 남편이 애들 얘긴 단 한마디도 안했거든요. 그래서 ‘짧게 만나느라 정신없어서 아빠가 너희 얘긴 못 물어보셨다’고 얘기해주는데 정말 가슴 아팠어요.”
실제로 얼마 전 정 씨는 경기도 양평 소재의 아라기획 사무실을 찾아 나훈아를 만났다. 20여 분의 짧은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나훈아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책임질 테니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라고 정 씨에게 얘기했다. 그렇게 재결합하는 것일까.
“그때 남편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미국에서의 일(미국에서 이혼한 것)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귀국하라는 것인데 그건 불가능해요. 미국에서 남편과의 이혼을 취소하려면 남편이 직접 미국에 가서 일을 처리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자기가 직접 미국에 가진 않겠다며 나보고 미국에서 그 일을 정리하라는 건 앞뒤가 안 맞죠. 결국 우리하고 다시 같이 살 생각이 없다는 얘기예요.”
정 씨는 3월 말 다시 아이들이 있는 미국 보스턴으로 돌아간다. 하와이에선 오랜 기간 살았던 터라 나훈아의 가족으로 다 알고 있었지만 보스턴에선 그냥 평범한 싱글맘일 뿐이라고 한다. 이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딸과 아들, 그리고 며느리 등 가족과 함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남편 나훈아와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볼 계획이라고 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