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고현정 커플의 한복 결혼기념사진. | ||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과 이혼한 고현정씨의 위자료 규모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신세계측이나 고현정씨측이 공식 발표한 위자료는 15억원. 그러나 신세계그룹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부자인 데다, 고씨가 8년간의 결혼생활에서 1남1녀를 두었다는 점에서 과연 15억원으로 합의가 이루어졌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혼 발표 당시 고현정씨가 받는 위자료가 15억원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세인들은 이를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눈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오너 일가의 재산(주식 및 부동산 등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자산평가액)은 지난 2월 기준으로 1조1천5백7억원. 이는 재벌 랭킹 1위인 삼성그룹 이건희 일가, 롯데그룹 신격호 일가에 이은 국내 3위다.
또 지난 10월 대주주 지분변동 조사업체인 미디어에퀴터블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씨의 전 남편인 정 부사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1천8백4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때문에 1천억원대의 억만장자와 이혼하면서 안주인이었던 사람이 15억원의 위자료밖에 받지 못했다는 부분은 곧이곧대로 믿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게 세간의 시각인 듯하다.
특히 요즘 한창 인기가 높은 연예인들의 광고 출연료가 건당 최고 10억원대에 육박하고 있는 점, 고씨가 결혼 전 톱스타였던 점, 지금도 연예계에서 잇단 출연제의를 받고 있는 잠재적인 톱스타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15억원이라는 액수는 생각하기에 따라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인 것.
일각에서 고씨가 이혼합의 조건으로 ‘다른 배려’를 받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신세계 계열사 중 한 곳의 지분을 주었다’ ‘신세계 계열사의 영업권을 주기로 했다’는 식의 뜬금없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측은 “이런 식의 설은 모두 근거가 없고, 신세계가 상장업체라는 현실을 모르는 낭설”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 밝혀진 고씨의 이혼조건의 골격은 위자료 15억원과 자녀 양육권은 전 남편인 정 부사장에게 귀속하는 것 등 두 가지.
고씨는 이혼 조정신청 절차를 통해 조정신청 2시간 만에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다.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혼에 따르는 법률적 절차와 이에 따르는 양 당사자간 논쟁을 피하기 위해 이혼조정 신청이라는 묘수를 찾아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이혼과는 별도로 고씨가 현금 위자료 외에 별도의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냈는지 여부. 이에 대해 신세계측은 “아직까지 그런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만약 고씨가 전 남편(정용진 부사장)을 상대로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낼 경우 전 남편의 개인명의 재산규모에 비춰볼 때 15억원 이상의 위자료를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상 부부가 이혼을 할 때 재산분할에 합의하지 않았을 경우 한쪽 배우자가 이혼 후에도 2년 내에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법규상 재산분할 요구는 ‘결혼 후 재산증가분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분’만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결혼 후 증식된 재산의 최대 50%, 통상적으로는 30% 정도를 인정하는 추세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정용진 부사장이 결혼 뒤에 모은 재산은 얼마나 될까.
정 부사장이 고씨와 결혼 뒤에 증식한 부동산이나 보석류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실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주식의 경우 비교적 추산이 용이하다. 사실 정 부사장은 현재 주식 부자로 불릴 수 있다. 그는 2003년 11월 말 현재 신세계그룹의 모태인 (주)신세계 지분 4.8%와 광주신세계백화점의 지분 52.08%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현재 주가로 평가할 경우 1천8백40억원에 이른다.
이중 정 부사장이 지난 95년 결혼한 뒤 증식한 재산은 광주신세계백화점의 지분. 정 부사장이 지난 98년 4월 광주신세계백화점이 실시한 유상증자에 25억원을 내고 참여하면서 확보한 것이다.
▲ 지난 99년 한 요리학원 앞에서 <일요신문> 카메라에 잡힌 고현정씨. 4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어떻게 변했을까. | ||
현재 광주신세계의 주가는 11월 말 현재 4만1천원대. 정 부사장이 가진 이 회사의 주식수는 83만3천3백30주으로, 주식평가액은 3백42억여원이다.
만약 고씨의 위자료가 공식 발표대로 15억원이 확실하다면 향후 추가로 재산분할을 둘러싼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오가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현물’로 ‘배려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흔히 재벌가에서 이혼 등의 문제가 불거질 경우 현금 등이 세금문제로 이어져 자칫 재원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계열사 지분 증여’ 등의 방법이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 같은 방법을 택했다면 증여대상 1순위가 광주신세계일 수 있지만 2세 상속작업을 진행중인 신세계가에서 이 카드를 쓰진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13개 계열사 가운데 정 부사장이 대주주 지위를 확실하게 차지하고 있는 회사는 광주신세계백화점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 부사장은 주력사이자 지주회사격인 (주)신세계의 지분이 4.9%에 불과해 광주신세계 지분을 지렛대 삼아 (주)신세계 지분을 늘려야 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 부사장의 입장에서는 광주신세계 지분을 내놓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또 고씨의 입장에서 보면 신세계의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증여받아도 별 의미가 없다.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주)신세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건설이나 신세계아이앤시, 조선호텔 등이 바로 그런 예. 고씨에게 특정회사의 지분을 건넨다고 하더라도 (주)신세계가 해당 기업과 거래를 끊으면 무용지물의 회사가 되고 만다는 얘기.
유일하게 (주)신세계 의존도가 낮은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가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외국계 합작법인으로 (주)신세계 법인 이름으로 지분 50%를 갖고 있다.
때문에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을 변동하려면 상장법인인 (주)신세계를 끌어들여야 가능하다. 따라서 일각에서 나도는 것처럼 스타벅스 지분을 고씨에게 넘겨주기로 했다는 얘기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매장 영업권을 주는 문제는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다른 방법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부의 시각이다.
고씨는 이혼 방법으로 ‘조정신청’을 택했다. 따라서 위자료를 지급하기로 한 배우자가 혼인생활의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조정은 누구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도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위자료 부담 주체를 정할 수 있기 때문.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재판 과정에서 혼인의 파탄 원인부터 재산 형성 과정까지 시시콜콜하게 드러나기 십상이다.
법조계에선 고씨의 위자료가 ‘보통의 예보다는 많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고씨가 실제로 재산분할청구소송을 낼 경우 배우자였던 정 부사장의 재산형성과정에 어떤 공을 세웠는지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하지만 정 부사장이 갖고 있는 부의 대부분인 광주신세계의 지분 형성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논란을 빚고 있는 마당에 그 재산에 대한 분할청구소송을 내는 것만으로도 신세계쪽에선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정 부사장이 광주신세계의 기업활동에 어떤 공을 형성했는지 확증하기 어려운 것처럼, 고씨의 내조가 정씨의 기업활동에 어떤 공을 세웠는지 계량화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송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신세계쪽으로선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이혼조정을 통한 정-고 커플의 이혼이 이혼조정으로 완료된 것인지, 아니면 두 사람간 이혼전쟁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