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이용 ‘눈 가리고 아웅’
대기업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해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갖가지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회장단과의 오찬에서 ‘30대 그룹 상반기 투자·고용 실적 및 하반기 계획’ 발표를 듣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해외 일감몰아주기다. 삼성SDS의 개별재무제표 내부매출은 2012년 1조 9302억 원에서 2013년 2조 377억 원으로 큰 변화가 없다. 내부거래 비중도 43.63%에서 43.98%로 유지됐다. 그런데 연결재무제표상 이 기간 내부매출은 3조 4463억 원에서 4조 6158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총매출 증가분보다 많다. 덕분에 연결기준 내부매출 비중도 56.44%에서 65.5%로 치솟았다.
연결재무제표란 지배와 종속 관계에 있는 개별 회사들의 재무제표를 연결해 하나로 만든 재무제표를 말한다. 따라서 자회사 형태가 대부분인 해외법인들이 포함된다. 삼성SDS를 예로 들면 개별재무제표에는 반영되지 않던 삼성SDS의 중국법인(Samsung SDS China, Ltd.), 유럽법인(Samsung SDS Europe, Ltd.) 등이 연결재무제표에는 포함된다. 이 해외법인 매출액만도 2013년 1조 3482억 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명기되지 않은 기타법인도 개별재무제표상 16억 원이던 것이 연결재무제표에는 9536억 원이나 됐다.
삼성SDS의 지난해 개별재무제표 매출은 4조 6329억 원으로 전년(4조 4237억 원) 대비 4.7% 늘었지만, 연결기준 매출은 7조 468억 원으로 전년(6조 1059억 원)보다 15% 이상 급증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자녀들의 이 회사 지분율은 19.06%로 비상장사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인 지분율 20%에 못 미친다.
삼성SDS 측은 해외 사업이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삼성 관계사의 해외 사업과 관련해서 삼성SDS의 해외법인들이 그 관계사와 일을 하는 것을 국내와 같은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면서 “만약 삼성SDS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 사업기회는 글로벌기업이나 현지 로컬업체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부’의 측면에서 봐달라는 얘기다.
현대차그룹 광고대행사인 이노션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2012년 개별기준 내부매출은 4113억 원에서 2013년 1580억 원으로 줄었다. 그 비중도 53.98%에서 44.36%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연결기준 내부매출은 5212억 원에서 605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연결기준 내부매출 비중도 73.36%에서 92.18%로 치솟았다. 현대·기아차와 거래는 줄었지만 기타계열사와 거래를 크게 늘린 덕분이다.
현대차그룹 전산처리 회사인 현대오토에버도 마찬가지였다. 개별기준 내부매출은 2012년 7199억 원에서 2013년 8124억 원으로 1000억 원가량 늘었지만, 이 기간 연결기준 내부매출은 7952억 원에서 9145억 원으로 1200억 원가량 불어났다. 내부매출 비중도 개별기준 85%에서 87%로, 연결기준 86%에서 88%대로 높아졌다. 이 기간 현대오토에버 매출은 개별기준 8459억 원에서 9309억 원으로 10%, 연결기준 9220억 원에서 1조 339억 원으로 12% 늘었다. 정 회장은 이 회사 지분 10%를, 정 부회장은 20.1%를 각각 보유 중이다.
사업구조조정으로 일감몰아주기를 피해간 경우도 있었다.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20%를 넘는 삼성에버랜드는 개별·연결 모두 내부매출이 2012년 1조 4172억 원에서 2013년 1조 6554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 내부매출 비중도 52.5%에서 53.3%로 거의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외부매출이 대부분인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하고, 급식과 건물관리 등 그룹관련 사업을 떼어내면서 올해는 내부매출 비중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
현대차그룹 건설계열사인 현대엠코도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 결의로 올해 총수 일가 지분율을 35.6%에서 16.4%로 떨어뜨릴 예정이다. 이 회사의 개별기준 내부매출은 2012년 1조 8928억 원에서 2013년 1조 4709억 원으로 4200억여 원이나 줄었지만, 연결기준으로는 2조 2848억 원에서 2조 537억 원으로 2000억 원 정도 감소하는 데 그쳤다. 덕분에 개별기준 내부매출 비중은 65.85%에서 53.16%로 뚝 떨어졌지만, 연결기준 비중은 68.28%에서 60.28%로 8%포인트 정도만 낮아졌다.
한편 해외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이 적은 SK그룹은 개별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 모두에서 내부매출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최태원 전 SK 회장과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지분율이 48.5%에 달하는 SK C&C의 내부매출 비중은 2012~2013년 개별기준은 64.15%에서 47.89%로, 연결기준은 46.16%에서 41.46%로 각각 하락했다. SK C&C는 올해부터 중고차 유통사업과, 중고 휴대폰 판매 사업 등에도 진출해 내부매출 비중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