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침몰된 선박 내에 있는 동생과 조난 사실을 모르고 있던 누나가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
# 가족들에게 보낸 메시지
“할머니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어. 깜깜한 데에서 난간을 붙잡고 있는데 나 죽을라나봐”라는 말을 전하고 전화는 뚝 끊겼다. 할머니가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손녀 박지윤 양은 “할머니 끊어!”라고 소리치더니 끊어버렸다. 오전 10시 6분 손녀의 마지막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ㄹ’자 하나만 달랑 보낸 마지막 메시지에선 배 안의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가 느껴진다. 지금도 손녀의 휴대전화엔 신호가 가지만 손녀는 더 이상 회신이 없다. 할머니는 “며칠 전부터 배를 타기 싫다던 손녀를 어르고 달래서 배에 태웠다”며 사고를 당한 게 자신의 탓인 양 가슴을 치고 있다.
오전 8시 41분, 최초 조난신고가 접수되기 14분 전 아들 빈 아무개 군은 엄마에게 카톡으로 푸른 바다를 담은 한 장의 사진을 보냈다. 엄마는 “멋있다~”라며 화답했다. 그리고 1시간 뒤 엄마는 다시 카톡을 했다. “아들 괜찮아? 아들~ 아들 대답 좀 해봐.” 아들은 오후 1시가 넘도록 앞서의 ‘멋있다’라는 엄마의 감탄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신영진 군은 이대로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엄마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오전 9시 27분 “엄마 말 못할까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 이에 엄마는 영문도 모른 채 “왜? 카톡을 안보나 했더니... 나도 아들 사랑한다”며 해맑게 답장을 했다. 이로부터 20분이 지나서야 어머니는 아들이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속보를 접했다.
“누나, 배가 이상해. 쿵 소리 났어... 누나 사랑해. 그 동안 못해줘서 미안해. 엄마한테도 전해줘. 사랑해” 누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급히 전화를 걸었지만 동생은 받지 않았다. “3G도 잘 안 터져. 나 아빠한테 간다”라는 메시지를 끝으로 동생은 아직 누나 곁에 돌아오지 않았다.
“배가 뭔가에 부딪쳐 안 움직여. 실내에 있어서 크게 박살난지는 모르겠는데, 데이터도 잘 안 터져. 근데 지금 막 해경이 왔대.” 김웅기 군은 형에게 카톡으로 침몰사고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그래. 괜히 당황할 필요 없고, 정신 차려서 하라는 대로만 해. 데이터 터지면 다시 연락해. 마음 강하게 먹고 있어”라며 형은 동생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형의 카톡에는 노란색의 미확인 ‘1’자가 선명히 남아있다.
#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
“연극부 사랑해”, “다들 사랑해ㅠㅠ”, “나도 정말로 사랑해” 단원고 연극부원 30명의 단체 카톡 대화방에선 선배들이 잇달아 속마음을 전했다. 이어 “우리 진짜 죽을 것 같아. 얘들아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다 용서해줘. 사랑한다”며 선배들은 마지막 말을 남겼다.
정확히 오전 9시, 선생님은 38명의 제자가 있는 단체 카톡에 얼른 말을 걸었다. “얘들아 움직이지 말고 있어. 다들 괜찮니?” 제자들은 이름을 하나하나 말하면서 괜찮다고 신호했다. 또 이들은 “선생님 괜찮으신가요?”, “구명조끼 입으셨나요?”라면서 선생님을 되레 챙기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39명의 단체 카톡은 10시 45분 이후로는 아무 얘기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살아서 보자”, “이따 만나자”, “부디”, “제발...” 등 서로에게 보낸 간절한 소망만이 이들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다.
이시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