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 남편’ 땜에 못 살아!
영화 <러브레터>의 주인공 나카야마 미호가 최근 이혼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른쪽은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로 유명한 남편 쓰지의 셀카. 점점 중성적으로 변하고 있다.
나카야마 미호는 1980년대 후반 일본 최고의 아이돌스타였다. 청초한 매력으로 무대를 사로잡았으며 내놓은 음반마다 히트를 쳤다. 1995년에는 이와이 순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를 통해 배우로도 거듭났다. 특히 영화 속 그녀가 하얀 눈밭에서 “오겡끼데스까(잘 지내고 있나요)”를 외치던 장면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러던 2002년 6월, 나카야마는 돌연 결혼을 발표해 일본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상대는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수상자로,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로도 유명한 인기 작가 쓰지 히토나리였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쓰지가 공항에서 우연히 스친 나카야마에게 한눈에 반해 열렬히 구애했다고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10세 차이를 극복하고, 만난 지 8개월 만에 전격 결혼에 골인했다.
그 후 둘은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 3월 뜻밖에도 이혼설이 불거졌다. <스포니치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나카야마가 최근 이혼을 준비 중이며, 사실상 결혼생활은 파경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이혼사유가 독특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다름 아닌 ‘남편 쓰지의 중성화’가 그 이유였다.
음악적 재능도 뛰어난 쓰지는 2008년 록밴드를 결성하면서 “바야흐로 중성의 시대다. 멋있는 중성적인 할아버지를 목표로 하겠다”고 언급한 뒤, 외모가 점점 여자처럼 변해갔다. 화장을 하고 몸에 딱 붙는 의상을 즐겨 입었으며, 긴 생머리를 고수하기 시작한 것. 잡지에 연재하는 글에서는 “15㎏을 감량했다” “일본에 올 때마다 에스테틱을 찾아 피부 관리를 받는다” 등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숱하게 했다. 급기야 2011년에는 여장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일본 언론들은 “쓰지가 남성성을 잃고, 여성스럽게 변해간 것이 파경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나카야마의 한 지인은 “쓰지의 극단적인 변화에 나카야마가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고 밝혔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쓰지의 ‘미(美에) 대한 집착’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는 체중 52㎏을 유지하기 위해 식단 조절을 엄격히 했으며, 매일 5~10㎞씩 달렸다. 점심에는 와인 한잔을 곁들였는데 이것도 피부미용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나카야마와 결혼할 당시 쓰지는 짧은 머리에 수염을 기른 남성적인 이미지였다. 그러나 그는 점점 달라져갔다. 차츰 여장을 하고, 얼짱 각도로 ‘셀카’ 촬영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54세의 쓰지 히토나리의 변모는 마치 딴 사람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따라서 세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을 유발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간문춘>과의 인터뷰에서 나카야마는 처음으로 이혼설에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이렇게까지 큰 소동이 될 줄 몰랐다. 이혼을 협의 중인 것은 사실이다. 가능하면 따뜻하게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쓰지의 중성화가 이혼 사유로 지목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인정하면서 “하지만 원인은 여러 가지”라고 대답했다.
<러브레터>에서 나카야마 미호가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장면.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나카야마는 쓰지가 집필실에 여장남자들을 데려오거나 반대로 남장을 취미로 하는 여자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자녀교육에 무척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족과 친한 친구에게는 “남편의 행동을 아내로서 도저히 이해하지 못 하겠다”며 상담을 하기도 했다. 이후 인터넷에서는 “그동안 잘도 참아 왔다” “이혼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등 나카야마 동정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몇 년 사이 일본에서는 남성들이 여성스럽게 변하는 ‘중성화’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일부 남성들에게는 여장을 하는 것이 유행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흔히 ‘여장남자’하면 성적(性的) 정체성 문제로 오해하기 쉬운데, 이들은 결코 남자를 좋아해서 여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패션으로 여긴다거나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어서가 대부분이다. 여장 전문지 <여장시대> 편집장은 “여장은 어찌 보면 나르시시즘(자기애)의 극치라고도 할 수 있다. 직업상 많은 여장남자를 만나봤는데, 쓰지 씨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여장 외에도 “쓰지의 이성문제가 이혼 사유”라고 얘기하고 있다. 3월 31일 방영된 니혼TV 정보프로그램 <미야네야>는 “후쿠오카에 거주하는 A라는 여성과 쓰지가 자주 만나왔으며, 이것이 나카야마가 이혼을 결심한 원인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작년 11월께 나카야마가 우연히 두 사람이 교환한 메일을 보게 됐고, 부부사이가 결정적으로 삐걱거리게 됐다는 것이다. 방송은 “그즈음, 나카야마의 트위터에 불만과 체념 섞인 글들이 자주 올라온 것도 이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현재 나카야마는 5월부터 방영될 NHK 드라마 <플라토닉> 촬영을 위해 일본에 체류 중이다. 연속극 복귀작으로 무려 12년 만에 선택한 이번 작품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우연찮게도 미혼모. 2개월 남짓한 촬영 기간 동안 그녀는 “이혼 협의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에 반해, 쓰지는 이혼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족 세 명이서 살아온 지난 10여 년은 행복했다. 이 행복이 다음 10년에도 이어지길 바라며, 지키고 싶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한 쓰지는 파리 시내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친권도 포기할 생각이 없어, 일본 언론들은 “협의 이혼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