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베 - 왜 이리 날 괴롭히니? / 류현진 - 다 애정의 표현이야~
# A.J.엘리스(포수)
A.J.엘리스는 류현진에게 ‘바늘과 실’ 같은 존재이다. 류현진이 LA다저스 입단 후 가장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포수이다. 그래서인지 류현진은 A.J.엘리스에 대해 “한국에서 신경현(한화 포수) 선배가 있었다면 미국에선 A.J.엘리스가 존재한다. 한 마디로 최고의 파트너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A.J.엘리스가 류현진에게 궁금해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상대 공격 시간 동안 A.J.앨리스와 류현진이 더그아웃 근처에서 이야기하는 모습.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현진! 선수들이 이용하는 핫텁(욕조)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 대부분의 선수들은 핫텁의 물 온도를 95에서 100℉ 정도에 맞추는 편인데 넌 110℉ 이상 되는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더라. 트레이너들이 네가 사용한 핫텁 안에는 못 들어가게 해. 익는다고. 너도 나올 때 보니까 몸이 빨갛게 익어서 나오던데, 도대체 그렇게 물 온도를 뜨겁게 하는 이유가 뭐야?
“하하, 엘리스도 불편했구나. 한국에는 사우나와 찜질 문화가 있어. 어렸을 때부터 그곳에 자주 다니다보니 미지근한 물속에 들어가면 땀이 나질 않아. 다른 선수들은 낮은 온도에도 땀이 난다고 하던데 난 그렇지가 않아. 아예 안하느니만 못한 거지. 그래서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사우나를 즐기는데, 나로 인해 다른 선수들이 불편한가봐. 내가 핫텁에서 나오면 트레이너들이 그 안에 얼음물을 붓는 장면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거든. 푸이그였나? 어떤 선수는 내가 사용한 핫텁에 그냥 들어갔다가 기절하기 직전이었다며?^^”
―현진! 유리베, 곤잘레스 등이랑 한국 음식 먹으러 자주 다니던데, 왜 난 안 끼워주는 거야? 나도 한국 음식 좋아한다고! 특히 김치순두부는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야^^.
“하이 이디어! 한국 음식을 좋아하면 같이 먹으러 가자고 얘기하지 그랬어. 이디어는 경기 끝나면 항상 아내와 아이들이랑 함께 가니까 내가 먼저 어디 가서 저녁 먹자고 얘기를 할 수 없었어. 원정 경기 때도 마찬가지고. 앞으로 기회를 줘봐. 같이 순두부 먹으러 가게. 매팅리 감독님도 순두부찌개를 좋아하신다고 하더라고. 시간될 때 단체로 ‘토프하우스(순두부찌개집)’에 갈까?^^”
# 후안 유리베(3루수)
―현진아! 너한테 정말 궁금한 게 있어. 왜 이렇게 날 괴롭히는 거니? 내가 너보다 8살이나 많은 ‘형님’인데도 넌 나를 친구처럼 대하잖아.
후안 유리베가 마운드로 다가가 류현진을 격려하는 모습.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유리베! 이건 정말 분명히 말하고 싶어. 유리베가 먼저 날 귀찮게 하고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나도 절대 먼저 건들지 않아. 우리 솔직히 얘기해보자. 네가 날 너무 못살게 하잖아. 나도 맞고만 살 수 없다 보니까 대응한다는 게 지금처럼 서로 치고 받고 하게 된 것 같아. 하지만 사실 유리베와 이렇게 된 건 서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몸으로 표현했기 때문일 거야. 내가 영어가 서툴고, 의사 표현하는데 아직은 어려움이 있다 보니 유리베가 몸으로 얘기하도록 유도한 거 아니야(웃음)?”
―궁금한 게 또 있어. 다저스 선수들 중에서 오프시즌 때 한국에 데려가고 싶은 선수 3명만 꼽아봐. 물론 나는 당연히 포함돼 있겠지만(웃음).
“하하, 당연하지. 한국 팬들도 유리베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 유리베와 함께 한국에 간다면 정말 대단할 거야. 유리베 말고 한국에 같이 가고 싶은 선수로는 곤잘레스와 커쇼야. 유리베가 가는데 곤잘레스를 안 데려가면 분명 문제가 있을 듯해. 같이 밥 먹으러 다니는 삼총사인데. 그리고 커쇼한테는 한국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꼭 보여주고 싶어. 그런데 커쇼는 한국에 가서도 봉사단체 찾아다니며 좋은 일 하고 그럴 것 같아.”
<일요신문>에서는 다저스 선수들을 대상으로 평소 류현진에게 궁금했던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그 내용들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른쪽은 류현진과 푸이그, 유리베가 서로 치고 받으며 장난을 하는 모습.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칼 크로포드(외야수)
―현진이가 이 질문을 받으면 무척 당황할 것 같네(웃음). 도대체 영어 공부는 언제쯤 할 거야? 너랑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그래. 통역 없이.
“나도 정말 그러고 싶은데, 영어가 쉽게 늘지 않네.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지 않아? 눈치로 어림짐작하는 수준이^^. 요즘엔 테드 형(에이전트 보라스 코퍼레이션 한국 담당 직원)이 통화도 문자 메시지도 모두 영어로만 해. 그래야 빨리 영어가 는다고. 어렸을 때부터 앉아서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영어를 공부로 생각하고 접근하려니까 힘들어. 하지만 나도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 내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될 때, 제일 먼저 칼을 찾아갈 테니 그리 알라고.”
# 스캇 밴 슬라이크(외야수)
―언제부턴가 현진이의 머리 색깔이 와인색이더라. 왜 그런 색깔로 염색을 한 거야? 그리고 이왕 하려면 다저스를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해야 하지 않아(웃음)?
“내 머리 색깔이 부러워서 그런 질문을 한 거지(웃음)? 밴 슬라이크! 혹시 이거 알아? LA에 와인 색깔로 염색하는 붐이 일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이용하는 미용실 원장님이 그러시는데, 요즘 하도 와인 색깔을 찾는 염색 희망자들이 많아서 그 미용실에 그 색깔의 염색약이 다 떨어졌대. 너도 관심 있으면 나한테 미리 얘기해줘. 그 미용실 예약해줄 테니까.”
# 크리스 페레즈(투수)
―현진! 내가 클리블랜드 시절, 추신수와 함께 뛰었던 거 알아? 추신수가 형인 걸로 아는데, 실제 두 사람이 친한 지 궁금해.
“당연히 친하지. 내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 했을 때 가장 많은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선배님이야. 신수 형이 FA가 되면서 1억 3000만 달러를 받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 맺은 걸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그렇게 엄청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러웠어. 나도 신수 형을 보면서 새로운 목표도 생겼고. 그게 뭐냐고? 지금은 얘기 안할래. 나중에 때가 되면 말해줄게.”
# 브랜든 리그(투수)
“아닌데. 선발 등판하는 날 외엔 유리베 없어도 선수들과 재밌게 지내는 편인데 브랜든이 그런 모습은 보지 못했나보네. 우리 클럽하우스에서 보통 이상으로 시끄러운 사람은 딱 한 명이잖아. 내가 굳이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도 알지(웃음)?”
―혹시 한국 선수들 중에서 우리 팀으로 데려오고 싶은 선수가 누군지 궁금해.
“와, 이 질문 은근 재밌네. 그냥 내가 막 지목하면 되는 거지? 재미있자고 하는 거니까 소속팀 구단 관계자분들과 해당 선수들은 모두 이해해주시길! 먼저 (강)정호! (김)현수, (김)광현이, (김)태균이 형까지 모두 왔으면 좋겠어. 아, 그런데 태균이 형은 안 오겠다. 일본의 아픔이 있어서. 정호는 일본 말고 메이저리그로 꼭 왔으면 좋겠어. 정호 정도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거든. 광현이도 야구인생의 목표가 메이저리그라고 알고 있는데, 맞지? 그 목표 버리지 말고 계속 이어가길 바라. 그런데 브랜든 리그는 내가 거론한 한국 선수들에 대해 알까? 진짜 야구 잘하는 선수들인데.”
# 맷 켐프(외야수)
―그동안 경험한 홈런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은 언제야? 그리고 그 이유는?
“내가 프로에 첫 데뷔한 해가 2006년이었는데 그때 소속팀 한화이글스가 KIA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나를 선발로 내보냈거든. 그날 5회까지 1실점하면서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는데, 6회 이현곤 선배한테 만루홈런을 맞으며 역전했고,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만루홈런을 맞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지금까진 마지막이라 결코 잊을 수가 없지. 또 하나의 홈런은 2006년 8월로 기억하는데, LG 최길성 선배로부터 얻어 맞은 끝내기 홈런이야. 당시 8회까지 2실점하며 시즌 16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 최길성 선배로부터 허를 찌르는 홈런을 맞는 바람에 3-2승으로 끝날 게 4-3 역전패로 마무리 됐어. 그러고 보면 프로 데뷔 첫 해에 영원히 기억될 끝내기 홈런과 만루 홈런을 얻어맞은 셈이네.”
# 켄 거닉 MLB.COM 기자
―류현진 선수는 다저스의 선발투수 중 누가 최고의 방망이라고 생각하나?
“지금까지의 성적을 고려한다면 그레인키가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고 봐요. 웬만한 타자들보다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선발투수들의 타격 경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그레인키를 제외한 4명의 투수들은 모두 그레인키 타도를 외치고 있어요(웃음). 그런데 제가 마운드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타석에선 ‘2년차 징크스’를 겪고 있는 것 같아요 하하.”
# 존 수후(LA다저스 전속 사진기자)
“전혀요(웃음). 서로 연락처도 모르는걸요. 아는 여자 연예인의 연락처라면 소녀시대의 티파니는 알고 있어요. 전 이상하게 여자 연예인들이랑은 안 친해지더라고요.”
류현진은 자신에게 쏟아진 다양한 질문에 유쾌한 답변을 이어나갔다. 인터뷰 말미에 다저스 선수들의 질문에 대한 평가를 묻자, 류현진은 “예상밖의 질문들이 많았다. 정말 재미있었다. 선수들이 생각을 많이 하고 질문을 해준 것 같아 고맙고 기뻤다”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미국 뉴욕=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인터뷰+] “허니컷 코치님, 갈비로 모실게요” 허니컷 투수 코치. 다저스 선수들이 말한 류현진에 대한 질문은 기자가 4일 동안 다저스 선수들과 접촉하면서 받아낸 질문들이었다. 처음부터 쉽게 얘기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내일 다시 오면 그때 더 생각해보고 얘기해주겠다는 선수도 있었다. 제일 적극적인 선수는 류현진과 ‘류씨 형제’로 유명한 유리베였다. 유리베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제외돼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기자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질문이 있다며 재미있는 내용들을 끄집어냈다. 류현진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인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류현진의 골프 실력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내며 “만약 나를 집으로 초대한다면 어떤 음식을 해줄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단번에 “갈비!”라고 대답했다. 갈비양념장을 사서 갈비를 재운 후 맛있는 김치찌개를 해주겠다며 당장이라도 허니컷 코치를 초대할 듯한 태도를 내비쳤다. ‘다저스의 목소리’로 불리는 캐스터 빈 스컬리는 “메이저리그보다 더 좋은 한국 야구의 장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물었고, 류현진은 농담 삼아 “치어리더가 있는 응원문화?”라고 답하고선 폭소를 터트렸다. 또한 “말도 안 통하는 유리베, 푸이그와 금세 친해진 비결이 무엇이냐”는 빈 스컬리의 마지막 질문에 류현진은 “셋이 모두 영어가 안 되니까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라는 솔직한 대답을 내놓았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