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말리는 경쟁’ 끝나지 않았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
골키퍼 경쟁은 오래 전부터 축구 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정성룡(수원 삼성)-김승규(울산 현대)-이범영(부산 아이파크)이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실제로는 정성룡과 김승규의 2파전 구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이범영도 페널티킥(PK) 방어라는 특화된 장점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2% 부족한 게 사실이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최근 빼어난 성장세를 보여온 김승규의 중용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정성룡의 관록을 무시할 수 없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대선배’ 이운재(은퇴)의 시대를 끝낸 주인공이 바로 정성룡이다.
정성룡이 소위 말하는 ‘슈퍼 세이버’는 아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의한 실점이 많았다. 반면 김승규는 좀 더 화려한 선방이 많은 편이다. 정성룡과는 다른 타입이다. 무게감과 관록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밀리기는 해도 이는 언젠가 경험으로 채워질 부분이다.
수비라인에서도 경쟁은 있다. 대부분이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중앙을 맡고 좌우 풀백으로 박주호(마인츠)와 이용(울산 현대)이 유력하다고 본다. 박주호는 부상 회복이 더딘 김진수의 대타로 월드컵 최종막차를 타게 됐다.
공교롭게도 홍명보호 최종엔트리에 선발된 수비진 전원이 월드컵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다. 4년 전 남아공 대회를 앞두고 당한 불의의 부상으로 태극마크를 잠시 내려놓아야 했던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알 힐랄)에게도 기회가 돌아올 수도 있다. 주전이든, 백업이든 맡은 바 임무는 확실히 해내온 그이기에 홍 감독의 신뢰도 상당히 두텁다. 여기에 2년 전 런던올림픽에 ‘깜짝 승선’을 해 올림픽 홍명보호 주전으로 전 경기에 나선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지녔다. 더불어 왼쪽 풀백 윤석영(QPR)과 오른쪽 풀백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라는 남다른 프리미엄이 있다.
#허리와 공격라인
축구의 절반이 중원에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명보호는 항상 4-2-3-1 포메이션을 주로 활용해왔다. 원 톱 공격수를 두고 그 뒤를 5명이 커버하는 형태다. 기성용(선덜랜드)과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의 조합이 수비라인의 1차 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둘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 하지만 성향은 다르다. 기성용은 공격 성향이 강한 편이라 전진배치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수비 부담이 가중된다. 한국영이 뒤를 받친다는 것이다.
대표 선수들이 경기 전 워밍업을 하는 모습.
이들의 백업으로는 하대성(베이징궈안)과 박종우(광저우 부리)가 있다. 역시 성향이 다르다. 하대성이 기성용의, 박종우가 한국영과 경쟁하는 구도다. 일각에서는 기성용의 짝이 누구냐에 초점을 맞추며 하대성-박종우-한국영 등을 모두 거론하는데, 이는 분명히 다른 상황이다. 기성용의 짝으로는 엄밀히 말해 한국영과 박종우 중 하나가 될 공산이 크다.
좌우 윙 포워드에는 손흥민(바이엘 레버쿠젠)과 이청용(볼턴)이 가장 유력한 카드다. 변수는 있다. 멀티 플레이어 김보경(카디프시티)의 역할이다. 김보경은 ‘제2의 박지성(은퇴)’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전형적인 다용도 자원이다. 손흥민이 한 걸음 더 경쟁에서 앞서있다고 볼 수 있지만 김보경에 대한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신뢰는 상상 이상이다. 다만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뚜렷한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지속적인 출전’이라는 대표 선발 기준에 앞선 손흥민에 확실히 밀린다.
이청용은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전형적인 윙어라기보단 최전방을 책임지는 스트라이커에 가깝다. 실제로 홍 감독은 이청용의 백업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전방 공격진이 박주영(왓포드)과 김신욱(울산 현대) 등 2명이 전부라는 것을 감안해 공격 카드로 지동원을 쓰겠다는 생각이 크다. 지동원은 날개보다는 공격에 특화돼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섀도 스트라이커를 겸한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구자철(마인츠05)이 가장 앞서있고,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기억이 있는 이근호(상주 상무)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더불어 김보경-이근호 모두 측면과 중앙을 두루 커버할 수 있고, 이근호는 전방 요원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홍 감독도 “끝까지 지켜보고 있다. 평가전에 나갔다고 해서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몸싸움이 필요할 때 기술 좋은 선수를 내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대방에 대한 맞춤형 전략도 필요하다. 더욱이 우리가 가진 카드를 상대에 미리 공개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