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악화 속 ‘완공 기한 연장’ 경기도와 합의할지 주목…CJ라이브시티 “사업 정상화 기대”
#경기 북부 최대 개발 사업인데…
지난 5월 9일 CJ라이브시티는 CJ ENM에 899억 원을 이자율 연 4.60%로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CJ라이브시티는 CJ ENM으로부터 이자율 연 5.70%에 빌린 300억 원, 이자율 4.60%에 빌린 380억 원의 차입금을 보유했다. CJ라이브시티는 기존 대여금을 전액 상환하고 다시 899억 원을 빌렸다. 해당 차입금은 5월 17일 만기된 75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상환하는 데에 쓰였다.
이외에도 올해 CJ라이브시티는 216억 원 규모의 유동화대출, 696억 원 규모의 사채, 258억 원 규모의 외화차입금, 98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 등의 만기를 앞두고 있다.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환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앞서 올해 2월 1일 CJ라이브시티는 만기가 1년인 기업어음 2000억 원을 이자율 4.40%로 발행했다. 이를 통해 1000억 원 규모의 단기사채를 상환하기도 했다.
CJ라이브시티 사업은 2015년 경기도가 공모한 ‘K-컬처밸리 조성공모사업’에 CJ그룹이 선정되면서 본격화됐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 32만 6400㎡(약 10만 평)에 실내 2만 석, 야외 4만 명 규모의 K팝 전문 공연장 ‘아레나’를 비롯해 상업시설, 호텔 등을 짓는 사업이다. CJ라이브시티가 투입하는 사업비는 1조 8000억 원 정도다. 경기 북부 최대 규모의 개발 사업으로 관심을 모았다. 2016년 5월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는 관련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당초 CJ라이브시티의 완공 기한은 2020년 12월이었다. 하지만 착공이 지연됐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때 사업자 선정을 두고 특혜 의혹이 일었다. 무혐의로 결론났지만 당시 CJ는 11개월 동안 경기도의회의 행정 사무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CJ라이브시티는 사업계획을 여러 차례 변경했다. 사업계획 인허가 등 행정 절차에만 3년 넘게 소요됐다. CJ라이브시티는 2021년 10월에서야 CJ라이브시티 중 아레나를 착공했다.
하지만 2023년 4월 아레나 공사는 공정률 17%에서 여러 이유로 결국 멈췄다. 우선 원자재 값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공사비를 두고 시공사인 한화 건설부문(옛 한화건설)과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같은 해 2월에는 한국전력이 CJ라이브시티 아레나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에 2028년까지 대용량 전력공급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CJ라이브시티의 재무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CJ라이브시티는 자본잠식 상태에서는 벗어났다. 자본으로 분류되는 유형자산 재평가잉여금이 151억 원가량 증가한 영향이 작용했다. 다만 부채비율이 4738%에 달한다. 영업손실도 2021년 167억 원, 2022년 230억 원, 2023년 244억 원으로 증가 추세다.
CJ라이브시티 지분 90%를 보유한 CJ ENM은 외화사채와 기업어음 등에 지급보증을 하며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규모는 3000억 원이 넘는다. CJ ENM도 재무 부담이 있는 상태다. 지난해 CJ ENM은 14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국토부 "경기도와 '라이브시티'가 합의하라"
지난해 10월 CJ라이브시티는 완공 기한을 연장해달라며 국토교통부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에 사업협약 조정을 신청했다. 당초 완공 기한인 2020년 12월을 넘기면서 지체상금이 계속 쌓이는 점이 CJ라이브시티에는 부담이었다. 지체상금은 계약 기간 내에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을 때 내는 배상금이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토부는 PF 조정안을 발표하며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가 상호 합의하라고 권고했다. 국토부는 경기도에 완공 기한 재설정과 지체상금 감면을 권고했다. 국토부는 CJ라이브시티에는 사업부지 유지와 성실의무 이행, 지체상금 감면 규모를 고려한 공공기여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아직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3월 22일 경기도는 감사원에 조정안에 대해 사전컨설팅을 의뢰했다. 사전컨설팅은 법령과 현실의 괴리 등으로 적극적 행정 업무처리가 주저되는 사안에 대해 업무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감사기구에서 검토해주는 제도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완공 기한을 연장하거나 지체상금을 감면해주면 배임이나 특혜, 다른 사업장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감사원에서는 조정안이 적정한지, 경기도가 이를 수용했을 때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감사원 사전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데는 접수부터 30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CJ라이브시티 측은 완공 기한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전력 공급 등은 CJ라이브시티의 귀책 사유가 아니니 완공 기한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완공 기한이 재설정되면 이에 따른 지체상금 규모도 정해진다. 올해 상반기 사업 재개가 확정될 경우 CJ라이브시티가 설정한 아레나 완공 목표 시점은 2026년 말이다. 경기도와 합의가 잘 이뤄진다면 외부 투자 유치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양시도 사업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고양시의회는 지난 5월 3일 열린 제28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철조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CJ라이브시티 공사재개를 위한 협력·지원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경기도를 상대로 조정안을 적극 수용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고양시 한 관계자는 “감사원에 빨리 결과를 내달라고 요청하고 경기도에 조정안 수용 등을 촉구하고 있다”며 “고양시는 미착공 부지를 주차장 등의 공공 용도로 활용하고 재산세를 면제해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레나가 완공될 경우 수요는 충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해외 팝스타들이 공연을 하러 왔을 때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 이 때문에 한국을 패싱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며 “K팝 저변이 넓어지면서 관련된 관광산업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합의 완료 시 다양한 국내외 투자 및 조달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른 시일 내 경기도와의 합의가 마무리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길 바란다”며 “경기도와의 완공 기한 재설정 등 합의에 따라 완공 이후 부과되는 지체상금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납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CJ ENM 관계자는 “재무적인 결정은 회사의 전략하에서 이뤄지고 있다”고만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