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척급 매물’에 공룡들 군침
KT가 알짜 계열사 KT렌탈을 매각하기로 하자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KT금호렌터카 고속터미널점.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지난 6월 27일 KT는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을 통해 “ICT(정보통신기술) 융합 사업자로서의 역량 집중을 위해 계열사 KT렌탈과 KT캐피탈의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KT의 공식 발표가 있자마자 IB(투자은행)업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올해 국내 M&A 시장이 급격히 침체해 있던 터에 알짜로 알려진 두 회사가 매물로 나오자 분위기가 반전된 것.
황창규 회장이 취임하면서 KT가 일부 계열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는 계속 흘러나왔다. KT와 황 회장 역시 통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시너지 효과가 없는 계열사를 정리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일부에서는 올 초 대규모 명예퇴직 실시로 재원 문제가 발생,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몇몇 계열사를 매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KT가 렌탈과 캐피탈을 팔겠다고 나서자 놀란 사람이 적지 않다. 두 회사 모두 비록 황창규 회장이 추구하는 통신사업 역량 강화에 어울리지 않지만 KT 내에서 손꼽히는 알짜회사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렌터카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KT렌탈은 지난해 매출 8852억 원에 영업이익은 970억 원, 당기순이익은 323억 원을 기록했다. KT캐피탈은 지난해 2202억 원의 매출에 470억 원의 영업이익과 36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두 회사 모두 한 해 수백억 원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계열사다.
지난 4월 1월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기준, KT의 계열사는 비금융회사 48개와 금융회사 9개를 합해 57개다. 이 가운데 이익을 내는 계열사는 10개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KT가 이 중 2개 계열사를 팔겠다는 것이다. 김미송 현대증권 연구원은 “KT렌탈 장부가는 1570억 원이며, KT캐피탈 장부가는 1724억 원”이라며 “두 기업이 모두 우량하므로 매각이 이뤄지면 KT의 연결기준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계열사 매각 시 KT 전체 영업이익에서 15%가량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에서 놀랄 수밖에 없다.
특히 KT렌탈의 매각 결정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KT렌탈은 KT가 2010년 인수한 금호렌터카와 합병 후 렌터카시장 점유율 2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AJ렌터카의 시장점유율이 13%라는 점을 감안하면 KT렌탈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 가능하다. KT렌탈이 매물로 나오자 현대차, SK, GS 등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현대차와 SK는 각각 현대캐피탈과 SK네트웍스를 통해 렌터카시장에 진출해 있다. 현대캐피탈은 렌터카 시장점유율 9.6%로 3위를 달리고 있고 SK네트웍스는 6.4%로 그 뒤를 쫓고 있다. 누구든 KT렌탈을 가져가면 단숨에 1위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 뿐 아니라 2위인 AJ렌터카와 격차를 현격하게 벌릴 수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관심 있게 보고는 있으나 아직 공식적으로 제안이 온 것이 없어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KT렌탈이 매물로 나왔다는 것 자체도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주관사가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여기저기서 흥행시키기 위해 애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KT렌탈의 신용등급 하락이 매각 이유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렌터카 사업의 특성상 차량 구입 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 자금을 빌릴 때 신용등급이 하락해 조달 금리가 상승하면 그만큼 사업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것.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3일 KT렌탈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으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으며 나이스신평 역시 지난 6월 10일 KT렌탈과 KT캐피탈의 신용등급을 모두 ‘AA-’에서 ‘A+’ 낮춘 바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대기업서 렌터카 탐내는 이유 해마다 쑥쑥 ‘매력만점’ 현대차, SK그룹 등 대기업들이 최근 렌터카·중고차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각을 결정한 KT렌탈을 비롯해 현대캐피탈, SK네트웍스 등 대기업들은 이미 렌터카 시장에 진출해 있다. 5월 말 기준으로 렌터카시장 점유율을 보면 KT렌탈이 25.4%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AJ렌터카가 13.3%로 2위, 현대캐피탈이 9.6%로 3위, SK네트웍스가 6.4%로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중소업체들이 나눠 갖고 있는 상태다. 렌터카시장은 해마다 평균 14%가량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증권가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한 해 10% 이상 성장하는 사업이 별로 없어 연평균 14% 성장세를 보이는 렌터카시장이 매력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이 탐내지 않을 수 없다. 렌터카시장은 중소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대기업들에는 유리한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렌터카 사업에는 차량 구입비와 보험료 등이 어마어마하게 소요된다”면서 “차량 보유 대수 등이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금력이 모자란 중소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확 높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렌터카업체는 3년마다 차량을 교체해야 한다. 금리가 달라지는 업체의 신용등급에서도 대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은 나아가 중고차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SK는 이미 SK엔카를 통해 중고차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중고차사업에 힘쓰고 있다. 경기도 분당과 시화, 경남 양산에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