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수원지법 안산지청 형사 제8단독 재판부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배우 성현아에게 벌금 200만 원의 유죄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성현아가 (브로커로 알려진) 증인 강 아무개 씨의 알선에 따라 (성매수자로 알려진) 증인 채 아무개 씨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가 입증됐다“고 밝혔다.
성현아는 검찰의 대대적인 연예인 성매매 수사에서 거의 유일한 유명 연예인이었다. 검찰 수사로 처벌을 받은 다른 여자 연예인은 대부분 이름과 얼굴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들이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수많은 유명 연예인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검찰은 취재진에게 해당 연예인들은 해당 수사와 무관하다고 분명히 밝혔다. 당시에도 성현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만 검찰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검찰은 성현아를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사회적인 화제만 양산했을 뿐 별다른 성과가 없는 연예인 성매매 수사라는 사회적인 비난이 들끓는 상황에서 왜 검찰이 유명 연예인인 성현아를 정식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약식기소를 했는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검찰이 정식 재판에서 유죄를 받을 확신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만 해도 매스컴은 약식 기소된 여자 연예인을 성현아가 아닌 ‘유명 연예인 A’라고 이니셜 보도했다. 성현아가 약식기소를 받아들였다면 비록 각종 루머와 뒷말의 대상은 됐을지언정 언론은 계속 이니셜로만 보도했을 터라 실명이 매스컴에 공개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성현아는 검찰의 약식기소 처분에 억울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로써 성현아의 실명이 공개됐고 정확한 혐의도 드러났다. 당시 성현아가 받은 혐의는 2010년 2월과 3월 사이 개인 사업가 채 씨와 세 차례 성관계를 맺고 5000만 원을 받은 것이었다. 이 과정에선 성매매 브로커로 알려진 강 씨도 연루돼 있었다. 시점으로 볼 때 성현아는 첫 남편과 이혼하고 재혼하는 사이 몇 개월 사이에 성매매를 했다는 게 된다. 그만큼 사회적인 파장은 커졌다.
재판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성현아 측이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비공개 재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판 때마다 수많은 취재진이 법정을 찾았지만 모두 법정 밖 복도와 법원 현관 등에서 성현아가 들어가고 나가는 모습만을 취재했을 뿐이다. 당연히 성현아는 묵묵부답이었다.
성현아의 정식 재판 청구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많았다. 검찰이 세간에 화제만 양산한 채 단 한 명의 유명 연예인도 정식 기소를 하지 못한 것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유일한 유명 연예인 성현아까지 약식 기소를 하면서 혐의를 확실히 밝히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을 정도다. 게다가 성현아가 실명이 공개되는 것을 개의치 않고 정식 재판을 청구한 것 역시 정식 재판에서 무죄를 밝힐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했다.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터라 재판부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아무런 예측이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공판이 거듭됨에 따라 성현아의 유죄 판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성매매 혐의의 경우 수사 과정은 물론이고 재판 과정에서도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 미혼 남녀가 성관계를 가진 것은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를 대가로 금전이 오갔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성관계를 가진 것과 금전이 오간 정황이 분명할 지라도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혐의 입증이 불가능하다. 둘이 사랑해서 성관계를 가졌으며 금전 거래는 단순한 선물이거나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대가성을 밝히는 게 가장 어려운 분야가 바로 성매매다.
따라서 성현아와 성매수자 채 씨, 그리고 성매매 브로커 혐의를 받고 있는 강 씨 등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면 유죄 판결은 힘들다. 재판의 특성상 피고인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할 경우 검찰이 성매매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성현아의 무죄 판결이 유력해 보였던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공판 과정에서 만난 성매매 브로커 혐의를 받은 강 씨의 측근은 기자에게 “절대 성매매가 아니다. 성현아 씨가 누명을 쓰고 힘겨워하고 있다”면서 “기자에게 모든 사정을 다 말할 순 없지만 성현아 씨가 당시의 복잡한 상황들로 인해 성매매를 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강 씨 역시 성현아를 비롯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여자 연예인들이 힘들 때 사심 없이 도와준 것일 뿐인데 다른 연예관계자의 음해로 성매매 브로커로 알려진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강 씨 역시 재판 내내 이와 같은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진다. 성현아는 이미 무죄를 주장하며 약식기소를 거부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한 상황이며 증인이자 피고인인 강 씨 역시 성매매 브로커라는 혐의를 부인하며 성현아 역시 성매매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변수는 채 씨였다. 공판이 한창 진행되는 과정에서 만난 한 이번 재판 관계자는 “재판에서 채 씨가 공소 사실을 대부분 인정해 다른 두 피고인 성현아와 강 씨가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며 “채 씨는 이미 검찰 조사 과정에서부터 관련 혐의를 인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세 피고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성매수자 혐의를 받은 채 씨가 성현아에게 돈을 건네고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두 피고인의 진술과 엇갈리게 됐다. 재판 과정에서 만난 강 씨의 측근은 “왜 채 씨가 그런 진술을 하는 지부터 잘 따져봐야 한다”며 “억울한 상황에 몰린 성현아와 강 씨의 진술이 채 씨의 진술보다 훨씬 신빙성이 높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지만 법원은 결국 성현아에게 벌금 200만 원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다른 피고인 두 명도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강 씨는 징역 6월에 3280만 원 추징, 채 씨는 벌금 300만 원 형을 받은 것. 재판부는 “법정에서 피고 채 모 씨와 강 모 씨의 증언을 모두 듣고, 증언의 구체성과 자연스러움에 비춰봤을 때 강 모 씨보다 채 모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성현아 측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성현아 측 변호인은 성현아와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성현아는 억울하다며 검찰의 약식 기소도 받아들이지 않고 정식 재판을 요청한 만큼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건은 경제적인 부분이다. 성현아는 이번 재판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기 위해 자신 소유의 명품 가방과 시계, 예물 등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진 터라 항소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거액의 변호사 수임료를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현재의 남편과도 1년 전부터 별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