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김한길 친노 문재인 다 떠나라”
새정치민주연합의 7·30 재보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계파 갈등이 꼽히고 있다. 비노 김한길 전 대표(왼쪽)와 친노 문재인 의원. 연합뉴스
<일요신문>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와 공동으로 정계은퇴가 요구되는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일요신문>과 ‘조원씨앤아이’는 7일(목) 하루 동안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추출은 성·연령·지역 할당에 의해 실시했으며 무선RDD 방식을 이용했다.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서 최대허용오차 ±3.1%p. 응답률은 2.29%로 기록됐다.
<일요신문>은 조사에 앞서 형평성을 위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최종 대상자 9명을 선별했다. 선정 기준은 만 60세 이상 최근 5년간 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원내·외 정치인으로 ‘의원직 3선 이상(지역구 의원)’ ‘대선출마 경험(최종 후보)’ ‘당대표 경험(대행포함·현직제외)’ 중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한 인물에 한정했다. 한마디로 의정경험과 정당 권력 중심부에서 활동 경력이 있는 고령의 중진급 인물을 추려낸 것이다.
이렇게 추려진 인물은 여권의 서청원, 이인제, 정몽준, 황우여 4명과 야권의 김한길, 문재인, 이해찬, 정동영, 정세균 5명이었다. 이미 19대를 끝으로 정계 은퇴를 예고한 문희상 의원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조사에서 정계 은퇴 대상 정치인 1위는 응답자 중 18.9%가 꼽은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였다. 2위는 18.8%를 기록한 문재인 의원으로 나타났다. 1위인 김 전 대표와는 불과 0.1%p 차이다. 사실상 공동 1위나 다름없다.
서청원 최고위원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3명 중 1명이 은퇴 요구 대상자로 야권의 전직 당대표와 대권후보자를 지목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앞서 치러진 6·4지방선거의 부진과 7·30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이 조사 결과에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무엇보다 1위를 차지한 김한길 전 대표는 비노 신주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간발의 차로 2위에 오른 문재인 의원은 친노 구주류의 좌장이다. 이들이 나란히 1·2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결국 야권 전체에 대한 민심의 냉엄한 경고라 할 수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각종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바닥을 기고 있는 새정치연합이 선거에서도 잇따라 패배한 부분에 대해 표면적으로 많은 이유가 있지만, 결국 그 내막에는 고질적인 ‘계파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정계의 중론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나듯 민심은 결국 ‘친노건 비노건 책임질 자는 모두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조사 결과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볼 필요도 있다. 문재인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PK지역(부산·울산·경남) 응답자 중 23.1%로부터 은퇴요구 대상 정치인으로 지목받았다. 이는 15.8%로 2위를 기록한 김한길 전 대표보다 한참 높은 1위다. 문 의원은 자신의 지역에서조차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조사결과만 보면 대선 재도전은커녕 차기 총선에 도전한다고 해도 당선을 장담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편, 앞서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여권에선 서청원 최고위원이 은퇴요구 대상 1순위로 지목받았다. 친박 진영의 가장 큰 어른인 서 최고위원은 지난해 정계복귀와 함께 당권 탈환에 도전했지만 결국 김무성 대표에 밀려 실패했다. 전당대회 당시 서 최고위원은 여론조사에서 이인제 최고위원에 밀릴 만큼 참담한 스코어를 기록했다. 김무성 대표를 견제할 유일한 카드로 지목됐던 그였지만 당권 탈환 실패로 점점 권부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퇴장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정몽준 전 의원이 상위권에 들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였던 정 전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패배로 대권 레이스에서 뒤처졌다는 관측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