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사례 모방… `캣맘’ 조직 관건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할까, 말까(?)> 광주시가 내년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거리에서 길고양이를 보호하고, 길고양이에서 거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다. 서울 강동구청이 ‘집 주변의 길고양이들을 잡아가라’는 민원과 ‘길고양이 학대를 막아달라’는 상반된 민원 속에서 찾은 대안을 광주시가 따라하려는 것인데, 성공 여부가 관심이다. <광주시청사 전경>
[광주=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할까, 말까(?). 광주시가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광주시는 길고양이들이 거리에 내몰리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비를 내년 예산에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이 예산이 반영되면 광주 자치구 중 한 구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고, 결과가 좋으면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길고양이 급식소’는 서울 강동구가 ‘집 주변의 길고양이들을 잡아가라’는 민원과 ‘길고양이 학대를 막아달라’는 상반된 민원 속에서 만화가 강풀이 제안해 찾은 대안이다.
강동구는 고양이가 먹이를 찾아 헤메는 과정에서 쓰레기를 뒤지거나 분변 냄새 등을 유발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급식소를 차린 것이다.
이를 광주시가 따라하려는 것인데, 급식소 설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섣불리 도입을 못하고 ‘검토 중’에 있는 것은 양 자치단체간에 사업추진 과정에 있어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강동구청은 지난해 5월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해 구 내에 있는 ‘캣맘’(길고양이 보호활동을 하는 이들)으로 구성된 미우캣보호협회와 ‘길고양이 사료그릇 시범사업’업무협약을 맺고 18개 전 동 주민센터에 사료그릇을 설치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강동구와 다르다. 급식소를 함께 운영해 나갈 ‘캣맘’이 없다. 시도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사업 성공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강동구는 관이 주도한 게 아니라 ‘캣맘’이라고 불리는 주민들이 정책을 제안했다.
이를 관과 함께 수차례 협의해 민관 거버넌스로 탄생시킨 것이다. 즉 일각에선 광주시와 같이 일방적인 관 주도 정책으로는 강동구의 성공 신화를 재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강동구는 캣맘들이 문제해결에 자율적으로 나서게 되면서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했다”면서 “만일 시가 주도하더라도 함께 할 캣맘을 모집하지 못하면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인근 주민의 동의가 없다면 주기적으로 물과 식량을 공급할 시 오히려 고양이들이 많아지고 문제가 더 심해질까봐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우선은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나 실태 조사를 한 뒤 급식소 정책을 신중히 추진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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