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DNA’ 확 바꿔 위기 탈출 일단 성공
구본준 부회장은 LG전자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독한 LG’를 강조했다.
LG전자의 이 같은 모습은 구본준 부회장 취임 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준 부회장은 예전부터 LG 내에서도 독하기로 유명했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벗어나 구 부회장 체제의 오너 경영이 시작되면서 LG전자가 많이 변했다는 평가가 종종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2010년 10월 1일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LG의 변화는 예견된 일이었다. 구 부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기본을 독하게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 2011년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는 “독한 문화를 DNA로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한 LG’를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구 부회장은 인사·조직개편 등을 통해 전임 전문경영인인 김쌍수-남용 부회장 아래서 굳어진 LG전자의 체질을 변화시켰다. ‘품질경영’을 강조했고 ‘G시리즈’를 속속 발표하며 뒤처져 있던 스마트폰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LG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 9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 부회장의 독기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관계를 보면 LG전자가 영업적인 면뿐만 아니라 경쟁사와 관계에 대해서도 독하게 임하게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특히 생활가전 부문에서 두드러지는데, 재계 일부에서는 경쟁심이 너무 심한 탓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2011년 열린 ‘LG FPR 3D TV기술설명회’. 일요신문 DB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사사건건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세탁기 파손 문제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두 번도 아니고 무려 다섯 번이나 같은 제품을 파손한 것은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럼에도 LG에서는 사과보다 우리 제품을 폄하했으므로 회사 이미지와 제품 경쟁력이 훼손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었다”며 수사를 의뢰한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LG전자 관계자는 “파손한 적 없다고 누누이 밝혔다”면서 “저쪽(삼성)에서도 수사를 의뢰한 것이지 누구를 처벌해달라는 것이 아니니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에어컨 기술 관련 자료 유출 문제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적으로 LG의 문제다”라고 한 반면 LG전자 관계자는 “전직 임직원들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면서 언급하기를 꺼려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전통적으로 TV,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부문 강자였던 LG가 삼성에 계속 쫓기고 TV 등 일부는 추월당하자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대응 방식이 거칠게 느껴진다는 평가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 취임 이후 LG의 적극적인 대응과 오버가 낯설 정도”라고 전했다.
LG전자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오너 경영 체제로 변한 후 태도가 달라졌다느니, 경쟁심의 발로라느니 하는 쪽으로 연결하지 말아 달라”며 “생활가전 부문 1위인 우리가 이전투구나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프리미엄 이미지로 1등을 달리고 있는 우리가 일부러 싸울 일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10월 1일 LG전자 대표 취임 4주년을 맞은 구본준 부회장이 앞으로 어떤 독한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