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투톱’…코스피는 누가 끌어?
한국 증시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부진이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 초 230조 원을 넘었던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최근 170조 원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158만 원을 넘던 주가도 110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1배 수준인 112만 5000원을 지킬 것이라 기대하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낙관하기 어렵다.
먼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 달 새 7조 원에서 4조 원대로 급전직하했다. 1분기만 해도 8조 원이 넘었는데, 6개월 새 반 토막 가까이 난 셈이다. 이익의 원천이던 스마트폰 수익성이 중대한 한계에 봉착한 탓이라 한두 해 사이에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같은 삼성그룹 계열 삼성증권의 황민성 연구원조차도 “삼성전자의 분기 이익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개선되기 어렵고 내년 연간 이익은 올해보다 7%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하며 처음으로 3분기 4조 원대 영업이익 전망(4조 7000억 원)을 내놓을 정도다.
이런 삼성증권의 보고서가 나오자 증권사들도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3분기 영업이익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동양증권은 처음으로 3조 원대(3조 9500억 원)를 내놓았고, 교보증권은 4조 2600억 원으로 제시했다. 우리투자증권도 기존 전망치 5조 9070억 원을 4조 3210억 원으로 낮췄고, 아이엠투자증권은 6조 4800억 원을 4조 7200억 원으로 고쳤다. 메리츠종금증권도 5조 4000억 원을 4조 8000억 원으로 수정했다.
현대자동차는 참혹한 수준이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한국전력 본사 부지 인수 3인방의 시가총액 합은 지난 4월 초 111조 원에 달했다. 하지만 한전 부지 입찰에 앞서 100조 원 아래로 밀렸고, 낙찰 이후에는 90조 원선도 내줘야 했다. 4월 초 이후 약 23조 원의 기업가치가 증발한 셈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엔화 약세 우려로 목표주가를 30만 원 아래로 떨어뜨렸고, 한전 부지 ‘10조 베팅’ 소식까지 전해지자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노무라증권은 한전 부지의 개발 비용을 “배당과 연구개발(R&D), 시설 확장에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본의 비효율적인 사용”이라고 평가했다.
CIMB증권도 “기부채납과 세금, 개발비, 이자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7~8년간 총 16조~20조 원의 자본 지출이 있을 것”이라며 “새 비즈니스센터 건설을 통해 돌아오는 수익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노무라증권은 현대차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기도 했다. JP모건(비중확대→중립)과 골드만삭스(매수→중립)도 현대차의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하고 목표가도 각각 23만 원(20.3%↓), 20만 원(25.8%↓)으로 내렸다.
긍정적인 해석도 없지 않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낮아지는 것은 부정적인 요인이지만,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렸던 이익 성장분이 다른 업종으로도 퍼지는 긍정적인 부분도 찾아볼 수 있다”며 “투톱 종목의 하락에도 지수가 잘 버텨내고 있는데, 이는 내수주와 경기민감주 등이 반등하거나 반등을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두 간판 기업이 계속 부진하다면 코스피가 2100선을 넘기기도 어려울 수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 2000선이 유지되는 데는 한국전력, 네이버, 아모레퍼시픽 등 내수 및 소비 관련주들의 급등 덕분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의 규모에 한계가 있다 보니 지수를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지금보다 5% 오르면 시가총액이 10조 원 이상 늘어난다. 코스피지수를 20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릴 정도의 힘이다. 시가총액 13조 원인 아모레퍼시픽은 10%가 올라도 시가총액은 1조 3000억 원 늘어난다. 코스피로 따지면 3포인트 정도의 견인력이다. 아모레퍼시픽 같은 종목 15개 정도는 있어야 삼성전자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
게다가 내수 및 소비 관련주 주가는 이미 많이 오른 탓에 그만큼 추가상승 여력이 떨어진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익명의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어려워지면 이들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압력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면서 “전자와 자동차 관련 산업이 거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두 회사의 부진은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주가지수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열희 언론인
중화학주는? 덩치 값 못하고 ‘아 옛날이여’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부진이 증시의 가장 큰 부담이지만, 엄청난 덩치를 가진 조선·중공업과 화학주들의 부진도 적잖은 부담요인이다. 보통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과 시가총액이 비슷한 경우가 많은데 조선·중공업과 화학주들은 시장가치가 덩치에 한참 못 미친다. 이들 중화학주들은 지난 2011년 코스피 사상최고치(2231.47)를 견인했지만, 이후 코스피 수익률을 밑도는 부진한 주가흐름을 보였고, 이 때문인지 코스피도 전고점을 넘보지 못하고 있다. 정유회사들도 덩치 값 못하는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한때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의 한 축을 담당했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니다. 연매출이 44조 원이나 되는 SK에너지는 올 상반기 적자다. 이러다 보니 SK에너지 지분을 100% 가진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는 고작 7조 8000억 원. 연매출 30조 원이 넘는 S-오일도 상반기 영업이익은 적자다. 시가총액은 매출의 6분의 1 수준인 5조 원이다. 연매출 22조 원대인 GS칼텍스 지분 50%를 가진 GS의 시총은 4조 원도 안 된다. GS칼텍스가 올 들어 적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구조적인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당분간 실적개선은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