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뒷전’ 연봉은 ‘빵빵’ 관피아 몰린다
왼쪽부터 국내 5대 금융지주인 신한·우리·하나·NH농협·KB금융지주. 일요신문 DB
현행 금융지주법상 이사회의 사외이사는 ‘3인 이상 과반수’면 된다. 즉, NH농협금융지주 이사회처럼 7명의 이사가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을 경우 사외이사는 4명이면 족하다. 그럼에도 신한·하나·KB·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는 사외이사들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기업과 달리 금융사는 투명성과 함께 공공성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라며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들은 그만큼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은 12명이다. 한동우 회장(사내이사)과 서진원 신한은행장(기타비상무이사)을 제외하면 무려 10명이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인 남궁훈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비롯해 고부인 산세이 대표, 권태은 나고야외국어대 국제비즈니스학과장, 김기영 전 광운대 총장, 김석원 전 신용정보협회 회장, 이만우 전 한국회계학회 회장, 이상경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정진 진코퍼레이션 회장, 히라카와 하루키 평천상사 대표,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시아 리테일부문 본부장이 신한금융의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
신한금융 이사회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재일동포가 많다는 것. ‘재일동포 자본으로 설립한 은행’이라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고부인·권태은·정진·하루키, 네 명의 이사가 재일동포다. 다른 회사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상법과 금융지주사법상 금융사가 아니면 두 곳의 (사외이사) 겸직이 가능하다. 김기영(대한유화공업), 이만우(GS홈쇼핑) 이사다. 김기영 이사는 지난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신한금융으로부터 3000만 원을, 대한유화공업으로부터 3000만 원을 각각 보수로 받았다. 연간으로 치면 두 곳에서 1억 2000만 원을 받는 셈이다. 이만우 이사는 지난 6개월 동안 감사위원으로서 신한금융으로부터 3300만 원을, GS홈쇼핑으로부터 2400만 원을 받았다. 이 이사 연봉도 1억 원이 넘는다.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역시 8명의 이사 중 사내이사인 김정태 회장을 제외하고 7명이 사외이사다. 정광선 중앙대 명예교수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박문규 에이제이 이사, 오찬석 전 한영회계법인 대표, 윤종남 법률사무소 청평 대표변호사, 송기진 전 광주은행장, 김인배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하나금융의 사외이사다.
이들 중 오찬석 이사는 LG하우시스의 사외이사(감사위원장)를 겸직하고 있다. 오 이사는 지난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LG하우시스로부터 3000만 원(감사위원 1인당 평균)과 하나금융으로부터 3200만 원(사외이사 1인당 평균)을 합해 6200만 원을 보수로 받았다. 오 이사는 지난해 3월 하나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우리은행과 합병을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도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7명의 이사 중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는 이순우 회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6명이 모두 사외이사다. 특이한 점은 지난 3월 21일을 정기주주총회에서 우리금융 사외이사가 대폭 물갈이됐다는 것.
정기주총 전에는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박영수 법무법인 강남 대표변호사, 이두희 고려대 경영대학장,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이헌 법무법인 홍익 파트너 변호사, 박존지환 아시아에볼루션 대표, 이형구 예금보험공사 기금관리부장, 이상 7명이었으나 3월 21일 이후 이용만·이두희·이헌·이형구·박존지환 이사가 퇴임하고 오상근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최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임성열 예금보험공사 기획조정부장,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이 새로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용만 전 이사가 맡고 있던 이사회 의장 자리는 박영수 이사가 맡았으며 사외이사 수는 7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우리금융 전략기획부 관계자는 “5명 모두 임기가 만료됐으며 재선임되지 않았다”고 교체 이유를 밝혔다.
이용만 전 이사는 만 81세의 고령에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지난 1990년대 초 은행감독원장과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지난 17대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도 활동했으며 이후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을 지냈다. 우리금융의 ‘모피아’, ‘낙하산’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모피아 사외이사로 따지자면 지난 2012년 설립된 농협금융지주도 만만찮다.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달리 농협금융의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7명의 이사 중 4명이 사외이사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2차관, 손상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현정택 전 KDI 원장이 농협금융의 사외이사다.
이사회 문제를 촉발시킨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6월 말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10명의 이사 중 9명이 사외이사다. 이사회 의장인 이경재 전 중소기업은행장을 비롯해 김영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황건호 서울대 경영대 초빙교수, 이종천 숭실대 경영대 교수, 조재호 서울대 경영대 교수, 고승의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김영과 전 한국증권금융 대표, 김명직 한양대 경제금융대학장,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가 그들이다.
대부분 현직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지만 이들의 경력을 살펴보면 정부기관 출신이 적지 않아 ‘관피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경재 의장은 은행감독원 부원장보와 한국은행 이사·금융결제원 원장을 지냈으며 황건호 이사는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을 지냈다. 고승의 이사는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 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다. 김영과 이사는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을 거쳤으며 신성환 이사는 현재 기획재정부 기금평가단장을 함께 맡고 있다. 이들의 경력을 들여다보면 금융권 일각에서 KB금융이 관피아 논란과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
KB금융 이사회는 현재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해 새로운 회장을 선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9명의 사외이사 중 임영록 전 회장 취임 후 선임된 3명을 제외하고 6명의 사외이사가 임영록 전 회장을 적임자라며 KB금융의 새 회장으로 선임했지만 해임을 의결하고 또 다시 새 회장을 선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사외이사들이 사는 법 거수기 네 번하니 3000만원이 떡!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들은 평균 6000만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각 금융지주사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 6명에게 1인당 평균 3000만 원을, 감사위원 4명에게는 1인당 평균 3300만 원을 지급했다. 연봉으로 따지면 사외이사는 6000만 원, 감사위원은 6600만 원이 된다.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 1인당 3200만 원을, 감사위원은 2700만 원을 보수로 받았다. NH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은 각각 3000만 원과 2000만 원을 받았으며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은 각각 3900만 원과 4400만 원을 받았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는 1인당 1600만 원, 감사위원은 1인당 2900만 원으로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적게 받은 것으로 나와 있으나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 감사위원회를 사외이사로 모두 꾸림으로써 사외이사에 대한 보수는 지난 1분기만 반영한 것이다. 즉 3개월 동안 1600만 원을 받았다. 또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 3월 정기주총 이후 사외이사 수가 줄었고 이 중 4명(오상근·최강식·임성열·장민)이 우리은행 사외이사까지 겸임하고 있어 다른 금융지주와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우리은행 측은 “지주회사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기본급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위 공직자 출신, 변호사, 대학교수,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등 각 분야 전문가인 이들에게 평균 연봉 6000만 원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비상근직으로 이사회가 열릴 때만 참석해 의결사항을 한꺼번에 처리하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 상반기 이사회는 정기 두 번, 임시 두 번, 모두 4번 열렸다. 이사회운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이사회 내의 소위원회는 이사회가 열리는 날 몰아서 했다. 올 상반기 사외이사들은 신한금융 이사회에 네 번 참석하고 3000만 원을 보수로 받았다. 회의 한 번 참석에 750만 원인 셈이다. 하나금융은 올 상반기 이사회가 5번 열렸으며 농협금융은 9번, KB금융은 8번, 우리금융은 지난 6월까지 13번 열렸다. 그나마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경우 불참해도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 참석할 때마다 별도로 교통비 등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이용한다. 물론 이들이 하는 일은 회사 경영 등과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 자금 확보 방안, 신사업 진출, 인수합병(M&A) 등 경영 전략을 통틀어 결정해야 한다. 경영진 외에 이들이 회사의 흥망성쇠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사회 의결사항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찬성’에 손을 들었다. 올 상반기 신한금융 사외이사들은 이사회를 포함해 소위원회 의결사항까지 전부 찬성에 서명했다. 반대표를 던진 이사는 단 한 명도,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같은 사정은 하나금융과 농협금융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농협금융의 4명의 사외이사는 상반기 9번 열린 이사회에 모두 참석해 이따금 불참한 사외이사들이 보이는 다른 금융지주사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KB금융 역시 전부 찬성 일변도였다.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사건’은 우리금융이 유일했다. 지난 1월 6일 열린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당시 이형구 사외이사는 ‘광주·경남은행 분할계획서 수정(안)’에 대해 유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 전 이사는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예보)의 기금관리부장으로서 최대주주 대리인 격이다. 따라서 당시 이 전 이사의 반대표는 예보의 뜻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의결사항이라면 무조건이다시피 찬성을 하면서도 정작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이 비난받고 있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수개월간 내분에 시달리고 회장과 행장의 해임·사임으로 경영 공백 상태가 초래됐음에도 KB금융 사외이사 중 그 누구도 사임한 사람이 없다. 오히려 KB금융의 수장으로 가장 적임자라며 임영록 전 회장을 선임한 이들이 이사회를 통해 임 전 회장의 해임을 결의했으며 현재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해 새 회장 선임 작업을 하고 있다. 인사와 관련해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들이 갖고 있는 권한은 막강하다. 이사회와 소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물론 회장과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추위를 구성할 수 있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선임할 수 있다는 데서 막강 권한이 나온다”며 “각 사외이사들도 다른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어 로비전이 치열하다는 얘기가 허투루 나온 말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본인이 퇴임 의사를 밝히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임기가 대부분 5년까지 가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사외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럴 경우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뜩이나 찬성표 일색인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