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 대주주 일가의 상장사 보유주식 담보대출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상장사 보유주식 63조 6300억 원 중 10%인 6조 3500억 원이 금융권 등에 담보와 질권으로 설정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15일 전했다.
주식담보대출은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중에 돈을 갚고 담보 주식을 돌려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로 투자 심리 위축이 일어날 수 있고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폭락할 경우 금융권의 반대매매(대여금 회수)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소액 주주 피해가 우려되기도 하고, 심할 경우에는 최대주주 변경으로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
30대 그룹의 대주주 일가 425명이 상장사 116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중 108명이 38개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이는 대주주 일가 4명 중 1명, 주식 보유 계열사는 3곳 중 1곳의 비율로 주식담보대출이 이뤄진 셈이다.
30대 그룹 중 삼성, 현대차, 롯데 등 11개 그룹은 주식담보가 전혀 없었다. 또한 부영과 미래에셋은 상장사가 없다. 따라서 이들을 제외한 17개 그룹으로 주식담보대출 현황을 좁혀보면, 대주주 일가의 전체 주식자산은 17조 7700억 원이고 담보비율을 37.4%로 높아진다.
그중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두산그룹이다. 주식자산 9400억 원 중 8940억 원어치가 담보로 제공돼, 주식담보비율이 95.1%에 달했다.
두산은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해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박정원 박진원 박태원 박서원 등 3~4세 경영진 15명이 보유한 두산과 두산건설 주식 대부분이 금융권에 담보로 설정돼있다.
2위와 3위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부그룹과 한진그룹 오너 일가로, 각각 주식의 90% 이상을 담보로 잡혀 있었다.
동부그룹은 김준기 회장과 김정희 여사, 자녀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 김주원 씨 등 대주주 일가 4명의 동부건설, 동부CNI, 동부제철, 동부증권, 동부화재 등 주요 계열사의 보유 주식가치 1조 960억 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주식담보비율은 90.9%.
한진그룹 역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제외한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오너 3세와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 등이 상장사 지분 1600억 원 중 1460억 원 상당을 담보로 제공해 주식담보비율이 90.1%에 달했다.
4위는 이호진 전 회장이 중병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태광그룹으로 주식담보비율이 88.3%다. 이 전 회장의 경우 담보 제공된 주식의 3분의 2 이상이 공탁(금전·유가증권·기타 물품을 공탁소에 맡기는 것)이다.
5위는 형제간 다툼에 따른 경영권 방어 자금이 필요했던 효성그룹으로, 조석래 회장을 비롯해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등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비율이 73.1%로 높다.
이외에 한화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각각 66.8%와 66.6%의 주식담보비율을 나타내, 대주주 일가 주식 자산의 절반 이상이 담보로 제공돼 있었다.
이어 CJ(46%), 동국제강(27.4%), LS(26.9%), OCI(19%), GS(18.3%), LG(12.6%), SK(12.4%), 한라(11.2%), 현대그룹(10.5%) 순을 나타냈다. 코오롱은 주식담보비율이 1.1%로 미미했다.
반면 삼성, 현대차를 비롯해 롯데, 현대중공업, 신세계, 대림, 현대백화점, 영풍, KCC, 한국타이어, 한진중공업 등 11개 그룹은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내역이 없었다.
한편 이번 대주주 일가의 상장사 보유 주식은 10월10일 기준이며, 주식담보비율은 보유 주식자산 대비 담보 제공된 주식가치로 계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