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서 넘어온 이들 ‘액상값 인상 예고’ 또 한숨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로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일반 담배는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지만 전자담배는 그렇지 않다. 전자담배는 오프라인 전문 매장과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20~30% 싸게 살 수 있다. 반면 복잡한 것이 싫고 편하게 구매하고 싶다면 오프라인 매장을 찾으면 된다. 또한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장은 고장이 나더라도 사후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사후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니코틴 용액은 국내 온라인에서는 법적으로 구입할 수 없어 ‘해외 직구’를 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야 한다.
전자담배는 액상을 담는 카트리지(용기), 카트리지에 담긴 액상에 열을 가해 연기로 만들어 피울 수 있게 해주는 무화기, 무화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로 구성돼 있다. 먼저 무화기는 수많은 업체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점유율 측정이 힘들다. 전자담배가 인터넷 쇼핑몰,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음지’에서 팔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프라인 매장을 놓고 보면 인기 있는 무화기 모델은 대부분 국산으로 H, N, V 제품이 있다.
이 세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서울 강북구의 한 전자담배 매장을 찾아 직접 가격을 알아 봤다. H, N, V는 무화기 두 개에다 650mAh 배터리 두 개, 충전기 등으로 구성된 세트를 14만 원가량에 팔고 있었다. 650mAh 배터리는 하루 한 갑 정도 피우는 흡연자의 경우에 하루 종일 피우기에는 부족한 용량이다. 따라서 흡연자들은 두 개의 배터리를 충전해두고 번갈아 사용하거나 용량이 더 큰 배터리를 선택한다. 일단 흡연자가 이 세트를 구매하면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은 갖춘 셈이다.
흡연자들이 입맛 따라 담배를 고르듯이 전자담배는 액상을 자기 입맛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전자담배 액상은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담배보다 그 종류가 훨씬 많다. 크게 담배 맛 계열, 멘솔(박하) 맛 계열, 과일 맛 계열, 음료 맛 계열의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담배 맛 계열을 보더라도 부드러운, 강한, 순한, 구수한 맛 등으로 다시 나눠지고 과일 맛도 딸기, 포도, 복숭아, 수박 등이 있어 액상의 맛은 셀 수 없이 늘어난다.
전자담배 액상 가격은 오프라인 매장 기준 20㎖에 2만 6000원부터 비싼 것은 3만 9000원까지 있다.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1㎖를 대략 일반 담배 1갑 분량으로 본다. 1갑 2500원인 일반 담배와 비교해 봤을 때 싸다. 그러나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가격이다. 전자담배 애용자들이 국제배송비를 지불하면서도 ‘해외 직구’를 이용하는 이유다.
전자담배 액상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은 지난 2010년 1월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과세 기준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 1㎖당 담배소비세액 400원, 지방교육세 200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220.8원, 폐기물부담금 4원 등을 내게 되면서 액상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여기에 지난 9월 12일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에 따르면 안전행정부는 담배소비세를 궐련(일반 담배) 1갑당 641원에서 1007원으로 올린 것과 동일한 비율(57.1%)로 니코틴 용액 1㎖를 400원에서 628원으로 올릴 것으로 예고해 전자담배 이용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보건복지부도 니코틴 용액에 대해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일반 담배와 같은 비율인 138% 올려 현행 221원에서 525원 인상을 예고했다. 전자담배 이용자들은 불만이 상당하다. 전자담배 사용자 모임 커뮤니티에서 많은 네티즌들은 “니코틴 패치 등 금연보조제는 보건당국이 권하면서, 유독 금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는 전자담배에만 세금을 때리는 규제 일변도인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금연효과와 유해성 담배냐 금연보조제냐 ‘아리송’ 전자담배는 일반적으로 일반 담배를 연소할 때 발생하는 타르, 일산화탄소 등 4700가지라고 알려진 유해성분이 없어 덜 해롭다고 여겨진다. 단국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정유석 교수는 <전자담배, 과도한 규제만이 최선일까>라는 논문에서 전자담배의 니코틴이 해롭다고 해도 수십 가지 발암물질이 포함된 연초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보다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지난 2012년 1월 보건복지부는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 등 유해성분 존재’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자담배 액상 유해성 연구용역 결과 발암물질, 내분비계 장애물질 등이 검출됐다며 복지부 차원에서 전자담배 성분에 대한 안전관리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연 효과가 있는가도 쟁점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전자담배, 니코틴 패치나 껌, 순수 의지 등 각종 금연 수단의 효용성 정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 중 전자담배 이용자의 20%, 니코틴 패치 이용자의 10.1%, 아무런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금연 희망자의 15.4%가 각각 금연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성규 부연구위원은 지난 1일 ‘전자담배, 담배인가 금연보조제인가’라는 강좌에서 “전자담배가 금연보조제로 점차 인식되고 있지만 안전성과 효과성이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만큼 사용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권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