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최근 전북도의회의 의정비 인상 방식이 여론 악화를 비껴가기 위한 것 아니냐는 ′꼼수 인상′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입법 취지와 달리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근거로 의정비를 편법 인상하는 부작용이 일선 지자체로까지 확산될 우려를 낳고 있다.
◇시행령 ‘구멍’이 꼼수 인상 통로?
전북도의정비심의위원회는 최근 2015~2018년도 전라북도의회 의원 의정비 지급 기준액을 매년 공무원보수인상률 범위 내에서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문제는 ‘매년 공무원보수인상률 범위 내에서 인상한다’는 대목이다. 이를 적용하면 결과적으로 공무원 보수가 거의 매년 인상되기 때문에 의정비도 매년 오르게 된다.
이 때문에 지방의원 의정비 결정 횟수를 4년 임기 동안 한 차례만 인상하도록 한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이 사실상 무력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돼 의정비는 임기 첫 해 한 번만 인상할 수 있도록 됐다. 그러나 의정비 지급 기준액을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적용하면 사실상 매년 의정비 인상이 가능하게 된다.
한 의회 관계자는 “의정비를 4년 동안 한 번 인상할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따라 매년 인상할 수 있도록 결정하는 추세이다”며 “반발 여론도 크지 않아 대부분 지자체들이 그런 식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주민 A(58·완주군 고산면)씨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이 의정비 인상을 자제하도록 한 취지인데도 결과적으로 공무원 보수와 연동함으로써 자동적으로 인상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 이번에 한번만 올리는 줄 알았지 매년 공무원 보수인상과 연동돼 인상되는 줄은 미처 몰랐다”며 “인상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당당하지 못하고, 주민을 상대로 ‘꼼수’를 부리는 것 같아 언짢다”고 말했다.
◇시군의회, 도의회 따라할까 고민(?)
자칫 이 같은 의정비 편법 인상이 도내 지자체와 시군의회로까지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당장 전북지역 일부 지자체와 시군의회는 도의회 방식에 대한 벤치마킹 여부를 놓고 고민(?)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산시와 고창군을 제외한 전주시와 군산시 등 12곳은 빠르면 10월 안에 인상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최근 의정비심의위를 구성한 채 심의가 한창이다.
이들 지자체가 의정비심의위를 구성했다는 것 자체가 인상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전례를 볼 때 의정비를 깎기 위한 의정심의위 구성은거의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의정비 인상을 곱지 않게 보는 여론의 역풍을 어떤 식으로 비껴나 인상하느냐가 관건이다. 전북도의회가 눈칠르 보고 있던 일선 시군의회에 본의와는 상관없이 물꼬를 터준 셈이 됐다.
물론 전북도의회 비롯 대부분의 지방의회는 매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 적용 등 단서를 달지 않고 인상 요청만 심의위원회에 제출한다.
해당 의회 관계자들은“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따라 매년 적용할지 여부는 심의위에서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도내 지자체 심의위원회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 범위에서 매년 의정비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별도 재량권이 없는 데다 인상폭을 확정하지 않기 때문에 반발 여론을 잠재울 수 있고 주민의견 수렴 등의 절차도 필요 없이 해마다 의정비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달말 의정비 인상여부를 앞둔 전북 시군의회가 형님뻘인 도의회가 내준 길을 따라 줄줄이 의정비 편법 인상의 길에 나설지 지켜볼 일이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