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윤길자 남편 이유만으로 무겁게 처벌할 수 없다”
출처=SBS<그것이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쳐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류원기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30일 전했다. 앞서 1심에서는 류 회장에 대해 징역 2년 징역형을 판결했다.
이어 윤길자 씨의 형집행정지를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병우 신촌세브란스병원 교수(55)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류 회장의 허위진단서작성·행사 혐의와 박 교수에게 돈을 건넨 혐의 등에 대해 원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판결에 앞서 재판부는 “류 회장의 횡령·배임금은 부인 윤길자 씨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 윤 씨의 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겁게 처벌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해액이 76억 원에 달하고, 피해회사의 급여와 공사비를 과다 계상해 횡령하는 방식으로 손해를 입혀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이미 피해회사에 돈을 반환해 실제 피해액은 이보다 작고, 원심에서 상당금액을 공탁하는 등 피해변제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주치의 박 교수에 대해서는 “윤 씨에게 부당한 형집행정지가 내려진 건 의료기록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검사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며 “진단서 작성 과정에서 ‘수감생활이 불가능하다’는 등 추상적인 표현을 과장되게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윤 씨가 요추부압박골정 등의 이유로 거동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수감생활의 기준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부당 형집행정지결정 책임을 의사에게 모두 지우는 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윤 씨는 지난 2002년 자신의 사위와 사위의 이종사촌인 여대생 하 아무개 씨(당시 22세)의 관계를 불륜으로 의심해 청부살해한 혐의로 200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유 씨는 천식과 유방암, 파킨슨병 등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 2007년 형집행정지처분을 받은 뒤, 이를 5차례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류 회장은 회삿돈 150여억 원을 빼돌린 뒤 부인 윤 씨의 입원비 등에 사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또한 부인의 형집행정지가 가능하도록 주치의 박 교수에게 허위진단서 발급을 부탁, 이듬해 8월 그 대가로 박 교수에게 미화 1만 달러 상당을 건넨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기소됐다.
앞서 1심에서 류 회장은 150여억 원 중 63억 원 횡령 부분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박 교수는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두 사람은 모두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