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살인’ 밝혀지면 재산도 반토막
▲ 지난 2일 강호순이 안산시 팔곡동 농로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강호순의 재산은 여죄의 유무에 따라 상당부분 달라질 수 있다. 경찰이 ‘보험살인’ 혹은 ‘보험사기’에 관해 여죄를 추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호순의 현재 재산과 유가족들의 배상 가능성, 그리고 배상이 이뤄진다면 얼마가 될지 알아봤다.
피살자 유가족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온누리에 따르면 현재까지 드러난 강호순의 재산은 은행예금, 상가 보증금, 부동산을 합쳐 총 9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선 강 씨는 자신의 은행계좌에 2억 8000여 만 원에 이르는 예금을 보유하고 있고, 체포되기 직전까지 소를 키우던 수원시 당수동 축사의 임차보증금 5000만 원과 팔곡동 빌라 임차보증금 7000만 원도 있다. 또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 시가 5억 원 상당의 상가 점포를 소유하고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총 9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안산 상가 점포는 채권최고액 1억 5000만 원의 은행 대출담보가 설정돼 있다. 채권최고액은 통상 원금의 130% 정도를 설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호순이 은행 대출금은 1억 1000여만 원 정도로 보인다. 따라서 강호순의 실질적인 재산은 현재로선 7억 9000만 원 정도라 할 수 있다.
강호순이 이렇게 많은 재산을 모으게 된 것은 알려진 것처럼 대부분 보험을 통해서다. 그가 지금까지 지급받았던 보험금은 총 7억 2000여 만 원에 달한다. 우선 그는 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 동안 트럭화재와 도난 등으로 9000여 만 원을 받았다. 2000년에는 상가 화재와 ‘티코’ 승용차 전복사고로 9600여 만 원을 탔고 2005년에는 네 번째 부인과 장모의 화재 사망사고로 4억 8000여 만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강이 현재 보유하고 있다는 재산 총액과 비슷한 금액이다.
강호순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양봉장을 운영하면서 경기도 안산시 반월저수지 주변에서 낚시꾼들을 상대로 옥수수 장사를 하기도 했고, 저수지 인근에서 개와 닭을 키워 팔기도 했으며, 체포되기 전까지는 소, 돼지 등을 키워 돈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그의 소일거리였을 뿐 이것으로 큰돈을 번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그가 납부한 국민연금 내역을 살펴봐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지난 2000년 6월 1일 최초로 국민연금에 가입한 것으로 돼 있다. 그동안 낸 월 국민연금료는 7만 6500원 안팎. 월 소득의 9%정도가 연금납부액임을 감안하면 그의 고정적인 한 달 수입은 8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 수입은 고급차를 끌면서 살아온 강호순 가족의 생활비로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따라서 그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대부분은 보험을 통해 얻어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추궁하고 있는 보험사기와 보험살인 여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일 경찰이 이에 대한 물증을 확보해 범죄 사실을 입증한다면 강호순이 받은 보험금은 모두 보험사에 반납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큰 보험금을 받았던 장모와 전처의 화재 사망사고(4억 8000여만 원) 단 한 가지만 ‘보험살인’으로 밝혀져도 그의 재산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강호순이 보험살인을 했다고 자백할 가능성에 대해선 경찰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자녀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강호순이 자녀들을 위해 재산을 지키려는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백하지는 않을 듯하다는 것. 하지만 유가족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져 어차피 재산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백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또 아직까지 드러난 건 없지만 강호순의 개인 빚도 변수다. 법적으로는 채권자가 우선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 양진영 유가족 대표 변호인도 “보험사기 문제가 남아있고 제3의 채권자 존재 여부 등 아직까지 변수가 많다”고 밝히고 있다.
유가족들의 배상범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변호사들은 대부분 “사례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법원에서 진행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법원 판례가 없지는 않다. 지난 2006년 용산 초등학생 살해사건의 경우 유족이 2억 5000여 만 원의 배상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범인이 검거된 직후 부동산을 부인에게 넘기는 바람에 실제 배상은 한푼도 이뤄지지 못했다.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정부의 책임을 명백하게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이기기 어렵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살해된 피해자의 유가족들도 국가를 상대로 6억 원의 손해배상청구를 했지만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한편 정부에서는 범죄피해자에 대해 구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는 별 도움이 못된다. 최대 배상액이 1000만 원에 불과한 데다 그마저 가해자가 불명확하거나 범죄로 인해 생계가 곤란한 정도여야 한다는 지급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