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틀, 5월 사흘로는 부족한 의혹들... “감사 전환해야” 의견 속출
3월 7일 일요신문 취재진에게 문 반만 열고 답변하는 전명규 교수
1. ‘전문실기’ 4학점 과목 빠졌는데 정상 졸업한 이승훈... 졸업은 전명규 교수 마음
이승훈은 2010년 3월 15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승훈은 “2009년 4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 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어떻게 해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게 되었냐”는 ‘스포츠조선’의 질문에 “올림픽을 목표로 훈련을 했는데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앞이 캄캄했다. 다음 올림픽까지 4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래서 운동을 중단하고 3개월 동안 학교 수업만 참석하며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방황을 하고 있는데 전명규 교수님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해서 스피드 스케이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체대 특기생은 학기마다 4학점 짜리 전문실기 수업을 모두 이수해야 졸업 가능하다. 전문실기란 교수의 지도 아래 자신의 종목을 훈련하는 수업을 뜻한다. 평일 오후 2시 30분부터 5시 20분까지 3시간, 토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2시 20분까지 3시간 한체대 빙상장에서 전문실기 수업이 진행된다. A부터 F까지 있는 학점제 수업이다.
인터뷰에 따르면 이승훈은 2009년 1학기 때 4학점 짜리 전문실기 시간에 운동을 하지 않았다. 당시 이승훈 동기였던 두 선수는 “이승훈은 그해 4월부터 7월 방학 때까지 교양과 전공 수업 등은 받았지만 전문실기 수업 때는 날마다 조퇴하며 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29일 ‘일요신문’에 털어놨다. 이승훈은 2011년 2월 입학한지 만 4년 만에 정상적으로 ‘칼졸업’했다.
한체대 선수단은 출석이나 수업의 집중도와 상관 없기 국가대표나 상비군 출신이면 고학점을 받아 갔다는 증언이 나왔다. 옛 조교는 “수업 참여도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국제대회 성적이나 국가대표 여부에 따라 학점이 나갔다. 그건 다 교수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스켈레톤 선수 윤성빈은 전문실기 수업 등을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졸업을 하지 못했다.
2. 전명규 교수, 사적으로 사용한 돈 동료 교수 국책사업 비용으로 처리했다는 의혹
2008년부터 2009년까지 한체대 조교였던 한 강사는 “2011년과 2012년 사이 전명규 교수는 사적으로 이용했던 영수증 뭉치를 정기적으로 동료 교수인 A 교수(56•여)에게 전달한 적 많았다”고 증언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A 교수는 당시 실제로 한국연구재단의 국책사업을 진행한 적 있다고 확인됐다.
A 교수는 현재 당시 국책사업을 진행하며 개인정보 유출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A 교수는 연구과제 심사위원 명단을 성균관대의 한 교수에게 넘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전명규 교수와 A 교수는 함께 한라대학교 이사로 등재돼 있기도 하다. 이는 이정무 전 한체대 총장(전 건설교통부 장관)과의 인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전 교수는 이 전 총장이 한체대 총장이던 2002년에 실기전문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이 전 총장이 한라 그룹 산하 한라대학교 총장이 되면서 전명규 교수와 A 교수는 나란히 한라대 이사가 됐다.
둘은 함께 골프 대회를 나가기도 했다. 2009년 전국교수 골프대회에 나란히 참가해 각각 근접상과 스트로크 플레이 1등 자리를 거머쥐었다. 전명규 교수는 애제자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이승훈를 A 교수의 2010년 국책연구에 연구원으로 직접 참여시키기도 했다. 전명규 교수와 A 교수는 2015년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대비한 빙상 영재 발굴 및 육성방안’이라는 논문도 함께 썼다.
A 교수는 2014년 한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적 있었다. 재임 기간 40편에 달하는 논문에 이름을 올리고 연구비를 받은 혐의 관련 조사 때문이었다. ‘뉴스타파’ 당시 보도에 따르면 A 교수는 논문 상당수에 실제 참여하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허나 감사원 감사 때 아무런 지적도 받지 않았다.
A 교수의 남편과 전명규 교수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A 교수의 남편 B 씨(56)는 빙상 관련 설비 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B 씨는 한체대 빙상장의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B 씨는 2016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에서 사용될 장비를 낙찰 받으려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 실적 부풀리기로 정상적인 정부 입찰을 방해한 혐의로 최근 춘천지법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고 나타났다. (관련기사)
3. 한체대 빙상장 운영 방식과 구조... 허울 뿐인 정식 조교, 실권 쥔 사설 강사
한체대 선수단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날마다 3시간씩 전문실기 수업을 듣는다. 전명규 교수는 정식 조교 2명과 이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식 조교는 잡일만 담당한다고 알려졌다.
실제 한체대 빙상 선수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건 선수반 전문 사설 강사 2명이다. 이 둘은 한체대 정식 조교 출신이다. 지난 4월 11일부터 목동 실내빙상장에서 펼쳐진 2018-19 쇼트 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때도 한체대 빙상장 쇼트 트랙 담당 사설 강사 C 씨가 한체대 소속 선수단을 지휘했다. (관련 기사) 스피드 스케이팅은 사설 강사 D 씨가 담당한다.
이 둘은 한체대 소속 선수뿐만 아니라 초중고등부 선수반도 관리한다. 원래 조재범 코치가 초중등부 쇼트 트랙을 담당하고 C 씨가 쇼트 트랙 고등부 선수반과 한체대 선수단을 담당했지만 심석희 폭행으로 현재 조재범 코치는 활동을 접은 상태다. 초중고등부와 한체대 선수단 스피드 스케이팅은 B 씨가 담당한다.
초중고등부 선수반은 쇼트 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 모두 합쳐 약 50명 가까이 된다. 1인당 달마다 약 80만 원 정도를 수강료로 내고 있다. 모두 현금으로 지급돼 탈세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금으로 수강료를 내다 보니 교육비 공제를 받지 못하는 학부모의 불만도 많은 상태다. 고등부 선수반은 한체대 선수단과 훈련 시간이 겹친다. 그런데도 따로 대관비도 내고 있다.
또 다른 종류의 사설 강사도 있다. 4월 기준 강사 11명은 평생교육원 스케이트 교실을 운영하며 입문반부터 고급반까지 총 145명을 가르치고 있다. 가격은 수준별로 9만 8000원~24만 원 사이다.
종합하면 한체대 빙상장은 한체대 선수단과 초중고등부 선수반, 강습반으로 약 200여 명이 빙상 종목을 배우고 있다. 조교는 2명이지만 강사는 10명이 넘는다. 핵심 강사는 아예 빙상장의 중추 역할을 한다. 조사 대상이 정식 조교뿐만 아니라 강사들까지 포함돼야 할 이유다.
4. 사설 강사의 성추행 전력과 폭행 등 부적절한 자격 의혹
문제는 한체대 선수단과 초중고등부 선수반을 이끄는 두 강사가 성추행과 폭행 등으로 문제가 됐던 강사라는 점이다. 강사 C 씨는 2012년 여름 자신이 지도하던 여자 선수를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자택으로 유인해 성추행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2014년 1월 쇼트 트랙 국가대표 코치 자리에서 내려왔던 인물이다.
강사 D 씨도 폭행 등의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초겨울쯤 D 씨는 한체대 빙상장에서 스케이트를 배우던 고등학생을 폭행하는 등의 행위로 문제가 됐던 전력이 있다고 알려졌다. 학부모 사이에서 이 코치의 문제가 여러 번 제기됐지만 모두 쉬쉬하는 바람에 제대로 진상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모가 아이들의 문제 제기를 막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 아동학대 방조 혐의로 내사를 벌일 수도 있다”고 의견을 낸 바 있었다.
5. 일과 시간 골프 의혹
옛 한체대 관계자에 따르면 전명규 교수는 전문실기 시간에 수업을 사설 강사에게 맡긴 채 골프를 치러 가거나 빙상연맹 업무를 봐야 한다며 학교 밖으로 향한 경우가 많았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예전 조교의 휴대전화 메시지에 따르면 전 교수는 조교나 강사의 차를 이용했다.
전명규 교수는 조교나 강사의 차를 빌려 타다 과속으로 벌금을 물기도 했다. 벌금 납부확인서에 따르면 전 교수가 몰고 나갔던 강사 E 씨의 차는 2013년 5월 2일 목요일 오전 6시 55분 남춘천 나들목에서 춘천 방향으로 가다 과속으로 적발됐다.
전명규 교수의 골프 사랑은 한체대 선수단 전지훈련 때도 계속됐다. 2013년 8월 미국 솔트 레이크 시티로 한체대 선수단이 전지훈련을 떠났을 때 전 교수는 마운틴 델 골프 코스에서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말 전명규 교수 조교 갑질 관련 1차 조사 때 2013년부터 2018년까지의 조교 차량 번호와 출차 기록만 확인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조교명단만 제출 받았다. 정식 조교에만 국한하지 말고 초중고등부 선수반 강사까지 폭넓게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6. 스카우트 비용 전가 의혹
과거 한체대에서 근무했던 한 사설 강사 F 씨에 따르면 2012년 말 전명규 교수는 당시 유망주로 손꼽혔던 고등학생 선수 한 명을 한체대로 영입하라고 지시했다. F 씨는 “그 선수를 영입하려면 장학금을 줘야 했으나 이 이야기를 전 교수에 말하자 ‘네가 알아서 해결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F 씨는 유망주에게 최소 다른 학교가 제시했던만큼의 장학금은 보장해야 했다. 결국 2년간 매달 50만 원씩 총 12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키로 협의했다. F 씨는 사비를 털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에 걸쳐 한체대에 1200만 원을 ‘학교 발전기금’ 명목으로 냈다. 이 돈은 선수의 장학금으로 전달됐다고 알려졌다. 한체대는 현재 이 돈이 정상적인 발전기금이었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7. 골프채 상납 요구 의혹
2013년 5월에서 6월 사이 전명규 교수는 한 사설 강사에게 ”우드 3번이 없어서 돈을 잃었다“며 지속적으로 골프채가 필요하다는 식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다. 사설 강사는 결국 전 교수에게 유명 브랜드 골프채를 사다 줄 수밖에 없었다. 돈은 받지 못했다. 이 강사는 ”이전에도 이런 식으로 전 교수님께 골프채를 사다 바친 적 있었다“고 말했다.
전명규 교수는 늘상 휴대전화 2개를 사용한다. 사진=한체대 빙상장
8. 차명 휴대전화비용 전가 의혹
전명규 교수는 휴대전화를 늘 2개 썼다는 증언이 나왔다. 자신의 휴대전화 외 차명 휴대전화를 추가로 쓰는 식이었다. 조교나 강사에게 구해오라고 시킨 뒤 휴대전화 요금을 대납토록 강제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14년 3월부터 5월까지 휴대전화 명세서는 한 강사의 처남 명의로 돼 있었다. SK텔레콤 알뜰폰이었다. 한 달에 요금은 3만 원가량 나왔다. ‘일요신문’이 취재 과정에서 입수했던 전명규 교수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번호와 이 휴대전화 번호는 일치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