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점주 “연중무휴 압박 거세, 알바 쓰면 안 남아”…푸라닭 측 “무단 휴점 관리 차원, 사전협의 땐 OK”
#가맹사업 8년 만에 협의회 구성
푸라닭 일부 가맹점주들이 가맹점주협의회를 구성했다. 소수의 푸라닭 가맹점주가 모였고 가맹점주협의회 회장단이 정해졌다. 현재 가맹점주협의회는 비영리 임의단체 등록 신청을 완료했고 고유번호 발급을 기다리는 상태다. 푸라닭 가맹점주협의회는 향후 사단법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가입하는 한편 본사를 상대로 공식적인 대화를 요청할 예정이다.
가맹점주협의회 구성 논의가 이뤄진 것은 영업 일수 정책과 가장 관련이 있다. 푸라닭 가맹계약서에는 ‘연중무휴 점포를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실제 영업일수나 영업시간은 매장을 담당하는 슈퍼바이저와 협의 하에 유연하게 조정돼 왔다. 가맹계약서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의 협의를 통해 영업일수 및 영업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도 적혀 있다. 정기휴일을 원하는 점주들은 슈퍼바이저와 협의를 통해 일주일에 하루 혹은 격주에 하루 정기휴일을 둬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부 가맹점주 사이에서 최근 들어 연중무휴 운영 준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토로가 나왔다. 재계약을 하거나 이를 앞둔 일부 지역 가맹점이 앞으로는 정기휴일을 둘 수 없다는 안내를 받은 것이다. 최근 재계약을 했다는 한 가맹점주는 “재계약을 할 당시 정기휴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진다고 들었다. 현재는 정기휴일 없이 아르바이트를 쓰면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 정기휴일을 지정해 쉬어온 가맹점주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내년 초 재계약을 앞둔 다른 가맹점주는 “슈퍼바이저로부터 재계약을 하는 매장은 정기휴일을 가질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존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휴일을 지정해 쉬어왔다. 정기휴일이 없어지면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는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사실상 남는 것이 없다. 또 직원도 잘 구해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가맹계약서에 따르면 휴업일 3일 전에 가맹본부에 사유를 기재해 서면으로 승인 요청을 하면 휴무일을 가질 수 있다.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 3일 전이 아니더라도 슈퍼바이저와 협의를 통해 유연하게 쉴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다만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는 앞서의 다른 가맹점주는 “미리 슈퍼바이저에 이야기하면 쉴 수 있다지만 앞으로는 병원 진단서나 부고장 등을 제출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결국 앞으로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만 쉴 수 있는 셈”이라며 “건강을 생각하면 정기휴일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가맹점 입장에서는 앞으로 웬만하면 쉴 수 없다는 압박이 가해지는 터라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계약서상에는 휴무일을 협의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 협의가 안 되면 문제가 된다. 프랜차이즈라는 형식을 갖춘 개인 사업인데 쉬고 싶을 때 쉬기 힘들어지면 자유의사가 침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맹점주는 “아직 영업시간을 강제하는 치킨 프랜차이즈도 있다. 가맹점 계약금 몇 푼을 주고 직영점 직원이 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가맹사업법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7일 무단결근을 하면 즉시해지 사유가 된다는 조항이 있다. 가맹본부에서 관리를 강화하기보다 자영업자의 본질에 맡게 (휴무일 등은)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푸라닭 “사전 협의 있으면 정기 휴무 가능”
일각에서는 푸라닭이 매출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영업일수를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푸라닭 안팎에서는 본사에서 매장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푸라닭 운영사인 아이더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638억 원, 영업이익은 9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매출 1726억 원, 영업이익 151억 원) 대비 매출은 5%, 영업이익은 37% 감소한 수치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1군’으로 꼽히는 bhc·교촌·BBQ를 제외한 ‘2군’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굽네치킨, 푸라닭, 노랑통닭, 60계치킨 등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치킨 브랜드의 경우 공급과잉 상황인데 소비는 감소하니 2군 업체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은 “아직은 신생 브랜드들도 많고 1군 업체들의 견제도 거세다. 2군 업체들의 시장은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다. 당분간은 2군 업체들 사이 경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아이더스코리아 관계자는 “재계약, 신규계약 매장 구분 없이 사전 협의를 통해 정기 휴무가 가능하다. 사전 협의를 통한 정기 휴무는 권장하는 사항이기도 하다”며 “(일부 가맹점이 정기 휴무를 가질 수 없다는 안내를 받은 것은) 무단 휴점에 대한 관리 강화 차원에서 비롯된 오해다. 일부 가맹점의 경우 한 달 중 보름 이상을 무단 휴점하는 사례가 있다. QSC(품질·서비스·위생) 관리 강화 차원에서 본사는 더욱 철저하게 무단 휴점에 대해 관리하고 정상적인 매장 운영에 대해 독려할 필요가 있다. 가맹점과 더 많은 소통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