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영산강 벨트’ 격전지 떠오른 까닭

‘전직 당대표들’ 이낙연 광산을·송영길 서구갑 출마…민주당 지지율 ‘주춤’ 틈새시장 파고들기

[일요신문] 호남에서 ‘지민비조’ 민심이 꿈틀대고 있다.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겠다는 기류가 퍼지고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제3지대 주도권을 가져오려 했던 새로운미래는 난감한 상황이다. 조국혁신당 대비 지지세 확장 속도가 더딘 까닭이다. 결국 히든카드를 꺼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광주 광산을에 전격 출마했다. 호남의 심장 광주에서 ‘영산강 벨트’를 중심으로 새로운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 사진=이동섭 기자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은 그간 정치권에서 거론됐던 ‘빅텐트론’이 무색할 정도로 제3지대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가 양분하던 제3지대 레이스에서 조국혁신당이 주목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이며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제3지대 바람을 일으키려 했던 새로운미래는 조국혁신당의 돌풍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 ‘거물급’이 광주에서 지역구 등판을 선언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다. 이낙연 대표는 권은희 전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던 광주 광산을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3월 10일 광주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총선필승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3월 1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총선필승 결의대회에서 이 대표는 “광주 시민들 의견을 폭넓게 들은 결과 광산을에 출마하기로 했다”면서 “광산을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민주 세력 재건을 주민들에게 호소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KTX 시대에 광산은 광주의 입구이자 출구”라면서 “광산을 광주 관문으로 충분하게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 출마선언은 ‘광산을’에서만 싸우겠다는 말로 들리지 않았다. 이 대표는 광주 전체에서 민주당과 경쟁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이 대표는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큰 정치인이 필요한데, 민주당 이번 공천을 보면 광주에서 큰 정치인이 나올 수 없다”면서 “이재명 민주당은 호남 정치인 싹을 자르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대표는 “광주에서 큰 정치인이 나와야 전국에서 광주를 다시 보고, 중앙에서 광주를 주목한다”면서 “제가 광주를 주목하게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새로운미래는 광주에 또 다른 후보 한 명을 공천했다. 박병석 새로운미래 사무부총장을 광주 북을에 공천했다. 이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광주 광산을에서 영산강을 건너가면 광주 북을 지역구가 있다. 호남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새로운미래가 이낙연 대표를 중심으로 영산강 일대에서 국지전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박은숙 기자

취재에 따르면 새로운미래는 광주에서 상당히 ‘큰 판’을 기획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경선에서 컷오프를 당한 임종석 전 실장을 비롯해 이용섭 전 광주시장,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 권은희 전 의원 등 굵직한 인사들을 영입해 호남에서 바람을 일으키려는 로드맵을 구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이 민주당 잔류를 선언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중량급 인사들의 합류는 들리지 않고 있다. 노형욱 전 장관은 광주 동·남구을에서 1차 경선 탈락 이후 불출마를 선언했다. 권은희 전 의원 역시 이낙연 대표가 광주 광산을에 출마 선언한 뒤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용섭 전 광주시장은 한때 개혁신당 ‘빅텐트’에 적극적인 합류 의사를 보였지만, 새로운미래가 자체적 베이스캠프를 차린 이후 제3지대 세력에 부정적이라는 후문이다. 광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빅텐트가 무산된 상황에서 어떤 행보에 나서기보다는 정치적 활동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새로운미래는 ‘영산강 벨트’ 면적을 줄였다. 광주 광산을, 광주 북구을 두 개 지역구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특히 이 대표가 뛸 예정인 광주 광산을은 ‘정당 지지도와 무관하게 한 번 해볼 만하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은 광주 광산을에 민형배 의원을 공천했다. 광산을은 광주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광주 광산을은 이 대표가 ‘제3지대 페널티’를 극복할 수 있는 지역구로 평가 받는다. 지역구에 조직력을 다져 놓은 우군이 많기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 ‘오른팔’로 활동 중인 박시종 새로운미래 당대표실 비서실장은 제20대 총선 공천 과정서 민형배 의원과 맞붙은 이력이 있다. 박 실장은 공천에서 승리해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였으나, 민 의원이 재심을 요청해 재경선이 치러졌다. 박 실장은 결국 공천에서 탈락했다.

박 실장이 지역구에서 다져놓은 기반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지역구 기반에 이낙연 대표 ‘정치적 무게감’을 더하면 거대야당 민주당 현역 의원을 이길 수 있다는 전략적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광주 광산을에서 두 차례 배지를 달았던 권은희 전 의원도 이 대표 우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권 전 의원은 3월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3월 8일 이낙연 대표가 ‘광주 광산을로 출마하시겠다’고 이해를 구해오셨다”면서 “광주에, 호남에 진심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는 제 조언을 받아들이셨기에 저도 이낙연 대표 결심을 수긍하기로 했다”고 했다.

박병석 새로운미래 사무부총장이 출마를 선언한 광주 북구을에선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후보, 양종아 국민의힘 후보, 김원갑 개혁신당 후보, 윤민호 진보당 후보 등 공천이 확정된 상황이다. 

옥중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옥중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도 ‘영산강 벨트’에 진을 쳤다. 광주 광산을 동쪽이자 광주 북을 남쪽에 위치한 지역구 광주 서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출신 조인철 후보를 광주 서갑에 공천했다. 하헌식 국민의힘 후보, 강승철 진보당 후보도 도전장을 내민 지역구에 헤비급 운동권 주자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참전한 셈이다.

소나무당은 민주당과 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 공동전선 구축과 관련한 협의가 불발된 뒤 송영길 대표를 광주 서구갑에 전격 배치했다. 3월 11일 황태연 소나무당 대표 권한대행은 “소나무당을 창당한 다음 날(3월 7일) 협상을 제안했는데, 공식 답변이 없다”면서 “이재명 대표가 송영길을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송 대표가 출마하는 지역구는 광주 서구갑”이라고 밝혔다. 그는 송 대표가 광주 서구갑에 출마하는 배경과 관련해 “김대중컨벤션센터, 5·18재단이 있으며 광주광역시청과 교육청 등 핵심적 기관들이 많이 위치해 있어 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송 대표 출마와 관련해 “구속된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게 송 대표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부분”이라면서 “다만 민주당 대표까지 역임했던 헤비급 인사인 만큼 어느 정도 지지세를 흡수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한 대목도 있다”고 바라봤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영산강 벨트’ 판세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아성’이라고 표현하려면 정당 지지율이 60% 이상 나와야 하는데,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40% 후반대에서 50%대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틈새를 노려볼 만한 지역”이라고 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와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연이어 광주에서 출사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 “호남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차기 대선 정권 교체를 위한 대선 주자가 누구냐 여부”라면서 “이낙연 대표나 송영길 대표를 유력 대권 주자라고 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