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손놓고 있는 ‘전북도’
<1> 손놓고 있는 ‘전북도’
[일요신문] 내년 3월이면 전북 익산에서 서울까지 1시간(66분)이면 갈 수 있는 호남고속철도(KTX 호남선·광주∼서울) 시대가 열린다. 1914년 대전~목포에 호남철도가 생긴 이래 100년만에 호남고속철도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전북은 명실공히 전국 반나절 생활권에 접어든다. KTX 호남고속철도 완전 개통에 따라 전북의 생활 환경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남해안 교통의 중심축이 KTX가 정차하는 익산역으로 재편되고, 새만금산단과 군산산단 등 산업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교육과 의료, 쇼핑 등 수도권보다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는 자칫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역류(빨대) 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이는 KTX 완전개통으로 여수공항의 존폐문제까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북 지자체는 호남고속철도 1단계(용산∼송정) 완공을 앞두고 KTX가 불러올 부정적 효과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산∼서울 간 거리가 줄어들면 전북지역의 사람과 돈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도권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빨대 효과’는 KTX 2단계(서울∼대구∼부산) 구간 개통 후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대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대구 시민의 수도권 의료서비스 이용은 KTX 개통 후 무려 83%나 늘었다고 한다. 또한 대구·경북지역 사람들의 수도권 소비 규모가 연간 2천500억원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 수도권 접근 개선으로 품질과 시설, 규모에서 월등한 서울의 서비스 산업이 대구·경북지역 고객을 흡수해 지방 상권이 쇠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호남고속철이 개통될 경우 인구 및 산업기반이 대구보다 취약한 전북은 더 심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전북의 대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KTX호남선 완전 개통이 채 3개월도 안 남은 가운데 전북도 등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대책, 관광활성화 방안 등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북도는 KTX 개통 대비 전담팀 구성은 커녕 대책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사전 준비 부족으로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효과를 누리지 못한 실패 사례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북이 제대로 대비하지 않는다면 “전북에 거주하는 ‘감기환자’가 KTX를 타고 서울 유명병원에 들러 치료를 받은 뒤 쇼핑 겸 점심을 먹고 오후에 집으로 돌아오는 심각한 수도권 역류현상이 만연할 수 있다“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종착지인 이웃 전남도는 지난달 17일 호남고속철 완전개통에 대비해 전남도 각 실과는 물론 관련 시·군 담당자까지 포함되는 전담팀을 구성했다.
전담팀은 건설방제국장이 단장을 맡고, 도로교통과장, 지역경제과장, 식품유통과장 등 관련 과장들은 물론 전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 목포·나주·신안 담당과장 등 모두 17명으로 구성됐다.
전담팀은 호남고속철도 완전개통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중점 추진 과제를 선정한 뒤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전남도는 또한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는 추세에 맞춰 상하이(上海) 주재 전남사무소와 협력해 중국 언론인 골프 투어, 중국 동호인 골프대회 개최 등 대(對) 중국 골프상품 개발에 발빠르게 나섰다.
광주시도 지난 2월 시민협의체를 구성, KTX 개통에 대비하기 위한 각 분야별 38개 사업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KTX호남고속철 개통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 면을 동시에 가진 ‘양날의 칼’이다.
전북도와 지자체는 지금부터 KTX의 부정적 효과를 차단하고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종합전략을 마련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교육·문화·의료, 유통 등 서비스산업의 질을 높이고 지역 상권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KTX시대에 대응해 나름대로 특화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전북은 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과 KTX 대구통과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한편 호남고속철도는 충북 오송에서 전남 목포까지 230.9㎞를 고속전용선으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호남고속철도(KTX)는 내년 1월 시운전을 시작으로 3월1일(잠정) 충북 오송~광주 송정(182.3㎞) 구간이 공식 개통된다.
2006년 시작해 2017년(오송~광주송정 2015년, 광주송정~목포 2017년) 완공 예정이다. 지난 2006년 첫 삽을 떠 9년간 총 10조3천551억원이 투입된다. 정거장(5개)은 공주, 익산, 정읍, 광주송정, 목포 등에 설치된다.
지난 10월말 현재 96%의 전체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노반·궤도·전차선로 등 주요 시설물 공사를 완료하고, 선로변 울타리 설치 및 현장 주변 정비 등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