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일단 성공…자생력 키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올해도 재무구조 개선과 철강 본원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권 회장은 지난해 5월 19일 기업설명회에도 참여해 포스코 상황에 대해 직접 밝힌 바 있으며 올 2월 9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IR에도 참석했다. 10대그룹 내에서 회장이 직접 국내외 IR에 참석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권 회장은 기업설명회뿐 아니라 국내외 생산현장과 거래처 등도 자주 오가며 ‘위대한 포스코’ 재현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권 회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한 ‘재무구조개선’, ‘철강 본원의 경쟁력 강화’는 지난 1년 동안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무구조개선 쪽을 보면, 포스코는 보유하고 있던 SK텔레콤 지분을 모두 팔았으며 포스코건설 소유 베트남 백화점과 대우인터내셔널(대우인터)의 마산 대우백화점 영업권을 롯데쇼핑에 매각했다. 또 포스코특수강 지분 52.3%를 세아베스틸에 매각하는 계약을 했으며 포스화인 지분을 한앤컴퍼니에 넘겼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포스타워 빌딩도 매각했다. 지난해 크고 작은 구조조정 10여 건을 통해 약 2조 원의 자금을 확보한 포스코는 2013년 28.2%였던 부채비율을 지난해 23.8%로 낮췄다.
철강 본원의 경쟁력 강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파이넥스(FINEX) 공법’이 꼽힌다. 꿈의 제철기술로 불리는 파이넥스 공법은 포스코가 1992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현재 포스코 전체 생산 쇳물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저비용·고효율·친환경’ 등으로 대변되는 파이넥스 공법으로 포스코가 단순한 철강 생산 기업을 넘어 기술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글로벌 철강회사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앞서는 것은 물론 ‘기술 수출’, ‘기술 사용료’ 부분에서도 글로벌 철강회사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얘기다. 파이넥스 공법은 1986년 포스코에 입사해 줄곧 기술연구직에 종사해온 권 회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술이다.
이 같은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취임 2년차를 맞는 권 회장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포스코가 계획했던 30여 건의 구조조정 가운데 권 회장은 “지난해 정리된 것이 11건이고, 나머지는 올해 추진해나가겠다”며 “남은 작업에서 1조 원을 (추가) 확보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이 문제다.
권 회장의 말을 풀이하자면 올해도 구조조정에 주력해야 할 입장인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찍이 비철강 부문 사업과 비핵심자산 매각의 뜻을 밝혀왔지만 지금까지 결실을 본 것은 대체로 지분·부동산 매각에 집중돼 있다. 조만간 매각될 것으로 보이는 광양 LNG터미널도 마찬가지다.
당초 유력한 구조조정 방안으로 거론되던 것들은 대부분 철회된 상태다. 지난 2010년 인수한 포스코플랜텍(옛 성진지오텍)은 비철강 부문 사업에다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자체 구조조정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며 “포스코플랜텍은 우선 자생력을 키우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한 대우인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차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매각 대상으로 회자되던 대우인터는 이제 포스코의 핵심 계열사가 됐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매각 대상에 올랐던 대우인터에 대해 당시 “국내에서는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할 만한 곳이 없다”며 “쪼개서 팔아야 하는데 기업가치가 떨어진다”고 한 발 물러섰던 권 회장은 대우인터를 어느새 포스코의 해외 사업을 위한 종합상사로 앞세우고 있다.
지난 4일 포스코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사업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맺은 가운데 대우인터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민차 사업에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미얀마 가스전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대우인터를 매각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전임 정준양 회장이 늘어놓은 일이 너무 많았다”면서 “이를 추스르는 데도 앞으로 상당 기간 소요돼 권 회장이 투자와 경영에 과감해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권 회장이 지난 1년간 해온 일들은 전형적인 관리형 CEO의 모습”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포스코가 올해 투자를 지난해 5조 4000억 원에서 22%나 줄인 4조 2000억 원으로 잡은 것에 대해서도 포스코는 ‘내실경영’을 강조하지만 재계 일부에서는 관리형 CEO의 한 단면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금 같은 철강 불경기에 과감하고 공격적인 경영과 사업다각화가 가능하겠느냐”면서 “장기적 차원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