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명차들, 세일경쟁 이유 있네
폴크스바겐 티구안.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2015년부터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량과 해외에서 들어오는 수입차는 판매할 수 없다. 자동차 환경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유로6 기준을 맞추려면 신형 엔진을 탑재하거나 디젤분진필터인 DPF, 촉매환원장치 SCR 등의 별도 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자동차 제작사들은 유로6의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한 기술 개발을 내세워 차량 가격을 일제히 올리고 있다. 유로6 엔진을 탑재한 승용차는 원가상승이란 이유로 평균 100만~300만 원 정도 가격을 올리고 있다. 다만 자동차 제작사들은 꼼수를 쓴다. 유로6 엔진으로 나온 BMW 520d와 벤츠 E220 CDI, 현대 i30, i40, 기아 쏘렌토 등의 일부 차량은 트림을 나누거나 옵션을 조정하는 등의 변화로 가격상승폭을 최소화하고 있다.
직격탄은 버스·트럭이다. 유로6 발효로 버스·트럭 가격이 올해 약 1000만~1500만 원 정도 인상됐다. 현대자동차의 버스들은 최소 1250만 원에서 최대 1500만 원이 인상됐고 덤프트럭은 1630만 원이 한번에 올랐다. 또한 유럽산 스카니아, 벤츠 트럭 등도 유로6 엔진을 탑재하면서 1600만 원의 가격인상이 이뤄졌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에 트럭제작업체들 역시 꼼수를 쓰고 있다. 신차 구매 예정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옵션의 폭을 조정한다거나 새로운 옵션을 추가했으며, 부분변경 혹은 풀체인지 모델로 가격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벤츠 트럭(왼쪽)과 스카니아 트럭.
국내에서 시판되는 모든 디젤차량은 오는 9월부터 유로6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자동차 업체들의 고민은 깊다. 현대 베라크루즈는 유로6를 충족하려면 500만 원 내외의 비용이 더 든다며 단종을 결정했고(판매 부진이 이유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유로5를 탑재한 아우디 A6, 폴크스바겐 투아렉 등 수입차 업계는 9월 이전까지 재고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판촉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무이자 할부’.
요즘 가장 잘나가는 티구안이 4월 한 달간 무이자 할부를 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인기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판촉 활동”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오는 9월 강화되는 디젤차량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6 시행을 앞두고 현행 유로5 기준 모델의 재고를 소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3900만 원짜리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디젤·유로5)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선금 1170만 원(30%)을 먼저 내면 36개월 무이자 할부 또는 저금리(2.28%) 유예 할부를 이용할 수 있다. 무이자 할부는 월 76만 원씩 부담하면 된다. 유예 할부는 매달 10만 4356원을 내고 36개월 후 나머지 2535만 원(65%)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경쟁 독일 브랜드인 BMW 역시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하며 고객을 유치했다. SK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가장 인기 있는 5시리즈의 디젤 모델인 520d를 20% 가까이 할인해 판매했다. 금액으로는 1000만 원 이상의 할인이다. 선납금 없는 무이자할부도 실시하고 있다.
당분간 수입차들의 할인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판을 읽는 영리한 소비자들도 있다. 딜러사들의 상반기 마감이 겹치는 5~6월에 더 큰 폭의 할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구매시기를 미루고 있다. 막판 할인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정수 프리랜서
유로6란? 유럽연합의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기준. 국내에는 대형은 올해 1월부터, 중소형은 9월부터 도입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