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없어 못건진다? 국내 기술력 충분해”
세월호 인양과 관련 특허를 출원한 박승균 서울대 교수가 ‘반잠수식 인양공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조선능력이 인양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개인적으로 세월호 인양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침몰지역 수심이 얕고, 육지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양작업이 빨리 진행되지 않아 그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4월 6일에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세월호 인양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이라는 단서다. 대한민국의 기술자들이 대통령에게 ‘무척 어렵다’고 보고했구나 싶었다. ‘아차’ 하는 마음에 인양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세월호 인양을 두고 우리 기술력으로 가능한지에 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막상 들여다보니 골머리 아픈 점들이 분명 있었다. 세월호 침몰 지역은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곳이다. 시야도 좋지 않다. 날씬하고 가볍게 만드는 여객선 특성상 세월호 선체가 약할 수밖에 없다. 쉽지 않은 문제라고는 생각했지만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4월 28일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개최한 국가 해양안전포럼에서 국내에는 기술이 없으니 국제입찰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우리가 조선산업 세계 1위인데 의아했다. 인양에 필요한 장비도 갖춰져 있다. 기술이 없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인양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왜 일어나나.
“국내에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업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기름제거 기술을 가진 학자도 있고, 유능한 조선소, 예인선 회사, 잠수부 회사, 바다에서 용접하는 기술은 다 있는데 인양을 업으로 하는 회사가 없는 것이다. 물론 간판을 건 회사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조직과 매출규모, 사원, 충분한 설비, 보험 여부와 실적 등이 보장돼 있는 회사에 맡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해수부는 입찰 참가 업체가 계약기간에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한 배상책임 보험을 가입하도록 자격제한을 뒀다. 회사의 자본력, 유사한 일을 처리한 경력, 보험 등이 갖춰진 곳과 일을 해야 나중에 말썽이 없으니까. 이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외국 회사가 주축이 돼 인양을 하는 모양새가 된다.”
―정부가 국내 기술력을 집합시키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상황으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정부가 상업적 회사가 아닌 교수나 과학자, 기술자를 믿고 지원해 결과가 좋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책임은 일을 맡긴 부처가 져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명성’을 갖춘 업체에 일을 맡기는 것이 위험부담을 줄이는 길인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인양작업은 업체가 성공하지 못해도 작업에 사용한 실비를 보장해 주는 범위에서 진행돼 왔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인양업체 공고를 내면서 작업이 지연되더라도 총 계약금액 범위를 넘어서거나 실패할 경우 업체 쪽이 책임을 지도록 계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비용과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인양작업에 실비 보장 없이 뛰어들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인양 방법이 없을까 강구하던 중 구체화된 것이 ‘반잠수식 구난 인양선 및 이를 이용한 침몰 선체 인양공법(반잠수식 인양공법)’이었다.
―세월호 인양을 위한 특허를 출원했다. 해수부TF의 시나리오와는 다른데.
“개인적으로 그대로 선체를 들어 올리는 작업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물살이 세서 떠내려간다. 그렇게 되면 선체를 들어 올린 기중기도 위험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TF에서 시나리오를 발표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반면 ‘반잠수식 인양공법’은 넘어져 있는 세월호를 기중기를 이용해 세운 다음 우현과 좌현에 반잠수함을 연결해 떠오르게 한 뒤 도크로 예인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의 ‘콩코르디아호’가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인양됐다.”
―반잠수식 인양공법이 안전하고 인양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바닥에서 세월호를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떠내려가지 않는다. 반잠수함과 함께 떠오를 때 떠내려갈 수는 있지만 자가 부양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위치에서 다시 건져내면 된다. 고가의 대형 특수 장비를 먼 외국에서 운송해 오는 대신 인양에 사용될 반잠수함 두 척을 국내에서 건조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보통 인양 작업을 비롯해 바다에서 일을 할 때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장비 사용료다. 비싼 장비는 하루 대여료가 5억~7억 원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장비를 빌리면 오는데 두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인건비도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면 반잠수함식 인양공법에 사용될 잠수함 두 척 건조 비용은 장비를 대여하는 비용의 절반 정도가 예상된다. 국내 조선소라면 설계와 건조까지 6개월 내에 소화 가능하다.”
―앞으로의 세월호 인양과정 어떻게 예상하나.
“지난 5월 세종시에서 정부가 업체들을 모아놓고 질의응답을 했다. 해수부 TF가 발표한 인양 시나리오만을 고집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정부는 훌륭하고 근사한 안이 들어오길 기다리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인양은 절대 가능하다고 본다. 외국 업체가 들어와 인양작업을 하면서 한국 장비와 인력 등을 사용하는 모양새가 될 듯하다. 다만,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비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잠수식 인양공법’도 그런 의미에서 고안해낸 아이디어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