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과 합당? 지지층 간 골 깊어 쉽지 않아…전당대회 ‘민심’ 반영돼야, 한동훈 재등판 순리에 안 맞아”
김용태 당선인은 친이준석계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중 유일하게 개혁신당에 합류하지 않고 국민의힘 잔류를 택했다. 김 당선인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권력 눈치를 보지 않고 소장파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4월 29일 서울 용산구 일요신문 사옥에서 김 당선자를 만나 여러 현안 및 총선 참패 이후 당내 상황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재섭 당선인과 함께 초·재선 공부 모임을 추진하고 있다.
“입법기관은 많은 분야를 다뤄야 하는 만큼 학계나 관련 종사자 분들 말씀 듣는 모임을 만들려고 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비윤계 세력화는 전혀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21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들 역할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소장파가 부재했다. 초선 당선인들이 22대 국회에서는 과거 보수 정당에서 활발히 움직였던 소장파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분들이 많다.”
―함께 정치적 뜻을 함께했던 이준석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제3지대 당선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준석 대표가 지역구 당선을 위해 노력한 걸 보면서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다. 개혁신당과 국민의힘 관계 설정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국민분들께선 두 정당이 보수 가치를 두고 혁신 경쟁하길 원하실 것 같다.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당대표 시절 실패한 측면도 있다. (윤 대통령한테) 쓴소리 하면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했지만, 결국 탈당 포석처럼 비쳤다. 22대 국회에서 소장파 역할을 하고자 하는 당선인들이 이런 부분을 반면교사 삼으려고 하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개혁신당의 쓴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개혁신당이 정치를 극단화하는 측면이 있다. 서로를 악마화 하고 ‘강대강 대치’가 지속된 21대 국회에 대해 국민들이 실망했다. 잘못된 대표적인 예가 탄핵이라고 생각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에 많은 국민이 힘들어했다. 이러한 것을 지양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국가적 위기다. 개혁신당과 민주당이 국민을 갈라치기할 것이 아니라 위기 타파를 위해 통합에 힘써주면 좋겠다.”
―김종인 전 개혁신당 상임고문은 이준석 대표를 차기 보수 대권 주자로 꼽았다.
“기존과 다른 점을 보여주고, 고칠 부분을 개선해야지 보수 아이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국민의힘 당원 분들이 이준석 대표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깊다. 이 대표의 말이 대체로 맞지만, 당대표면 집권 초기에 윤 대통령에게 한번쯤 힘을 실어줘야 했다는 것이다. 이준석 혼자 잘났냐는 지적이다. 또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비교섭단체 3석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거나 역할을 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자력으로 법안 발의조차 못한다. 법안 발의에 필요한 최소 의원 정족수가 10명이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합당 가능성은 없나.
“가능성이 없진 않다. 다만 양당 지지층 간 감정 문제가 크다. 양당 지지층 모두 합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준석 대표를, 개혁신당 지지층은 윤 대통령을 각각 싫어한다. 이걸 뛰어넘을 수 있는 게 단시간에 있을까 싶다. 이준석 대표가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TK(대구·경북) 의원들로부터 ‘용태야, 예전처럼 그러면 안 된다. 적당히 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5자 경선을 거쳐 공천 받아 당선됐다. 시민과 국민이 아닌, 권력에 대한 눈치를 살필 이유가 없다. 고민은 있다. 여당 국회의원 역할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입법부로서 민의를 대변하고 상식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이다. 두 번째는 윤석열 정부 국정 파트너로서 책임을 같이 한다. 두 가지 역할에서 적정한 균형비를 갖고자 한다. 균형을 이루면서 본인의 가치와 소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정치력이 필요한 지점이긴 하다.”
―총선 참패 주요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거론된다.
“집권 2년 차 선거는 당연히 대통령 평가다. 총선은 구도 싸움인데, 정권 심판이 크게 작용하면서 판세를 갈랐다. 그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 들어오면 공정하게 법 집행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국민 기대와 괴리감이 있었다. 이 믿음을 회복하기 위한 핵심은 윤 대통령이 공정한 법 집행을 하는 것이다. 국민적 의혹이 있다면 공정하게 절차에 의해서 법 집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 대응 자체가 권력자를 비호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하는 국민적 의혹이 있었다. 여당과 대통령실 모두 책임이 있다. 이거 해소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도 수권정당으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첫 영수회담이 방금 끝났다.
“현재 이재명 정부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다. 야당이 과연 대통령을 존중하고 있는지 의문이 있었다. 이 대표가 싸우려고 오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사안을 하나하나 합의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자리이지 않냐. 첫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뒀으면 좋겠다. 정치 복원이 시작된 만큼 여러 사안을 갖고 서로가 이야기할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정례적으로 자주 만나서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건설적으로 대화하다 보면 서로의 이견을 좁혀나갈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영수회담에서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인 가족 의혹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김건희 특검’은 정쟁용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적 의혹이 있는 건 맞지만, 야당이 총선 전부터 특검을 정국으로 끌고 가는 것 자체가 정쟁용 요소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여당이 우려를 표하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서 야당한테 끌려갈 것이 아니라, 여당이 국민 눈높이 맞춰서 해결책 내놓아야 한다. 가령 특별감찰관 임명이나 제2부속실 설치 등을 통해 권력 자정하고 견제하는 장치를 만들어서 국민 설득해나가야 한다.”
―‘채 상병 특검법’을 놓고 국민의힘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는 평이 나온다.
“억울한 죽음을 진상규명하는 것에 대해서 여야 이견 없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 본질은 혹시 모를 수사개입 의혹에 대해서 명명백백하게 국민적 의혹을 밝히는 것이다. 공수처 수사가 맞을지, 특검이 맞는 건지 이견이 있을 뿐이다. 이것에 대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프레임 자체가 여당이 권력층을 보호하기 위해 수사를 덮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 권력이 권력을 보호하고, 여당도 동조하는 모습처럼 보이고 있다. 여당과 대통령실이 먼저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 해결책 내놓으면서 진상규명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황우여 당 상임고문이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됐다.
“전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비대위원장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당이 위기 상황이다 보니까 많은 분이 제안을 고사했던 걸로 안다. 혁신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심 반영하는 전당대회 룰 개정 자체가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당원투표 100%’ 전당대회 경선 방식을, 일반 국민 여론조사 적용 쪽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뜻인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원 100%로 치른 지난해 전당대회가 이번 총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당이 무기력해지고, 폐쇄적이고, 다양한 목소리를 배척하게 된 것은 당원 100%로 귀결된다. 당원 100%와 민심 반영 전당대회를 모두 경험해봤다. 민심 반영되면 당권주자들이 국민 전체를 타기팅해서 메시지를 내는 반면, 당원 100%는 지지층을 위한 메시지 전략을 짠다. 그렇다 보니까 민심과 당심이 괴리되는 측면이 있다. 이걸 좁히기 위해 민심을 반영하는 룰 개정 작업이 있으면 좋겠다.”
―당 일각에선 수도권 젊은 대표를 내세워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만큼 당이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활력을 되찾으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있다. 다만 지금 새롭게 선출될 당대표는 정치 경험이 많은 분이 오셨으면 좋겠다. 당 자체가 위기고, 여소야대다. 당과 정치를 잘 아는 분이 와서 당정관계 개선하고, 보수 가치를 되살려주면 좋겠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총선에서 역할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한 전 위원장이 국민 상식 전하려고 노력했다. 다만 정치 문법상 총선을 지휘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떠났다. 바로 복귀하기엔 고려할 사안이 많지 않나 싶다. 순리대로 결정하면 좋겠다.”
―‘찐윤’ 이철규 의원이 유력 원내대표 후보로 오르내린다.
“찐윤, 비윤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계파 논쟁이나 헤게모니(패권) 싸움할 여유가 없다. 야당에게 자칫 끌려 다니기 쉬운 상황이다. 계파 상관없이 야당과 협상 잘하고, 대통령 설득할 수 있는 분에게 1표 행사하겠다.”
―끝으로 전당대회 출마 의향 있는지 궁금하다.
“출마를 고민할 물리적 여유가 없다. 지역구 시민 분들께 인사드리고, 언론 인터뷰하고, 당선인 네트워크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도 북부 활력 되찾겠다고 내걸었던 공약을 더 고민하고 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