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위한 이별’ 당당히 홀로 서세요
1호 이혼플래너 이병철 디보싱 대표는 “이혼 고민 부부 중 30%가 상담 후에 관계가 회복돼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한 방’에 이혼으로 연결되는 케이스는 또 있다. 황혼이혼이다. 50~60대가 이혼 상담을 하려 이혼컨설팅업체의 문을 두드리면 마음을 되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평생의 앙금을 쌓을 대로 쌓아뒀기 때문이다. 이때 이혼 결심을 하는 쪽은 대부분 여성이다. 아직 어린 자녀들을 둔 부부에 비해 이혼 후에 받을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또 재산분할 시 전업주부라도 오랜 결혼생활을 근거로 기여분을 상당히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혼 후 경제적 부담도 적다. 결정적으로 자녀들이 이혼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아 재고의 이유가 별로 없다.
이병철 대표는 “필요하다면 이혼을 해야겠지만, 가장 좋은 건 두 사람의 신뢰관계 회복이다”고 말했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서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고치려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이혼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혼을 고민하러 온 부부 중 30%는 상담 후에 관계가 회복돼 돌아간다”며 “서로에게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 하지 않기’라는 미션을 주고 수행하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로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을 한 가지 알려주고 그 말을 일주일 동안 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이 약속이 지켜지면 그 다음 주는 두 개로 늘리고, 그 다음 주는 싫어하는 행동을 하나 알려주는 식으로 미션을 매주 바꿔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가 불만이었던 부분을 알아가고, 상대가 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봄으로써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상담을 통해서도 회복이 되지 않을 땐 서로의 행복한 삶을 위해 이혼이라는 선택지를 집어들 수밖에 없을 터. 마음이 섰다면 이혼 준비를 서두르는 게 좋다. ‘아이가 클 때까지만’, ‘남편이 은퇴할 때까지만’이라는 단서를 계속 단다면 부부와 자녀 모두에게 행복은 멀어진다. 이 대표는 “많은 부부가 아이의 장래 때문에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하지만 그건 아이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매일 싸우거나, 냉랭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자녀 정서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혼도 이혼도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닥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전 준비는 필수다. 대책도 없이 행동만 앞섰다간 불행으로 향하는 미끄럼틀에 올라타는 꼴이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특히 전업주부는 이혼 즉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며 “자격증을 따거나 재취업을 해 기반을 마련해두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자녀 양육권자를 지정하는데 경제적 능력은 필수 요소다. 막연하게 양육비로 아이들과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다. 양육비는 배우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결정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 자녀당 다달이 겨우 20만~30만 원선으로 책정되는 일이 다반사다.
이혼했다고 모든 게 끝나지 않는다. 이혼 후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일이 남았다. 이혼 과정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돌보고, 재혼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이혼 중에 우울증이 오는 경우가 매우 많다. 적극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필요하다면 아이들도 심리상담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이혼 사실은 되도록 빨리 알리는 편이 낫다. 아무리 내색하지 않으려 해도 주변에서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주변 사람들과 이혼에 관한 대화를 하고 감정적 지지를 얻으며 상대적으로 빨리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혼 과정의 종착역이자 새로운 출발점은 재혼이다. 이혼과 재혼 사이에도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하다. 단지 아이에게 엄마나 아빠를 빨리 만들어주고 싶어서,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재혼을 급히 추진한다면 필패한다. 이 대표는 “재혼부부의 이혼율이 초혼부부보다 훨씬 높다. 약간의 갈등이 있더라도 ‘이 사람도 전 배우자와 똑같네’라는 결론을 쉽게 내려버리기 때문”이라며 “이혼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새로운 배우자를 찾지 않는다면 이혼을 습관적으로 반복하게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이혼플래너는? 부부관계 상담부터 재산분할 조언까지 SBS 스페셜 <이혼연습-이혼을 꿈꾸는 당신에게> 방송 화면 캡처. 이혼플래너는 일차적으로 부부관계 개선을 위한 상담을 하고, 이혼의 원인을 분석한다. 상담심리학과 가족법 등에 관한 지식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이혼상담협회가 주관하는 시험을 통해 자격을 갖춘다. 현재 국내 이혼플래너 자격증 소지자는 100여 명이며 그중 15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이혼플래너는 이혼 전 상담뿐 아니라 이혼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동산, 보험 등의 재산분할 문제, 자녀양육 문제에 관해 컨설팅한다. 필요시에 변호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보험설계사 등의 전문가나 업체를 연결해준다. 자녀 상담을 병행하기도 한다. 이혼 당사자를 오가며 모든 절차를 대행해줌으로써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여주기에 이혼을 계획하는 이들의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다. 업체에 따라 상담료 편차가 크지만 1시간에 10만~15만 원선이며, 협의이혼의 경우 상담부터 이혼 후 피드백까지 100만~200만 원 사이의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