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가슴이식 수술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기소된 남성이 법원에서 성 정체성 혼란이 인정돼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정용석 판사)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공익근무 판정을 받은 A 씨는 성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며 입대를 미루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성 호르몬제를 투여하고 가슴 지방 이식 수술도 받았다.
A 씨는 병무청에 성 정체성 혼란이 온다며 신체등급 변경을 요청했으나 면제를 받지는 못했다. 육군 훈련소에 입대했지만 ‘성 정체성 장애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귀가 조치됐고 병무청은 결국 A 씨에게 병역 면제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A 씨가 군대를 피하려 여성 행세를 한다고 보고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A 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군대가기 싫다’는 글이나 자위행위·남성 성기능을 암시하는 댓글을 쓴 것을 법정에 제시했다.
또한 최초 징병검사 당시 정신과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점, 정신과 진료 기록에 ‘여자가 되고 싶지 않다’라는 내용이 있는 점, 조사 당시 남성 외모·복장이었던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 정체성에 장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군대가기 싫다’는 A 씨의 글은 군복무를 해야 하는 일반인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며 자위행위나 남성 성기능에 대한 댓글도 성소수자인 지인들과 농담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징병검사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두려워 정체성을 숨겼던 것으로 보이고 ‘여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진료기록도 내면의 혼란을 겪던 중 일시적 심정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A 씨의 남성적 차림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큰 체형과 남성적 외모에 불만을 느끼고 수차례 성형 수술을 했지만 여성적 외모가 되지 않아 정신적 고통이 컸다”며 “다른 사람의 혐오·비아냥 대상이 될까 여성 차림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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