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섭 기자의 연예편지 열여섯 번째
제작발표회에서 조영남이 갑자기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돌발 상황으로 시작해 김수미의 돌발 하차, 그리고 조영남의 손편지 사과에 이은 김수미의 방송 복귀까지 이어진 상황은 매순간 화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모두 방송으로 돌아왔습니다. 논란이 반복됐지만 이젠 모든 출연진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제작진 입장에선 다행이다 싶겠지만 만약 그렇게 모든 출연진이 모인 <나를 돌아봐>는 정상적인 출발이 아닌 ‘일부러 논란을 연출한 진정 이 시대 지상 최고의 쇼’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청자를 기만해선 안됩니다.
처음부터 사건을 되돌아봅시다. 지난 13일 서울 반포동에서 진행된 KBS 2TV <나를 돌아봐> 제작보고회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이 자기엔 조영남, 이경규, 김수미, 박명수, 최민수, 이홍기 등이 참석했습니다.
OBS 독특한 연예뉴스 방송 캡쳐 사진
첫 번째 화근은 김수미의 발언이었습니다. 파일럿 방송을 언급하며 김수미는 조영남 씨나 이경규 씨는 우리 전 팀 중에 시청률 점유율이 제일 많이 떨어졌어요. 경고도 제일 많이 먹고. 별로 시청자들이 관심이 없어요”라고 발언했다.
이에 조영남은 “저는 이 나이가 되도록 이렇게 모욕적인 발언을 면전 앞에서 들어본 건 처음인거 같아요”라며 “이 기회를 통해서 이 자리를 통해 사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설전이 이어졌습니다. 조영남이 “제가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거 같아요. 수미 씨 얘기를 들으면”이라고 말하자 김수미가 “근데요 후배라도 바른 말 하는 걸 들어줘야 <나를 돌아봐>입니다. 사실을 말했어요. 두 분 나오는 게 시청률이 제일 낮았어요. 인정 하세요”라고 반박했습니다.
조영남이 거듭 사퇴의 뜻을 밝혔음에도 김수미는 “열심히 해야겠다 그렇게 말씀을 하셔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그러세요 그럼 빠지세요. 빨리 빠져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김수미는 담담 PD에게 “윤 PD 누구하나 빨리 섭외해”라며 “사람이 노망 났나봐”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조영남은 자리를 박차로 일어나 행사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당시 제작진은 “조영남 씨는 라디오 생방송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수습했지만 그렇게 수습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조영남은 제작발표회장을 떠나 라디오 생방송에 참여했습니다. 이미 예정된 스케줄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그날의 논란이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그렇지만 생방송이 끝난 뒤 제작진은 조영남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곤란해 하기도 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제작 발표회 도중 하차’ 사태가 일어날 뻔 했지만 김호상 CP 등 제작진과 이경규의 설득으로 조영남은 하차를 철회하고 프로그램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OBS 독특한 연예뉴스 방송 캡쳐 사진
이를 두고 노이즈 마케팅 논란이 제기됐지만 다행히 그리 크게 확산되진 않았습니다. 상황이 좋아져서 그런 것은 아니고 곧이어 김수미 파문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김수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라도 군산 고향이 같다고 박명수 꽂았냐’ 등의 (지역감정 관련) 악성 댓글을 읽고 스스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내며 울었다”며 “그 때부터 정상이 아니었다. 이미 정신 줄 놓았다. 제작보고회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면서도 내가 미쳤구나. 정상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나를 돌아봐> 하차를 선언한 김수미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겠다”라며 “도저히 얼굴을 들고 방송할 수 없다.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리며 후배들께 미안하다”고 밝혔습니다.
조영남이 하차 선언을 번복하고 돌아왔지만 이번엔 김수미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영남이 김수민에게 손편지와 함께 꽃다발을 보냈고 결국 김수미는 방송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이에 대한 <나를 돌아봐> 제작진의 입장입니다.
“지난 18일 오후에 제작진은 이경규 씨와 함께 김수미 씨를 만나 장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김수미 씨가 하차한다는 소식을 기사로 접한 조영남 씨는 김수미 씨에게 프로그램을 같이 하고 싶다는 위로의 손편지를 꽃다발과 함께 이경규 씨를 통해 전달하였습니다.
김수미 씨는 조영남 씨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읽다가 눈물을 흘리며 동료 연기자와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김수미 씨는 조영남 씨의 합류 권유와 제작진과의 진심어린 대화 후, 긴 고민 끝에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으로 다시 <나를 돌아봐> 촬영을 재개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김수미까지 돌아왔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좋은 일입니다. 제작 발표회까지 하고 첫 방송을 기다리던 방송이 엄청난 위기를 겪다 다시 정상화됐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 둘이 아닙니다. 여기서 조영남이 김수미에게 보낸 손 편지를 보도록 합니다.
“수미야, 나 조영남 오라버니다.
나를 비롯 최민수, 박명수, 이홍기, 이경규 그리고 <나를 돌아봐> 제작멤버 모두는 그 날 제작발표회 때 네가 화젯거리가 될 만한 이유로 약간 과도한 발언을 했을 뿐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수미야, 내가 그 자리를 떠났던 건 라디오 생방송, 최유라와 함께하는 MBC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때문이었다. 우리 모두는 네가 참 맘씨 착하고 여린 여자라는 걸 다 알고 있다. 그러니 부디 몸 추스르고 쓸데없는 소리 말고 멋진 방송 함께 해보길 거듭 기대하고 있다.
P.S 가수 이장희한테 여자는 장미 백송이면 다 죽는다는 이야기를 쭉 들어왔는데 언제 한 번 써먹나 했는데 빌어먹을! 하필 너한테 보내게 됐구나. 좀 께적지근한 건 아마도 이 꽃이 내가 여자에게 보낸 마지막 꽃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다. 빨리 보자. 이만 총총”
이 글에서 조영남은 이미 제작발표회에서 김수미의 발언을 ‘화젯거리가 될 만한 약간 과도한 발언이었을 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작 발표회에서 하차를 운운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조영남은 “내가 그 자리를 떠났던 건 라디오 생방송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조영남의 하차 선언과 하차 번복 과정에서 불거진 상황은 어느 정도 노이즈 마케팅이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경규가 제작진과 함께 조영남을 찾아가 방송 복귀를 설득한 것 역시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어디부터가 노이즈 마케팅을 위한 쇼인지 불투명해진 상황입니다.
OBS 독특한 연예뉴스 방송 캡쳐 사진
그러다 보니 악성 댓글로 상처 받아 제작발표회 당일 정신 줄을 놓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히며 방송 하차를 선언했던 김수미의 상황도 과연 어디까지다 진실이며 또 방송을 위한 쇼인지 구분이 모호해졌습니다.
만약 모든 논란의 과정, 그러니까 조영남과 김수미가 연이어 방송 하차를 선언했다가 제작진의 설득으로 복귀하는 과정이 <나를 돌아봐> 본방송에 나온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뭐 방송에선 어떤 상황도 연출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그 과정이 모두 언론에 생중계 되고 특히 시청자들에게 매스컴을 통해 첫 인사를 하는 제작발표회에서 그런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모든 논란이 제작진의 연출 하에 이뤄진 방송 촬영 과정이 매스컴에 생중계 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역대 최고의 방송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특히 예능)은 쇼라는 전제 하에서 볼 깨 전국민을 가지고 쇼를 했으니 얼마나 뛰어난 방송입니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영남과 김수미는 모두 오랜 방송 경험을 가진 베테랑 연예인으로 주위에서 존경을 받는 이들입니다. 그들이 제작진이 짜 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대국민 거짓말 쇼를 했다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 사이에서 설득하는 역할을 맡은 이경규 역시 존경 받는 고참 방송인입니다. 그가 진심을 다해 선배들을 설득하고 다닌 모든 과정을 제작진이 연출한 쇼하고 이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일 뿐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해법은 오직 하나 프로그램 폐지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논란에 책임을 제작진이 지고 여기서 방송을 폐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돌아봐>가 정규 방송을 시작하면, 그래서 행여 이 모든 논란의 과정에 방송을 통해 다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면 논란은 지금의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 수준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조영남과 김수미는 다시 한 번, 아니 더욱 거센 악성 댓들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출연진을 보호하는 것이 제작진의 책임이라면 무작정 악성 댓글을 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보단 프로그램 폐지로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수미는 악성 댓들에 시달리며 너무 힘들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절박한 심경 표현이 <나를 돌아봐>라는 프로그램 제목과 유사하다고 홍보 문구로 사용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나를 돌아봐>는 타인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역지사지 콘셉트의 프로그램입니다. 부디 제작진이 먼저 역지사지 콘셉트를 바탕으로 출연진과 시청자의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되돌아보길 바랍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