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영업·경영 총괄 재임시기 잇단 문제 불거져…계열사 전반 금융사고 예방·소비자 보호 과제

이재근 후보자는 지주의 재무·전략 업무와 은행의 영업 현장을 두루 거쳤다. 1993년 주택은행에 입사해 KB금융 재무기획부장과 재무총괄(CFO),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대표 등을 지냈다. 2020~2021년 국민은행 영업그룹 대표를 맡았고, 2022~2024년 국민은행장으로 재임했다. 2025년 KB금융지주 글로벌부문장을 맡으면서 올해 신설된 자산관리(WM)·중소기업금융(SME) 부문장을 겸하고 있다.
KB금융은 이재근 후보자의 재무·전략 전문성과 은행·비은행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변화와 성장을 이끌 강점으로 평가했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후보 선정 당시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후보자가 은행장과 지주 부문장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성과와 경영능력을 추천 근거로 제시했다. KB금융은 이 후보자가 은행장 재임 중 이익 구조를 개선해 2025년 사상 최대 순이익의 토대를 마련했고, 이후 글로벌·WM·SME 부문에서도 성과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023년 8월 9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행 증권대행부서 소속 복수의 직원이 2021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처리하면서 알게 된 규모와 일정 등을 주식거래에 이용했다. 정보가 공개되기 전 주식을 사들였다가 공시 이후 주가가 오르면 처분하는 방식이었다. 정보는 다른 부서 동료와 가족·지인에게도 전달됐으며, 당국이 당시 집계한 직원과 정보수령자의 매매 이득은 총 127억 원 상당이었다. 연루된 직원들 가운데 1명은 지난해 1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뒤 재판부(1심)로부터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170억 원, 49억 7400만 원 추징을 선고받았다.
금융당국은 직원들의 위법행위 혐의와 함께 국민은행의 내부정보 관리가 미흡했다고 진단하고, 2023년 8월 경영유의사항 1건과 개선사항 1건을 국민은행에 통보했다. 증권대행부서 직원들의 금융투자상품 매매내역 보고 주기를 단축하고, 거래내역과 담당업무를 대조해 적정성을 점검하도록 요구했다. 고의적인 계좌 미신고와 매매내역 미보고를 적발할 절차도 마련하도록 했다. 아울러 고객사와 상담에서 불필요한 미공개정보 취득을 줄이도록 업무절차를 개선하고, 유선상담 내용 녹취·점검과 부서 내 정보교류 차단 장치 등을 갖추도록 권고했다.
당시 은행장이었던 이재근 후보자는 2023년 8월 17일 이준수 당시 금융감독원 부원장 주재 은행장 간담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사건에 대해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은행권 최대 판매사였던 국민은행의 ELS 판매 문제는 금감원 분쟁조정에서도 확인됐다. 2024년 5월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국민은행 대표 사례에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내부통제 부실 책임도 배상비율에 반영했다.
또 금융위는 지난해 2월 ‘ELS 제도 개선 방안’ 브리핑에서 국민은행을 비롯한 판매 은행 전반에 걸쳐 경영진이 단기 성과를 위해 고수익 상품 판매를 독려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성과보상체계와 내부통제기준을 부실하게 설계·운영해 불완전판매를 효과적으로 예방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국민은행은 홍콩 ELS 사태로 실적에도 타격을 받았다. 2024년 1분기 ELS 손실 고객에 대한 보상과 관련해 8620억 원의 충당부채를 인식했다. 이 영향 등으로 영업외 손실이 확대되면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8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9315억 원 대비 58.2% 감소했다.
이 같은 전례에 비춰 볼 때 이재근 후보자가 KB금융 회장에 취임하면 그룹 전반의 내부통제가 영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관리하는 일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에서 드러난 문제의 재발을 막고, 증권·보험 등 타 계열사에서도 직원 비위와 불완전판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차단하는 것이 이 후보자의 경영 역량을 가늠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근 부문장은 14일 출근길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내부통제 우려와 대책에 대한 직접적 구상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앞으로) 특정 개인기로 움직이는 조직보다 프로세스를 통해 움직이는 분권화되고 지속 가능한 조직을 지향하겠다”면서 연말 그룹 인사와 관련해 “나이보다 역량과 전문성, 직원들과의 호흡, 조직원의 헌신을 끌어낼 리더십을 고민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일요신문i’는 14일 KB금융에 미공개정보 거래와 홍콩 ELS 사태로 제기된 이 후보자의 내부통제 역량 우려에 대한 입장, 고위험 상품 판매·관리 체계 개선 현황, 그룹 차원의 사고 예방과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질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