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는 집안에 도둑까지 들었으니…
정몽준 전 의원.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A 씨는 도면을 유출한 곳으로 영남지역의 한 선박부품 제조업체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 회사가 힘센엔진의 일부 도면을 빼돌린 뒤 하청업체를 통해 완제품을 제조해 쿠바 등에 수출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A 씨가 사진을 찍은 업체는 이 회사의 하청업체였다. 현대중공업은 부산에 있는 한 협력업체가 도면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유출 경위 등을 밝히기 위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다 최근 부산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부산경찰청은 제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잇단 악재로 허덕이고 있다. 최대주주 정몽준 전 의원의 FIFA 회장 도전도 난관에 부딪혔다. 연합뉴스
이번에 도면이 유출된 의혹을 받고 있는 힘센엔진은 지식경제부로부터 2002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 2004년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을 정도의 히트상품이다. 연간 매출액도 4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문이 세계 선박용 대형 엔진 시장에서 3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힘센엔진’이다”며 “지난 2010년께 도면이 유출됐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곧 현대중 공업이 최소 수천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찰 수사를 통해 의혹이 깨끗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힘센엔진’ 도면 유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중이다.
더욱이 현대중공업 노조는 노조원들의 파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파업 참여자들에게 기본급의 70%를 기준으로 전통시장 상품권을 제공하겠다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조선사들이 경영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잘못”이라고 파업의 당위성을 얘기하고 있다. 반면 현대중 사측은 “명분이 잘 서지 않는 파업이다 보니 사실상 돈으로 파업을 매수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당선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의에 참석한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 부회장 겸 FIFA 집행위원이 지난 20일(한국시각)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정 회장의 강력한 라이벌인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을 지지할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이 도와주면 99% FIFA 회장에 당선할 것”이라던 정 회장이 제대로 암초를 만난 셈이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