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기 사전에 ‘쌍둥이’는 없수다”
▲ 도대체 무엇이 그의 진짜 모습일까. 때론 코믹하게 때론 따뜻하게 팬들에게 다가오는 이범수의 연기 폭은 넓고도 깊다. | ||
―배우에겐 변신이 숙명이지만 이범수 씨는 ‘천의 얼굴’이라 불릴 만큼 정말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왔어요. 그래서 이범수의 실제 모습, 인간 이범수의 본래 모습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아요. 다소 까칠한 성격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어떤 작품을 하든 배우의 성격이 어느 정도는 캐릭터에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외과의사 봉달희> 안중근 의사의 직선적이고 올곧은 성격, <온에어> 장기준의 소신 있으면서 낙천적인 모습 등에 조금씩 제 본래 모습이 녹아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가운데 가장 힘겨웠고 그래서 기억에 남는 역할이 있다면.
▲가장 힘들었던 역할은 영화 <오! 브라더스>에서 맡았던 열두 살짜리 조로증 환자였죠. 아무래도 어린 아이 역할을 한다는 게 지나치면 유치할 수 있고 부족하면 장난처럼 보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초등학교 수업과 아이들 뛰노는 모습을 참관하며 많은 관찰을 했어요.
―요즘 <온에어>가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흥미로운 소재가 매력적이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개성 있어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방송가 연예계 뒷얘기들을 궁금해 하시는 것도 같고요.
―실제 연예계와 드라마 <온에어>가 어느 정도 닮았을까요?
▲저 또한 실제 연예계를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성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고 봐야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간에 떠도는 엄청난 연예계 루머들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길은 없지만 그런 얘기가 드라마에 나오는 만큼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임은 분명해요.
―극중에서 매니저 역할인데 장기준처럼 좋은 매니저와 일해 본 경험이 있나요, 아니 실제 연예계에 그런 매니저가 있을까요?
▲연예계에 진상우 같은 매니저도 있겠지만 장기준 같은 매니저도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라는 직업이 혼자의 힘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만큼 팀워크와 조직력이 중요하죠. 그런 면에서 저와 함께 하고 있는 매니저들에게 감사하죠. 그런 매니저 분들이 있어 지금의 제가 있는 거니까요.
―배우들이 어떤 캐릭터를 맡으면 비슷한 직업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는 등 준비해야 할 게 많잖아요. 이번엔 매니저이기 때문에 더 쉬웠을 거 같아 보이지만 그만큼 더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해요.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같은 경우엔 의학 드라마이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를 필요로 했지만 <온에어>는 매니저 드라마는 아니잖아요. 또 방송국이 아닌 일반 회사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이라 특별히 뭔가를 준비하진 않았어요. 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들이라 오히려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드라마 <온에어>를 보면 오승아(김하늘 분)가 자신의 연기력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잖아요. 배우로서 극중 오승아의 고민이 남다르게 와 닿은 적이 있나요?
▲전 배우면 연기를 잘해야 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배우 자체에서 풍기는 매력도 중요하다고 인지하고 있고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면 금상첨화겠죠. 문제는 연기에 대한 노력은 안 하고 연기를 잘한다는 소리만 들으려 한다는 게 모순이라는 거죠. 연기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 어떤 일이든 땀 흘리는 자세, 땀에 의한 결과물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서 잠시 그가 한창 땀 흘리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지난 90년에 데뷔한 이범수가 사람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기 시작한 시점은 90년대 후반부터다. 10여 년 동안 조·단역에 충실하며 무명 시절을 거쳐 오늘날 정상에 선 것. 이 시절에 대해 물었지만 그는 “무명 시절 얘기는 너무 옛날 얘기라 재미없을 것 같아요”라며 멋쩍게 웃고 만다.
―이번이 두 번째 드라마인데 스크린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다 브라운관으로 활동 영역을 옮긴 이유가 궁금해요.
▲ 드라마 <온에어>의 한 장면. 톱스타 오승아 역의 김하늘과 매니저 장기준 역의 이범수. | ||
―아무래도 영화보단 드라마가 더 힘들죠?
▲TV가 시간상으로 쫓기긴 하죠. 반면에 시청자 분들의 반응이 금세 나타나니까 그 부분에선 재미도 있네요.
―매년 두세 작품 이상 출연하며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재충전을 하는지 궁금해요. 뭐 특별한 취미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나요?
▲보통 촬영이 없으면 운동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하죠. 좀 다르게 말씀드리면 촬영장에 갈 때나 촬영 중간 쉴 때는 항상 머리를 비우려고 해요. 배우라는 직업이 감정에 몰입하느라 늘 예민해 있는 섬세한 분야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동 중이나 휴식 시간에는 특별히 뭘 하지 않고 작품을 떠나서 머리를 비우려는 습관이 있더라고요.
―운동 얘길 하셨는데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상당한 몸짱이라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웨이트 트레이닝하고 수영을 굉장히 좋아해요. 지난해 연말엔 정말 좋았는데 <온에어> 촬영 들어가면서부터 운동을 못해서 정말 아쉬워요. <온에어> 끝나면 못다 한 운동을 열심히 해야죠. 작품으로 한번 열심히 운동한 몸매를 보여드릴 날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료 배우들은 누가 있나요?
▲배우라는 분야가 워낙 외로운 외길 인생이라…. 그냥 생일 같은 때 만나서 담소 나누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들은 이병헌 송승헌 권상우 류승범 신하균 이런 친구들이죠.
―우와! 이 배우들하고 같이 영화를 한 편 찍으면 장난 아니겠는데요.
▲그러게요. 재밌을 것 같네요.
―좋은 말씀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드라마 <온에어> 재밌게 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일요신문> 창간 16주년 축하드립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