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폭로전’ 속 애틋한 ‘정’ 묻어나
▲ 이완(왼쪽)과 김태희 | ||
얼마 전 한 여행사의 광고촬영 현장에서 스타 남매로 유명한 엄정화 엄태웅을 동시에 인터뷰했다. 둘 사이가 남매지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함께 인터뷰에 응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늦게 데뷔한 엄태웅이 엄정화의 동생으로만 비쳐지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두 사람이 직접 밝힌 사연은 ‘커플 인터뷰’때마다 엄정화의 사생활이 엄태웅에 의해 무참히 폭로되었기 때문이라고.
이날 역시 엄태웅이 누나의 숨기고픈 비밀들을 카메라 앞에서 용감(?)하게 폭로했는데, 다름 아닌 엄정화의 술버릇이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엄정화가 집에만 들어오면 항상 다시 나가려고 한다는 것. 엄태웅은 늘 이런 엄정화를 붙잡아오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하루는 도망나간(?) 누나를 찾기 위해 온 동네를 뒤지고 다니다 결국 동네 전봇대를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엄정화를 발견한 적도 있었단다. 가족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치부를 털어놓은 두 사람은 결국 “역시 우린 함께 방송하면 안 된다”는 결론으로 이날의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아무리 친한 남매 사이라 해도 종종 싸우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엄정화는 “왜 안 싸우겠어요? 근데 예전에나 태웅이가 내 말을 들었지 이젠 내가 꼼짝 못해요”라고 말한다. 이유는 엄태웅의 비수와 같은 말 한마디 때문이라고. “누나는 관객 500만 명 들어온 영화가 있기나 해?”
‘축복받은 유전자’를 뛰어넘어 ‘이기적인 유전자’라고까지 불리는 스타 남매는 바로 김태희 이완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꽃미남 꽃미녀 연예인이 피가 섞인 한 남매라는 사실이 네티즌들에겐 이기적으로까지 비춰질 정도로 부러운 모양. 이들 남매는 이완의 데뷔작인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함께 출연한 것을 비롯해 각종 광고촬영 현장 등에서 동반 인터뷰를 자주 가진 바 있다.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되는 두 사람의 특징은 서로에 관한 부담스런 질문도 거침없이 대답해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동생 이완에게 누나의 꼬리표를 떼고 싶지 않느냐, 혹은 김태희의 동생이라는 소리가 지겹진 않느냐 등의 질문들이다.
▲ 엄정화(왼쪽)와 엄태웅 | ||
그렇다면 이들이 함께 인터뷰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연예계 동료 중 김태희에게 접근한 연예인이 몇 명이나 되느냐?’는 질문이라는 데 예상외로 답은 ‘단 한 명도 없다’이다. 데뷔전부터 김태희가 워낙 인기가 많았던 터라 어려서부터 동생이 누나의 보디가드 역할을 자처해왔기 때문이다. 가끔 친구들이 누나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휴대폰을 몰래 훔쳐보기도 한다는 이완의 고백도 이어졌다. 한때는 너무 바빠 서로의 소식을 신문을 통해 접하고 아침인사를 미용실에서 건넸다는 말로 큰 웃음을 선사한 남매였다.
역시 누나 동생이 함께 연예계 생활을 하고 있는 손호영 손정민 남매. 각자 가수와 VJ의 본업 외에 연기에도 도전하고 있는 이들의 우애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이들의 우애는 가정환경에서 비롯됐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손호영은 한국에서 아버지와 손정민은 미국에서 어머니와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남들처럼 한지붕 아래서 남매가 마주할 수가 없었던 것. 당시의 아쉬움 때문에 성인이 된 이들 남매의 우애는 돈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국민그룹 god로 인기를 끌무렵 소속사가 없이 개인 매니저와 함께 일하는 누나를 안쓰럽게 본 손호영은 자신이 속한 대형 기획사에게 누나의 영입을 부탁했다. 하지만 손정민은 자신의 부족한 실력으로 행여 동생이 피해를 입을까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동생보다 데뷔는 먼저 했지만 늘 동생이 목표라는 손정민, 또 자신이 번 돈으로 누나에게 자동차를 사주기까지 했다는 손호영. 이들 남매의 모습이 각박한 연예계에서 참으로 따뜻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두 남매가 같은 소속사에서 다정하게 한솥밥을 먹고 있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