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에 내린 서리맛 보실래요?”
▲ 깜찍발랄 캐릭터로 주목받았던 이하나가 드라마 <태양의 여자>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해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사진제공=KBS | ||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캐릭터였지만 출연 여부를 두고 별다른 고민은 없었다고 한다. 이미 한 차례 <메리대구공방전>을 통해 호흡을 맞췄던 김인영 작가에 대한 남다른 믿음 때문이었다. ‘복수’라는 소재, ‘사월’이라는 캐릭터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무엇보다 중장년 층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드라마라는 게 이하나에겐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요즘엔 ‘어르신’ 팬들이 많아졌고 식당 같은 곳에선 푸짐한 서비스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물론 어려움도 크다. 우선 복수를 꾀하는 독종 캐릭터를 소화해야 한다는 게 큰 부담이었고 회를 거듭할수록 눈물 연기가 많아진다는 부분도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런 까닭에 요즘엔 하루 종일 기분이 처져있을 정도란다. 격렬하게 화내고 곧 이어 눈물 연기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감정 조절이 쉽지 않은 것.
“한번은 정말 격하게 화내는 장면을 촬영해야 했는데 아무리 집중해도 사월의 감정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차에 타고 10분 정도 미친 듯 흥분해서 소리를 지른 뒤 다시 카메라 앞에 선 적도 있어요. 다행히 단 한 번에 OK 사인을 받았죠.”
<연애시대>에선 시청자들을 웃기는 게 그의 몫이었다. 당시 일등 도우미는 그의 어머니와 오빠였다고. 어머니와 오빠를 확실히 웃길 때까지 계속 반복하느라 새벽까지 연습이 이어진 날도 많았던 것이다.
“엄마를 만날 시간이 많지 않아 지금은 아이팟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어요. 요즘엔 너무 바빠 집에 들어가면 잠 잘 시간도 모자라거든요. 아이팟에 촬영 분량을 모두 녹음한 뒤 시간 날 때마다 반복해서 다시 듣는 방식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드라마의 성공을 위해선 동료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우선 친해져야 하는데 이하나는 상대 배우 한재석과 친해지는 것 역시 쉽진 않았다고 말한다.
▲ <태양의 여자>에서 열연을 펼치는 주인공들. 왼쪽부터 정겨운 김지수 이하나 한재석. | ||
이번 드라마에서도 이하나의 가창력은 또 한 번 빛을 발휘하고 있다. 유명 작곡가이자 가수인 이대헌의 딸답게 빼어난 가창 실력의 소유자인 이하나는 이번 드라마에서도 몇 차례 노래 실력을 뽐냈다. 음반을 발표해도 될 만한 실력이라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중평.
“전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결혼하고 엄마가 돼도 변함없이 음악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음반을 낼 수 있다면 더 좋겠죠. 얼마 전에 노르웨이 남성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가 내한 공연을 했는데 그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해요. 내가 저렇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자기 음악을 들고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게 얼마나 멋있어요?”
드라마 속에서 복수를 꿈꾸는 ‘사월’을 연기하는 이하나의 복수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지금까지 자신이 행해본 최고의 복수가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이하나는 “글쎄, 뭐가 있을까”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전 성격이 뭐든 금세 털어버리는 편이라 복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해봤어요. 뭔가에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손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사월’이의 복수만큼은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주세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