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 비야, 자신감을 부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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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개월 만에 영어 인터뷰를 훌륭하게 소화한 비의 뒤에는 24시간 그를 지도한 개인 교사가 있었다. | ||
여유 있다면 개인교사
영어 정복에 성공했다는 학습 수기라면 너무 많이 읽어 한 편 지어낼 수도 있을 정도다. ‘군대 제대 후 ‘beautiful’도 못 쓰던 내가 토익 930점’, ‘F학점 의지 박약아, 외국계 회사 취업 성공기’ 등. 제목만 들어도 솔깃한 학습 수기를 읽으며 그동안 구입한 책이 책장 한가득.
문법을 따라잡고 때려잡고, 발음에 버터를 바르고 치즈를 바르다 지쳐버린 어느 날. 텔레비전을 켰더니 가수 비가 미국 무대에 진출해 자신 있게 영어를 하더라. 춤추고 노래하랴 연기하랴 바빴을 텐데 언제 그렇게 영어 공부를 했을까. 그 비결이 궁금했다.
비가 효과를 본 방법은 바로 개인 교사. 24시간 그의 곁을 따라다니며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는데…. 그 방법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도 통할까. 비의 미국 진출을 앞두고 4개월간 그에게 영어를 가르쳤다는 OBS 경인TV의 이윤진 아나운서를 만났다.
그녀가 추천하는 방법은 우선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 두라는 것. 미술이면 미술, 차면 차, 관심 있는 분야를 파고들어야 한다. 비의 경우 외국 아티스트의 콘서트 DVD나 그들이 나온 잡지를 이동 중에 보게 했는데, 이렇게 해서 영어에 호기심을 갖는 것이 무언가를 달달 외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외우면 하는 말만 하게 되는데 자꾸 듣고 고치면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비에게 처음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 가사를 보게 하고 다음엔 인터뷰를, 그 다음엔 콘서트 실황을 보게 해서 점차 단계를 넓혀가며 다양한 영어를 접하게 했다.
그녀가 말하는 영어 학습법은 아나운서 준비 과정과 비슷하다고 한다. 중요한 건 자신감. 발음은 상관없다. ‘당신은 영어만 하지만 나는 한국어도 하고 영어도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감 있게 무작정 내뱉는 것이 중요한다. 우리말도 그렇고 영어도 소리 내서 자꾸 따라 하고 입으로 뱉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발음한 영어를 녹음해서 들어보고 고치고, 다시 녹음하고 고치는 방법을 반복해보자. 그래야 실력이 는다고 그녀는 확신한다.
3개월간 가수 A의 튜터를 한 개인 교사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는 어렸을 때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적이 있는 한국인이었다. 그 역시 이윤진 아나운서와 같은 점을 강조했다. 발음은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라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 외국인과 대화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하기만 하면 실력에 가속이 붙는다고 했다. 그러나 영어 실력에 대해 논란이 있는 A의 경우 교사가 24시간 붙어 있지 않은 데다 A가 기초가 없는 편이고 성실한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역시 개인 교사를 둔다고 해서 모두 영어 학습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 하지만 개인 교사는 비용에 대한 부담만 없다면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매력적인 방법이다.
인터넷 이용하면 공짜
‘매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가 영어 말하기의 기본 전략인 건 알겠다. 하지만 직장인에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매일 야근에 회식에, 친구 모임까지 불규칙하게 잡혀 있다 보니 학원이나 그룹 스터디에 한두 번 빠지게 되고, 다시 작심삼일의 기록만 세우게 된다. 혼자 공부하려고 생각하면 또 의지가 약해져서 용두사미가 되어버리기 십상.
어느 날 큰 결심을 하고 전화 영어를 신청했다. 점심시간 10분 전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를 듣고 살짝 사무실을 빠져나가 뭔가 대답하고 오면, 그래도 쉬지 않고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안도감에 밥을 늦게 먹어도 배가 안 고팠다. 하지만 점점 “Pardon?”을 외치는 시간을 생각하면, 한 달에 10만 원이 넘는 수업료가 아까워졌다. 부끄러운 것도 잠시, 늘 같은 패턴으로 전화를 거는 담당 교사에 대한 긴장감도 떨어졌다. 아는 외국인 친구만 있다면 수업료도 아끼고 더 재미있게 오래 얘기할 수 있을 텐데.
10여 년 전에는 외국에 있는 친구와 펜팔을 하고 싶으면 교류 단체에 수수료를 내고 소개를 받아야 했다. 외국인과 영어 한마디 나누려고 고궁에서 죽치고 앉아 기다리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외국인 친구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판 싸이월드로 잘 알려진 마이스페이스(http:// kr.myspace.com)나 페이스북(http://ko.facebook.com)에 들어가서 답글을 남기거나 단순한 게임을 하면서 채팅을 하는 것만으로도 친구를 사귈 수 있기 때문이다.
웹캠이나 마이크를 준비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웹 메신저로 생생한 인터넷 전화 통화를 할 수도 있다. 외국어 학습을 위한 카페에 들어가면 실력이 좀 부족해도 서로 도우려는 대화 상대가 많다.
에디터=박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