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공룡’ 너머로 새 강자 등장
▲ DY 소속인 유재석과 워크원더스로 옮긴 강호동. | ||
팬텀엔터테인먼트(팬텀)는 2005년 혜성처럼 등장해 우회상장과 거듭된 인수 합병으로 연예계와 증권가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 시작했다. 국내 4대 음반기획사이던 이가엔터테인먼트와 비디오(및 DVD) 유통 1위 업체이던 우성엔터테인먼트가 합병한 뒤 골프공 제조업체이던 코스닥 상장사 ‘팬텀’을 우회 상장해 ‘팬텀엔터테인먼트’로 거듭난 것.
인수 합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과나무픽쳐스, 팝콘필름(이후 도너츠미니어, 다시 워크원더스로 회사명을 변경함) 등을 연이어 합병하면서 ‘제작’ 시장까지 뛰어든 것. 세간의 관심이 가장 집중됐던 사안은 계열사인 코스닥 상장사 도너츠미디어를 통해 DY엔터테인먼트를 인수 합병한 것이었다. 강호동 박경림 윤정수 윤종신 우승민 지상렬 신정환 등이 소속돼있던 팬텀이 신동엽 유재석 김용만 강수정 등이 소속된 DY엔터테인먼트와 합병하면서 인기 MC 대부분을 거느린 거대 연예기획사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즈음 팬텀에 소속된 연예인은 대략 80여 명. 앞서 언급한 인기 MC들 외에도 아이비 MC몽 양파 등의 인기 가수와 김상경 신하균 김석훈 이정재 한효주 등의 배우들까지 팬텀의 깃발 아래 모여들었다. 또한 데일리줌을 계열사로 추가하고 일간스포츠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등 미디어 시장까지 진출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처럼 화려한 날갯짓이 계속되는 동안 문제점 역시 함께 커져가고 있었다. 시작은 2005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가 팬텀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2006년 6월 팬텀은 ‘검찰청으로부터 무혐의 처분결과 통지서를 수령했다’고 공시하며 주가조작 혐의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2007년 초부터 팬텀에 대한 검찰조사설이 나돌기 시작했고 결국 2007년 5월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이도형 전 팬텀 회장 등 회사 경영진 4명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결국 검찰의 수사는 법원의 유죄 판결로 이어졌다. 1심에서 이 전 팬텀 회장에게 징역 3년 6월의 실형과 함께 벌금 78억 원을 선고한 것. 지난 6월 열린 항소심에서 서울고법 형사8부는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 원을 선고했다.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이처럼 팬텀이 위기로 내몰리면서 스타들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엔 팬텀의 대표 아이콘이던 강호동까지 워크원더스로 소속사를 옮겼다. 현재 워크원더스의 최대주주는 팬텀이지만 이는 보호예수에 걸려 있어 계열사의 관계일 뿐 이미 팬텀과 워크원더스는 실질적으론 별개의 회사다. 최근에는 팬텀 소속 한효주 MC몽 등 16명의 전속권을 두고 분쟁이 야기됐다. 워크원더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28일 팬텀이 소속 연예인 전원의 전속권을 담보물로 워크원더스에 금전 채무 전액을 2008년 6월 28일까지 상환하겠다고 약정했다”며 “채무 상황은커녕 소송을 제기하는 등 신의를 저버려 6월 30일 16명 연예인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팬텀은 서울중앙지법에 연예인 전속권 제공에 대한 확약서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팬텀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동의 없이 받은 확약서를 근거로 해당 연예인들의 전속권을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워크원더스에 빌렸다는 27억 원은 이 전 팬텀 회장 등 대주주와 관련자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배임행위일 가능성이 높아 갚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질적인 분쟁은 팬텀 현 경영진이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에 이 전 팬텀 회장 등 구 경영진 4명을 상대로 횡령 및 배임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현 팬텀 경영진은 지난 1월 팬텀의 경영권을 양수했고 구 팬텀 경영진의 일부가 워크원더스로 자리를 옮겼다. 팬텀에 악재가 거듭되면서 상당수의 연예인이 떠나가고 20여 명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을 양수한 현 경영진은 골든썸으로부터 권상우의 영업권을 양수받고 파블로포스트로부터 지성 소이현 윤세아 최성민 도이성 이지수 신다은 등을 영입하며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그런데 대표적인 아이콘인 강호동이 워크원더스로 소속사를 옮긴 뒤 16명의 기존 팬텀 소속 연예인의 전속권 역시 워크원더스로 넘어가게 되는 상황이 야기되자 확약서 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반면 워크원더스는 예전 팬텀의 영광을 재현하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워크원더스는 강호동 영입에 성공해 계열사인 DY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신동엽 유재석 김용만 등과 함께 다시금 대다수의 인기 MC를 보유한 연예기획사로 거듭났다. 여기에 한효주 MC몽 등 팬텀 소속 연예인 16명의 전속권까지 확보하면 본격적인 부활이 가능해지는 것. 다만 이를 위해선 현 팬텀 경영진과의 소송 등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로 남아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